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기황 편집장 (rlghkd791@skkuw.com)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 (중략) …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 (후략)
김민기 <작은 연못>

1972년 발매된 직후 군사독재 정권에 의해 이유도 모른 채 ‘금지곡’이 되어야했던 비운의 곡이다. 이 곡은 대한민국의 민주화가 이뤄지는 1987년까지 계속 금지곡으로 지정돼야만 했다. 이 노래는 가만 보면 대한민국 학생운동 1세대로 불리는 386세대와 묘하게 겹치는 지점이 많은 것이 참으로 신기한 곡이다.

이 노래가 금지곡으로 지정된 이유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군사독재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금지곡이 됐다는 추측이 매우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며 학생 운동을 하던 386세대와 함께한 전우처럼 비춰지게 만들기도 한다. 이들이 품고 있었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그 시대를 겪지 못한 지금의 청년들에게 아직도 귀감이 되고, 우리 청년 세대는 희생된 그들의 청춘에 존경을 표할 것이다. 386세대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받친 청춘은 그 누구도 폄하할 수 없을 것이며 길이길이 존중받을만하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과거의 386세대가 현재의 586세대가 됐다. 586 엘리트들은 투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승리한 역사를 살아왔다. 학생운동을 주도하던 그들 중 일부는 이제는 그들의 투쟁 대상이었던 정치·경제·사회 여러 영역의 기득권 세력이 됐다. 그리고는 청년들에게 말한다. “요즘 청년들은…” 이 마법 같은 말은 그들이 투쟁했던 나이가 된 현재 20대 청년들을 완전히 어린아이로 만들어버린다. 386세대를 이끌어주던 우리 역사의 계몽 의식, 투쟁의 열망이 일부 586 엘리트들의 선민의식으로 변질돼 버렸다. 똑똑하며 유능한 꼰대, 그야말로 ‘완전체 꼰대’가 되어버렸다.

그들에게 닿을 수 없더라도 전하고 싶다. “당신들이 투쟁하던 나이가 20대였고, 지금은 우리가 20대라고. 더는 청년들의 말을 외면하지 말라고” 386세대가 군사독재 정권에 대항하던 그 에너지는 현재 청년들에게도 여전히 존재한다. 청년들의 힘겨운 현실에 가로막혀 거국적으로 발현되지 못하고 숨어있을 뿐이다. 586세대가 되어버린 그들이 그들과 함께 한 김민기의 ‘작은 연못’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들어봤으면 한다. 작은 연못 속 붕어 두 마리가 현재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썩어가는 작은 연못에서 살아가고 싶지 않다. 586세대와 함께한 김민기의 ‘작은 연못’이라는 노래가 여전히 그들과 함께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