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기황 편집장 (rlghkd791@skkuw.com)

우리 학교 총졸업준비학생회가 이번 학기 전학대회를 통해 독립기구에서 부속기구로 전환됐다. 학우들의 관심 부족으로 2년 연속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존속됐기 때문이다. 투표율 미달로 인한 학생회 선출의 어려움은 비단 총졸업준비학생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근 몇 년 동안 적지 않은 수의 단과대학들이 투표율 문제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학우들의 학생 자치에 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낮아졌고 이는 자연스럽게 투표율 하락이라는 직관적인 지표로 드러났다. 투표하지 않은 이유는 다들 비슷했다. 공통적으로 ‘학생회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무슨 사업을 진행하던 자신과는 별로 관계없을 것’이라며 ‘그 시간에 차라리 본인에게 투자하는 것이 낫다’라는 것이 그 골자였다. 이러한 흐름은 학교 정책에 대한 무관심으로까지 이어졌다. 학생 사회는 이제 관심을 두는 일부 학우들, 그들만의 리그가 돼버렸다.

심지어 학우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도전학기제 공청회에서도 이러한 실태는 여실히 드러났다. 도전학기제에 관한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총학생회 부스는 황량했다. 시험 기간 간식 배부를 할 때, 줄을 50m 넘게 서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도전학기제 공청회 및 설명회에 각각 약 50명의 학우만 참여했다. 그마저도 대부분 학생 대표들이었으며 일반 학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정말 학생회가 무슨 일을 하든, 학교가 무슨 사업을 진행하든 학우의 생활과 큰 관련이 없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아니다’라고 일축할 수 있다. 당장 다음 해 등록금이 얼마나 산정될지, 본인이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장학금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모두 이들과 관련돼 있다. 그 외에도 학교 본부 및 학생회가 하는 수많은 정책·사업들을 고려해보면 학우들의 학교생활 구석구석까지 이들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독일의 법학자인 루돌프 폰 예링은 그의 저서 『권리를 위한 투쟁』을 통해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그 권리로 인한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의미로, 쉽게 말해 자기 밥그릇은 자신이 챙겨야 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본인에게 그러한 권리가 있는지 몰랐다거나,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 따위는 고려되지 않는다. 권리를 위한 투쟁은 자신에 대한 의무인 동시에 사회공동체에 대한 의무이다. 그러나 현재 많은 학우가 본인들의 등록금으로 형성된 권리 위에서 잠을 자고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학생 대표들이 많은 학우들의 권리를 대표해 잘 행사해줬다. 이것은 그들이 각자 맡은 임무를 잘 수행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된다. 학생 대표들이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그들도 미처 고려하지 못한 사안들이 존재할 수 있다. 그 사각지대에 본인이 빠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곧 학교에 수많은 변화가 있을 격동의 시기가 찾아올 예정이다. 이제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내가 한 학기에 내는 등록금이 얼마인데, 학교는 나에게 무엇을 해주는가”라는 생각을 단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다면 당장 권리 행사에 나서길 바란다.

박기황 편집장
박기황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