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유리 기자 (dbfl1222@skkuw.com)

인터뷰 -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윤민정 대표

"대학생, 시대를 고민하고 사회 향해 목소리 내야"

"추상적인 구호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제로"

지난달 서울대 학생식당 여섯 곳과 카페가 13일간 문을 닫았다. 이곳에서 일하는 생활협동조합의 노동자들이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투쟁은 결코 외롭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름은 바로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이하 비서공)’이다. 학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비서공 윤민정 대표를 만나봤다.

윤민정 대표사진 | 정유리 기자
윤민정 대표
사진 | 정유리 기자

 

자기소개를 해달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15학번 윤민정이다. 지난해에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을 결성해서 2년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 생활 동안 계속 학생운동을 하고 있다. △시흥캠퍼스 본부점거장 △A교수 사건 특별위원회 공동대표 △학생인권특별위원회장을 맡았다. 이외에도 사회대 학생회를 했었고, 총학생회 정후보로도 출마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공동행동’을 결성한 이유와 단체에 대해 소개해달라.
비서공은 학내의 비정규직 문제를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생겼다. 서울대에는 다양한 직분과 고용형태의 노동자들이 있다. 그런 복잡한 조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빈번하게 어려움을 겪고 투쟁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학내의 노동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뒤늦게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도 무리였다. 지속적인 관계없이는 노동자 입장에서도 학생과 연대감을 갖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비서공을 결성했다.

또한, 비서공은 네트워크 형태의 단체다.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총학생회, 학회, 동아리 등이 자유롭게 가맹할 수 있으며, 출범일 기준 학내 21개 단체가 가맹이 돼있다. 학내 노동조합원과도 한 학기에 두 번 전체회의를 한다. 일반노조 서울대지부 청소경비분회·기계전기분회,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등 학내 노동자들의 상황을 듣는다.
 

비서공은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해왔나.
학내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처우개선에 집중했다. 지난해에는 생활협동조합 노동자가 겪는 건강권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노조에서 초·중고등학교 급식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권 조사와 같은 형식으로 우리도 질문지를 만들어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를 학교 측에 전달하고, 발표회를 했다. 그 후로 언론에 보도되고 관심을 받았다.

지난 2월에 중앙도서관 난방파업 사건도 있었다. 그때 중앙도서관 난방이 아예 꺼졌다. 처음에는 이에 대해 다수의 학생들이 불만을 가졌고 총학생회도 비판하는 입장을 내며 학내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비서공은 총학생회와 노동조합의 간담회를 만들어서 중재 역할을 했고, 이는 다수의 학생들과 총학도 파업 지지로 입장을 수정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8월에는 청소노동자 사망사건이 있었다. 해당 노조와 비서공이 함께 서명운동을 기획해서 1만 5000명 정도 서명운동을 받아서 학교에 제출했다. 이 사건 이후에 학내의 노동환경, 휴식환경이 개선되는 것에 초점을 맞춘 활동을 한다. 이런 식으로 비서공은 학내에서 노동문제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설득하는 활동을 주로 한다.
 

현재 학생운동은 전성기에 비해 규모가 줄었다. 여전히 대학과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나.
여전히 영향력은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학생운동이 전체 사회운동을 주도하는 성격이었다면, 지금은 사회운동의 흐름 속에서 학생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가 중요하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중요한 문제가 있을 때마다 학생들의 목소리는 언제나 가시화된다. 대학생에게 어느 정도 지식인 정체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에서도 대학생이 여전히 보편적인 이야기를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한다. 시국선언이나 집회의 형태로 표출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시민들에게 판단의 준거 중에 하나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학생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 노력하나.
2000년대 초반까지도 대학에서 학생운동이 많이 남아있었다. 그때 기록을 보면 표현도 어렵고 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학생운동이 다른 세상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졌다. 학생운동을 하면서 어떻게 보통 사람들의 말로, 보통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를 이끌어 낼까 항상 고민한다. 예를 들어 추상적인 ‘비정규직 철폐’같은 구호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사진전을 통해서 일상에서 함께하는 학내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도 등을 한다.
 

학생 계층이 다른 사회계층과 연대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떤 운동이든 자기 이해관계만을 지키려는 운동으로 변질될 수 있다. 학생운동도 마찬가지다. 학생운동만 남는다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기 위한 움직임의 일부가 아니라 우리의 이해관계를 지키려는 운동이 될 위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회계층에 대한 고민과 연대가 필요하다.
 

대학생들이 사회에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시대를 고민하고, 그런 고민 끝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학생운동의 제일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세상을 살고 있고, 왜 그 속에 구체적인 각자의 사건들이 일어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가령 “왜 저 노동자는 저렇게 극단적인 투쟁을 하지?” 이런 생각이다. 말과 언어는 학생운동에 있어서 정말 중요하다. 학생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다. 그런 힘이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회의 모습이 많이 바뀐 만큼 예전처럼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는 어렵다. 대학이 옛날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다만, 학생들이 좀 더 자기 일상에서 보는 모순을 전체의 구조적인 시각으로 풀어내고 사회를 향해 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