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 코스 요리로부터 유쾌한 탈출을 꿈꾸다
디저트, 코스 요리로부터 유쾌한 탈출을 꿈꾸다
  • 전웅식 기자
  • 승인 2019.11.05 10:06
  • 호수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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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 분자요리 디저트

분자요리, 디저트의 형태와 질감 바꿔
독립된 디저트가 일상에 가까워지려면

디저트는 탄생하는 순간부터 종속적인 존재였다. ‘식후에 식탁 위를 치우다’는 뜻의 어원에서 알 수 있듯 디저트는 독립된 하나의 요리라기보다는 코스 요리의 구성 요소에 가까웠다. 이태원 뒷골목의 한 디저트 가게는 디저트를 코스 요리의 조연에서 하나의 주연 요리로 변화시키고 있다. 디저트의 독립을 꿈꾸는 저스틴 리 셰프를 만나기 위해 지난달 28일 ‘제이엘디저트바’를 찾았다.

제이엘디저트바는 분자요리를 활용해 기존의 통념을 깨고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서의 디저트를 선보이는 공간이다.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실내모습은 일반적인 디저트 카페와는 그 모습과 분위기가 상이했다. 다양한 위스키와 양주가 진열된 벽면은 디저트 전문점의 모습보다는 칵테일 바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저스틴 리 셰프는 분자요리를 디저트에 효과적으로 적용했다. 그는 식재료 고유의 맛은 유지하되 물리·화학적 방법으로 식재료의 △조직 △질감 △형태 등을 변형시켜 완전히 다른 음식으로 재창조해 디저트에 새로운 매력을 더했다. 그는 “디저트도 음식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맛이 중요하다”면서도 “분자요리를 활용하면 다양한 질감으로 위트있게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며 분자요리를 활용한 디저트의 가치를 설명했다.

한편 파티시에가 아닌 셰프로 요리를 시작한 그는 새로운 시각으로 디저트에 접근하고자 했다. 셰프에게 파인다이닝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플레이트 디저트는 코스 요리의 구성품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이를 독립적으로 내세우는 가게를 운영하려는 시도는 당시 해외에서도 드물었다. 특히 대기업 베이커리 기반의 디저트가 중심인 국내 디저트 시장에서 그는 디저트의 독립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저스틴 리 셰프는 바 테이블에서 직접 분자요리 기법을 활용한 라즈베리 디저트를 만들었다. 그는 라즈베리 디저트가 스코틀랜드의 전통 디저트인 크로나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크로나칸은 라즈베리를 비롯한 재료를 컵에 넣어먹는 디저트이다. 그는 라즈베리를 차가운 풍선 형태로 재창조하고 라즈베리 풍선 안에 재료를 채웠다. 컵에 담아먹는 크로나칸의 형태를 풍선으로 변주해 디저트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것이다. 또한 차갑고 딱딱하게 변한 라즈베리 풍선을 깬 후 속의 내용물과 함께 먹는 경험은 새로웠다.

그는 대중화의 가능성을 타파스 디저트에서 발견했다. 기존의 플레이트 디저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팔면서 그는 독립된 디저트를 대중화시키고자 노력했다. 타파스는 스페인 음식 문화의 일종으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간단히 먹는 끼니 혹은 술안주를 의미한다. 그는 “디저트라고 타파스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디저트가 대중에게 더욱 친숙해지기를 바랐다. 그가 최근 새롭게 선보인 버섯을 활용한 타파스 디저트는 주재료 맛에 집중하겠다는 그의 목표가 잘 드러났다. 이 디저트의 핵심은 식재료를 -18도 냉동한 후 회전하는 특수 칼날로 분쇄하여 부드러운 질감으로 만드는 분자요리 기계인 파코젯에 있다. 파코젯을 이용하면 다양한 재료를 △맛 △선도 △색 △영양가 등의 손실 없이 △거품 △아이스크림 △퓌레 등의 형태로 만들 수 있다. 파코젯을 이용한 버섯 디저트는 따뜻하게 먹는 버섯 수프의 맛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새로운 식감을 제공했다. 달달하고 쌉싸름한 다크 초콜릿 크림과 차갑고 짠 버섯 아이스크림의 만남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맛과 식감의 조합을 경험하게 했다.

저스틴 리 셰프는 디저트에 분자요리 기술과 아이디어를 접목해 새로운 맛과 다양한 식감이 조화된 디저트를 만들고 있었다. 산미가 중점적으로 느껴지는 그의 디저트는 달콤함과 부드러움이 강조되지 않고 다양한 맛이 균형을 이뤄 하나의 요리처럼 느껴졌다. 디저트는 식후에 먹는 달콤한 음식이라는 편견을 버리는 것은 어떨까.

바에서 디저트를 만들고 있는 저스틴 리 셰프.사진 | 김나래 기자 maywing2008@
바에서 디저트를 만들고 있는 저스틴 리 셰프.
사진 | 김나래 기자 maywing2008@
통에 담겨있는 분자요리 재료.사진 | 김나래 기자 maywing2008@
통에 담겨있는 분자요리 재료.
사진 | 김나래 기자 maywing2008@
MUSHROOM, YOGHURT, TULAKALUM 75%, HAZELNUT.
MUSHROOM, YOGHURT, TULAKALUM 75%, HAZELNUT.
사진 | 김나래 기자 maywing2008@
라즈베리를 활용한 디저트 RASPBERRY, DULCEY 32%, WHISKY, OAT, HONEY.사진 | 김나래 기자 maywing2008@
라즈베리를 활용한 디저트 RASPBERRY, DULCEY 32%, WHISKY, OAT, HONEY.
사진 | 김나래 기자 maywing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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