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채연 (cypark4306@skkuw.com)

지난달 두산 베어스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4연승을 거둔 채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었다. 두산의 완벽한 수비와 키움(구 넥센) 타자들의 멋있는 안타를 구경하는 것은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졌어도 최선을 다하는 야구를 했다”는 말은 그래도 준우승을 한 키움한테나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았다. 시즌 내내 하위권에 머물던 KIA, 삼성, 롯데에는 “감독을 바꿔라”, “니들이 그러고도 프로냐”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프로란 무엇인가. 박민규 작가는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프로의 세계를 이렇게 규정한다. “10개의 프로구단이 존재할 때, 아무리 봐도 5위와 6위가 그럭저럭 평범한 삶처럼 보이고 10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하위의 삶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것이 프로의 세계다. 아마추어처럼 평범하게 살면 치욕을 겪고, 꽤 노력을 해도 부끄럽긴 마찬가지고, 무진장,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해봐야 할 만큼 한 거고, 결국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 만큼의 노력을 해야 ‘잘하는데’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쉽게 범접하기조차 힘든 프로의 세계는, 그 사이에서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기록과 순위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해야만 인정을 받는 곳인 것이다.

82년 후기 리그에서 삼미 슈퍼스타즈는 5승 35패, 1할 2푼 5리의 승률이라는 어마어마한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들의 ‘프로답지 않은’ 경기를 보던 소설 속 주인공은 마침내 무언가를 깨닫게 된다. 자신의 인생도 삼미와 별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지극히 평범하고, 타율로 치면 2할 2푼 7리 정도이고, 그렇다고 모두의 기억에 남을 만한 홈런을 친 적도 없고, 발이 빠른 것도 아닌 그저 그런 삶 말이다.

삼미 역시 지극히 평범한 야구를 했다. 연습도 할 만큼 했고 안타도 칠 만큼 쳤다. 그럼에도 치욕스러운 팀으로 모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이유는 ‘프로’의 세계에서 매겨진 순위 때문이었다. 고교야구나 아마야구에 있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팀이. 냉엄하고, 강자만이 살아남고,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하고, 그래서 아름답다고 하며, 정식 명칭은 ‘프로페셔널’인 세계에 무턱대고 발을 넣어버린 것이다.

마치 삼미 슈퍼스타즈처럼, 우리 세대 역시 무방비 상태로 ‘학업과 취업’이라는 또 다른 ‘프로’의 세계에 던져진 존재들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면 지극히 정상이며 평범한 존재들이, A+과 A와 B라는 학점의 기준으로, 최종 합격과 불합격이라는 잔인한 언어들로 순위가 매겨지고 우열이 가려지고 있는 것이다. 나름 열심히 공부해서 B를 맞아서는 충분하지 않으며, 전공서를 구석구석 칼같이 프로답게 외워 A+을 맞아야 한다. 그냥 준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프로같이 최고점을 맞고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만 직장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보통 이하의 성적을 받고 취업이 안 되면 냉철한 사회에서 ‘쓸모없는 존재’로 치부 당한다.

그냥 노력만 기울여서는 중위권도 할 수 없는, 그저 ‘프로 야구단’이라는 이유만으로 조금만 못해도 팬들에게 욕을 먹는 롯데, 한화, 삼성. KIA, KT, NC, LG, SK, 키움, 두산의 모든 선수와 코치진과 감독들, 그리고 아마추어같이 해서는 안 되고 ‘프로답게’ 학점을 따야 하며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학우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시즌 내내 최선을 다했으며 가치 있는 존재들이라고,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고 싶다.

박채연 부편집장
박채연 부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