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체코에 도착한지 2주, 어느덧 꽤 적응을 했다. 사실 벌써 한 2달은 산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교환학생으로 온 도시는 '브르노(Brno)', 체코에서 프라하 다음으로 큰 도시다. 처음 막 브르노 중앙역에 도착했을 때 '이게 뭐야!'싶게 투박했지만 돌아다녀 보니 소소하고 안락한 매력이 있다.

여기는 한국보다 개강을 3주 정도 늦게 해서 도착하고 1주일 간은 교환학생을 위한 OT가 진행됐다.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먼저 안녕하쒜요라며 한국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주일 간의 OT는 정말 다이나믹했다! 심지어 간지 3일 만에 기숙사 코앞에서 넘어지며 발목을 삐었다. 앞에 걸어가던 모든 외국인 친구들이 뛰어와 나를 둘러싸고 괜찮냐고 물었다. 부끄러워서 괜찮다며 아무렇지 않은 척 일어났지만 다음날까지 발목이 아프고 부어서 대학병원에 찾아갔다. 프라하에서 여행을 할 때는 영어가 굉장히 잘 통했는데, 브르노는 그렇지 않았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간간이 있어 붙잡고 물어물어 진료를 받았다. 접수도 다 종이로, 아날로그식으로 해서 병원에서 2~3시간은 보낸 것 같다. 그래도 체코는 의료보험이 잘 돼있어 간단한 진료는 아예 병원비를 내지 않는다. 미리 보험을 잘 들어놓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빨리 병원에 가게 될지 몰랐지만.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라 금방 회복이 됐다. 발목이 부어도 파스를 붙이고 열심히 놀러 다녔는데, 한 번은 체코 음식인 '꼴레뇨'를 먹으러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다. 꼴레뇨는 우리나라의 족발과 비슷한 음식인데 체코에서 먹은 것 중 가장 맛있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계산을 하는데 계산대 옆쪽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하던 대화도 멈추고 우리를 정말 뚫어지게 쳐다봤다. 동물원의 동물이 된 기분이었다. 같이 식사를 했던 체코인 친구가 말하기를 동양인 여러 명이 영어로 대화를 하니 신기해서 쳐다보는 것 같다고. 브르노는 관광도시가 아니라 동양인이 거의 없어서 트램을 타거나 길을 걸어 다니면 신기한 듯 오랫동안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시선이 불편하지만 몰라서 그렇겠거니하며 무시하려 한다. 까짓것 동물원의 동물이 아니라 TV 스타가 됐다고 생각하지 뭐.

이번 주에는 개강을 해서 수업을 들었는데, 나는 수업의 '다양성' 담당인 듯하다. 여러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며 나의 존재 자체가 수업에 큰 도움이 된단다. 신기하게도 여기서 내가 듣는 학과에 한국인 교수님이 한 분 계신다. 그 분 수업을 2개나 듣는데 정말 어찌나 든든하던지! 수업이 끝나고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고, 나중에 교수님께서 학과 차원으로 개최하는 한국영화 영화제에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 10명 다 같이 참여하기로도 했다. 이 작고 먼 도시에서 한국영화를 주제로 영화제를 한다니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와 친구들에게 브르노는 '웃음 지뢰'다. 가끔 기가 차기도, 너무 하찮아 보이기도 하는데 또 너무 따뜻하고 편안하며 즐겁다. 그래서 브르노는 웃기다. 앞으로 5개월을 더 지낼 이 도시에 더 정이 들길, 그리워지길. 잘 부탁해 도브리 덴, 브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