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기황 편집장 (rlghkd791@skkuw.com)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사실 1급 모범수인 이춘재일 것이라는 정황이 밝혀지며, 사형 제도에 대한 논란에 다시금 불이 붙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이 국내 미제 사건 중 가장 악명 높은 사건으로 손꼽히는 만큼 많은 사람이 “악마 같은 인간은 살려둘 가치가 없다. 이춘재를 사형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사형 집행을 찬성하는 많은 사람은 ‘피해자는 평생 고통 받고 가해자는 감옥에서 편히 지낸다’고 말한다. 최소한 피해자가 고통 받은 만큼, 가해자도 고통을 받아야 정의가 구현되는 것이라 믿는 것이다. 한편,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접근 가능하다. 죽을죄를 진 사형수들 혹은 이에 준하는 범죄자들을 연명시키는데, 성실한 사람들이 내는 세금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사형 집행을 주장하는 근거로는 매우 매력적이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은 한 명이지만, 옥살이를 한 사람은 두 명이라는 점이다. 당시 경찰은 8차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방범죄라고 판단하고, 윤모씨를 검거했다. 당시 윤모씨의 나이는 22세였다. 윤모씨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20년의 옥살이 끝에 가석방됐다. 죽어 마땅한 죄를 지은 사람 그리고 죽어 마땅한 죄를 억울하게 뒤집어 쓴 사람, 이 둘 사이에 사형 집행이라는 것을 놓고 생각하면 우리는 또 다른 측면을 살펴볼 수 있다.

오판의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그 어떠한 판사도 전지전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판을 내렸는데 이미 사형이 집행된 상황이라면 그 책임은 누가 어떻게 져야 할까. 국가는 흉악 범죄를 억제한다는 명목 하에 무고한 단 한 명의 희생자라도 합리화할 수 있는가. 단 한 명의 순수한 아이를 지옥의 불구덩이에 던져 넣는 것만으로 이 세상을 천국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곳을 우리는 천국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61년 전 실제로 어느 한 정치인이 적국과 내통하고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누명을 쓰고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대한민국에서 ‘진보당 사건’이라고 불리는 사건으로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조봉암은 재판을 통해 합법적으로 살해당했다. 2011년 그는 결국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정작 당사자는 쏙 빼놓은 채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형집행에 대한 논의는 피해자 혹은 유족들에 대한 심리적 보상과 흉악 범죄자의 인권이 정면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무고한 희생자라는 요소가 추가된 삼파전인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은 무고한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법원이 무고한 희생자를 만드는 행위가 흉악 범죄자가 저지른 범죄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체사레 베카리아는 『범죄와 형벌』을 통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법은 살인을 방지하는 데 존재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법이 살인을 허락하고 있다. 어떻게 모든 가치의 최고인 생명을 빼앗을 권능을 국가에 양도했다고 할 수 있는가. 국가는 개개인의 욕망을 조용히 누그러뜨리는 조절자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국가에서 사형과 같은 쓸모없는 잔혹성이 어떻게 뿌리내릴 수 있겠는가.”

박기황 편집장
박기황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