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안전지대를 벗어나 모험을 해봐. 그에 대한 보상은 분명 가치 있을 거야” <라푼젤, 2010>

남미 배낭여행을 검색하면 가장 처음으로 뜨는 치안 문제. 사실은 떠나기 전날 밤에도 갑자기 두려움이 불쑥 솟아나서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여행을 출발했다. 단지 남들과는 다른 경험을 하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캐리어를 끌고 다녀온 남미여행은 또 한 번 나의 버킷리스트가 되었고, 꼭 다시 갈 것이다.

남미는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를 써서 나는 손짓과 발짓으로 주로 소통을 했다. 쿠바에서 같이 살사를 추자며 손 내밀던 쿠바노, 자신이 한국어를 배웠다고 자랑하던 볼리비아 우유니 주민, 그리고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얼마나 칠레가 아름다운 도시인지 자랑하던 여행사 직원. 그들은 말도 잘 못 하는 외국인이었던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고, 그들 덕분에 치안에 대한 걱정을 던져버리고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첫 여행지는 바로 쿠바였다. 쿠바에는 아직도 검은 매연을 내뿜는 올드카가 지나다녔다. 또한 와이파이를 쓰기 위해선 카드를 사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 불편함 덕분에 매일 저녁 휴대폰 대신 말레꼰비치의 석양을 보며 사색에 잠겨 조용한 평화로운 그 순간에 취해있었다. 또 올드카 택시를 타고 쿠바 이곳저곳을 다니며 쿠바 주민들과 어울려 놀았다. 그들의 알록달록한 집에 초대받아 같이 모히또를 마시며 즐긴 추억은 수많은 남미여행의 그 어떤 투어보다 값졌다.

남미여행 중 최고의 순간을 꼽으라면 바로 페루의 마추픽추와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이라고 외칠 것이다. 마추픽추로 향하면서 갑자기 쏟아지는 비도 쫄딱 맞고 높은 고도 때문에 숨이 턱턱 막혔지만, 마추픽추는 그 힘듦도 잊고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웅장했다. 안개에 둘러싸인 마추픽추의 광경은 마치 신선이 사는 곳 같았다. 실제로 보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신비로운 광경에 매료당해 가이드의 잉카제국에 대한 설명을 다 한 귀로 흘릴 정도였다. 그리고 우유니 소금사막은 남미여행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다. 끝없이 펼쳐진 하얀 소금사막은 아름답기도 했지만, 탁 트여 있어 해방감 또한 느껴졌다. 특히 밤에는 은하수를 이룰 정도로 많은 별을 볼 수 있는데, 발이 꽁꽁 어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또 우유니 투어를 돌아와서 먹은 라면은 그동안 먹었던 라면 중에 제일 맛있었다.

7개국 여정의 마지막 나라 브라질은 위험한 나라라는 인식이 강해 많은 배낭여행자가 방문하지 않고 지나가지만, 그저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나라였다. 강렬한 주황색이었던 쿠바의 카리브해 노을과는 달리 코파카바나 해변은 부드러운 분홍색의 노을이었다. 여행의 끝자락이라 질릴 만도 한데 계속 감탄하게 되는 광경이 놀라웠다. 50일간의 긴 시간 동안 룰루랄라 놀기만 한 것 같은데, 남미의 거대한 자연경관과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얼마나 작은 공간에서 좁은 식견으로 살아왔는지 깨달았다. 물론 안전 문제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때문에 남미여행을 포기하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다. 세상은 넓고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은 많으며, 특히 남미는 온통 새로운 경험뿐이다. 매일매일의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다면 남미로 떠나자. 남미는 그동안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강렬한 위로를 선사해 줄 것이다.

김지현(국문 17)
김지현(국문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