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건강한 치아(齒牙)는 5복 중의 하나로 불릴 만큼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신체 기관이다. 야생동물들이 늙어서 이가 빠지면 사냥을 못 하고, 또한 먹을 수가 없어서 죽는다고 한다. 그만큼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신체의 부위가 아닌가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필자의 어린 시절 때만 해도 노인들 중 치아가 다 빠져서 없는 분들이 많았다. 그랬던 우리나라에 최초로 치과 의술이 들어온 것은 1915년, 치과의사였던 미국 선교사 W.J Scheifley 가 세브란스 연합의학교에 치과학 교실을 시작한 것이 최초의 서양 치과의학 교육이었다.

그 후로 한국 치과 의술은 눈부시게 발전해서 지금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 되었다. 교정을 통해서 치아를 가지런하게 바로잡고 또 성인이 된 후의 잘못된 치아는 심미, 미용시술을 통해 보기 좋은 치아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보존 치과(Conservative Dentistry)로 원래의 치아를 오래도록 보존하게 해 주는 기술도 참 많이 발전했다.

이렇게 치아를 보기 좋게 오래 보존하는 것이 가능해 진 데에는 현대적인 재료가 큰 공헌을 했다. Porcelain 이나 Zirconia를 사용한 Veneer 또는 Crown 이 그 예이고 그러한 수복물을 치아에 잘 붙여주는 접착제(본드)가 필요하다.

필자는 이러한 접착제의 필요가 막 대두될 시점인 1970년대에 미국에서 화학과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다니던 직장에서 처음으로 치과재료에 관한 연구를 하게 되었고 여러 가지 치과 재료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많은 한국 직장인들이 그러했듯 10년동안 회사 일을 내 일처럼 열심히 밤낮을 가리지 않고 했다. 사장이 나에게 회사의 전권을 물려주겠다는 약속도 받았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장을 보게 되었고, 이것이 나의 독립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약속을 어긴 사장을 원망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때가 필자에게는 처음 찾아온 기회였다. 40대의 이민 온 화학자에게 미국 주류 사회를 상대로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하는 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고, 두려움도 없진 않았으나 결국 감행했고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1981년에 나의 이름(Byoung In Suh)의 이니셜을 딴 BISCO라는 이름의 회사를 시작하였고, 그 후 오랜 연구 끝에 All-Bond라는 치과용 접착제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비스코가 일약 세계적인 회사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이런 결정의 덕택에, 모교에도 적으나마 기부를 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오게 되었으니 크게 실패한 인생은 아닌 듯 싶다. 적지 않은 친구들이 내게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이겠지만 나를 가리켜 American Dream을 이룬 사람이라고 덕담을 해 주곤 하는데 내가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단 American Dream의 기준을 좀 낮춰잡는다면 “단돈 60불을 가지고 미국에 유학 와서 공부도 하고 또 기업도 세우고 부족하나마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상태”를 American Dream을 이루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1960년대 당시 한국은 너무나도 가난했었고, 달러가 부족했기에 유학을 가는 학생들에게 까지도 1인당 환전 한도가 50불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되어있는 요즘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상상도하기 어렵겠지만 그때는 그랬다. 환전을 50불을 했으니 내 전 재산은 50불이라고 알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비행기 안에서 환송을 해 주었던 친구가 건네준 담배 한 갑 속에 10불짜리 한 장이 있었던 것을 발견하고는 고마움에 코끝이 찡해졌다. 그때의 고마움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필자가 이 자리에 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성대 화학과를 나온 것을 토대로, 1960년대 당시에는 많은 사람이 생각조차하기 힘들었던, 미국유학의 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꿈을 좇아 나의 길을 걸었고, 그 새 길에 나를 기다리던 기회가 있었다.

John D. Rockeffer, Jr. 가 이런 말을 했다.

You should have a dream. Having one and achieving one is different matter. If you want to succeed, you should strike out on new paths rather than travel the worn path of accepted success. 사람은 꿈을 가져야 한다. 꿈을 갖는 것과 성취하는 것은 다르다. 당신이 성공을 원한다면 남들이 이미 성취했던 길을 갈 것이 아니라 당신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남들이 가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가다 보면 실패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실패는 또다시 좀 더 현명하게 다음 시작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기회는 많이 있지만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그 기회가 자신의 코앞에서 지나가도 기회가 왔다 갔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열심히 자기가 좋아하는 일(그것이 전공과목이든 연구든)을 하면서 기회를 기다리자. 그리하여 내 코앞에 다가온 기회를 놓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는 인생 후배들 미래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이글을 마칠까 한다.

 

서병인 동문(화학과 55, Bisco Inc.회장)
서병인 동문(화학과 55, Bisco Inc.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