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민호 기자 (dao96@skkuw.com)

 

노동운동부터 네트워크 사회운동까지, 발전해나가는 사회운동
선진적이지만 아직 부족한 집회, 시위 문화

2017년 겨울, 광화문 광장은 촛불로 가득 찼다. 지난달 28일 서초동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지난 3일 개천절에도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수십, 수백만 명이 참여한 사회운동은 매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무엇을 바꾸기 위해 귀중한 시간을 소비하며 목소리를 높인 것일까. 사회운동의 전성시대를 맞이한 대한민국. 사회운동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사회운동이란
사회운동이란 사회의 변혁이나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군중이 지속해서 체계화된 행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운동은 지향하는 목표에 따라 구분된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우리나라의 사회운동을 △민주주의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된 학생운동 △탈분단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된 통일운동 △국내의 분배 문제와 노동자나 농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민중운동 △환경·여성·인권을 중심으로 하는 시민운동으로 구분했다. 사회운동에 사용되는 방법 또한 다양하다. △대자보 △불매운동 △집회·시위 △캠페인 등 수많은 방법이 사회운동에 이용되고 있다.

발전을 거듭하는 사회운동
역사적으로 사회운동은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19세기와 20세기 초 유럽에 계급정당이 생기면서 노동운동은 더욱 활발해졌고, 그 결과 노동조합과 노동정당이 만들어졌다. 정치적 이념에 근거한 적극적인 사회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1968년에 이르자, 이념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계급 투쟁적 사회운동에 대한 회의감이 퍼져 이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환경·반전·평화운동, 즉 신사회운동이 세계적으로 전개됐다. 이념보다는 우리의 삶과 실질적으로 연결된 일상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베트남 반전운동과 같은 집회·시위와 캠페인이 다수 발생했다. 우리나라 또한 해방 이후 학생운동을 중심으로 한 계급 투쟁적 사회운동과 노동운동을 이어가다 90년대에 들어 유럽의 신사회운동을 표방한 개혁적인 사회운동을 시작했다.

 최근 기술의 발전과 함께 사회운동은 다시금 진화하고 있다. 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활성화된 인터넷 네트워크와 소셜 미디어는 온라인 공간에 새로운 형태의 공론장을 조성하며 ‘네트워크 사회운동’을 탄생시켰다. 구정우(사회) 교수는 인터뷰에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처럼 온라인에는 의견을 표출할 공간과 표출하는 사람 그리고 이에 반응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며 “이를 사회운동의 한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공론장에서 이뤄진 담론과 의사 교환은 결국 오프라인으로 연결된다. 2011년 미국에서 발생했던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 또한 한 잡지 회사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제안한 운동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네트워크 사회운동은 시공간을 초월해 사람을 동원하기 수월하다. 이전의 사회운동보다 역할이 더 클 수 있다”며 네트워크 사회운동의 영향력을 높이 평가했다.
 

사회운동의 민족
오랜 기간 발전해 온 사회운동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홍콩의 우산 시위는 현재 6개월째 진행 중이다. 이라크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 순간에도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시위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다른 나라에 비해 사회운동이 더욱 많이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치인 6만 8315개의 집회·시위가 신고됐다. 구 교수는 “인구 통계적으로도 우리나라의 사회운동은 빈번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렇게 많은 사회운동이 발생하는 것일까? 고려대 사회학과 김경필 강사의 논문 「한국의 사회운동과 민주주의: 왜 한국사회는 운동으로 문제를 해결할까?」에 따르면, 과거 우리나라의 폭압적인 권위주의 정권과 강력한 과대성장 국가기구가 작동하는 상황에서 국민 자신의 의사를 직접 정치에 투입할 수 있는 수단은 봉쇄돼 있었다. 김 강사는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이들에게 집회·시위는 최후의 수단이었기 때문에 과거 우리나라에서 집회와 시위는 더욱 빈번히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역사적으로도 우리 선조들은 사회운동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구 교수는 “조선 시대에 선비는 상소를 통해 정치에 참여했고, 서민은 격쟁이나 신문고를 통해 목소리를 냈다. 이런 문화는 3·1운동과 해방 후의 4·19혁명, 80년 민주화의 봄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구 교수는 사회운동 중 집회·시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은 집회·시위를 통해 자신의 사상과 양심, 그리고 정치적 의사를 표현한다”며 “국민의 행복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집회·시위는 보장받아야 할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1966년 UN(국제연합)이 발표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에서 사상·양심·종교의 자유는 보장받아야 할 주요 총칙으로 기록됐다. 우리나라도 헌법 제21조를 통해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며 1990년부터 위 규약을 발효해, 시민들의 집회·시위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선진적이지만, 후진적인
헌법의 보장과 함께 우리나라의 사회운동은 점차 발달해, 현재 세계적으로 선진적인 집회·시위 문화를 자랑하고 있다. 구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독재자의 등장과 함께 인권이 후퇴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탄핵정국에서 촛불 집회라는 큰 업적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불법·폭력 시위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2017년 대비 지난해의 집회·시위 금지 통고는 118건에서 12건으로 89% 감소했다. 또한 2017년 대비 지난해의 미신고 집회는 144건에서 53건으로 63% 감소했다. 시위대와 경찰 간의 중재 역할을 맡는 대화 경찰관 도입, 1인 시위에 대한 기자회견 적극 보장을 비롯한 경찰의 노력 또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후진적인 집회·시위 문화는 아직 우리 사회에 일부 남아있다. 집회·시위 소음 문제가 대표적 예시다. 시위자가 법률에 따른 소음 기준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경찰의 단속이 없을 때는 노래를 크게 틀고 경찰의 단속이 있을 때는 노래를 작게 틀어 인근 주민에게 피해를 준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3일 광화문 집회에서는 폭력 사건도 발생했다. 구 교수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우리 사회가 정치적으로 양극화되면서, 이념화가 사회운동에 반영돼 이제 대규모 집회·시위의 자발성과 순수성이 의심된다”며 “앞으로 사회운동의 이념화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제일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할 때, 대한민국이 진정한 시위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구정우 교수.ⓒ구정우 교수 제공
구정우 교수.
ⓒ구정우 교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