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 마음이 담긴 한식 디저트
온고지신, 마음이 담긴 한식 디저트
  • 박철현·김은리 기자
  • 승인 2019.11.05 10:09
  • 호수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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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전통병과 연구가 서명환 셰프, 한식 디저트 카페 김씨부인 김명숙 대표

품위 있는 삼삼한 단맛을 느낄 수 있어
소반의 정갈함에 손맛의 정성이 들어가

우리의 것을 해석해 디저트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 ‘과하지 않은 음식으로 먹는 이를 배려한다’는 그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연희동과 서래마을로 향했다. 전통병과 연구가 서명환 셰프와 한식 디저트 카페 김씨부인을 운영 중인 김명숙 대표를 만났다.

서명환 셰프

우리 역사에서 디저트 문화를 찾을 수 있나.

떡 병(餠)에 과자 과(菓) 자를 쓰는 전통 병과에서 디저트 문화를 살필 수 있다. 병과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일생의 중요한 행사에서 빠지지 않는다. 다만 지금의 시점에서 그때의 음식을 보면 디저트보다는 주식에 가까웠다. 밥을 다 먹었는데 밥을 주는 격이니 전체상을 꾸릴 때 음식이 무겁고 단조로웠다. 따라서 병과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식전 식후에 간소하게 먹고, 전체 식순을 고려했을 때 맛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재해석할 때 무엇을 유의해야 하나.
변화를 시도해도 우리 식문화를 먼저 알아야 한다. 우리의 △음식 △식기 △상차림을 토대로 한 접시의 문화를 만들어서 손님에게 대접하는 것이다. 상차림을 예로 들면 일제강점기 전만 해도 밥상은 가족상이 아닌 독상이었다. 따라서 병과를 낼 때는 어울리는 음료와 한 상을 이뤄 나와야 한다.

또 설명을 곁들이면 좋다. 대추나 사과 등을 수확하는 요즘 계절에는 ‘새로운 과실’과 ‘떡’이라는 이름의 ‘신과병’을 만든다. 이름에 ‘청’이 있으면 음식에 꿀이 들어가고, ‘약’이 있으면 꿀과 참기름이 들어간다. 조상들은 음식의 이름을 지을 때 사용한 재료와 조리방식을 알 수 있게 정리한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설명하면 손님이 재료의 맛과 향을 더 깊게 느끼도록 도와줄 수 있다.
 

병과 디저트의 특징은 무엇인가.
자연이 주는 단맛, 색감 그리고 은은한 향이다. 24절기에서 나오는 식재료가 혀끝으로 쌓이듯이 느껴진다. 우리는 단맛에 중독돼 있다. 음식에 설탕을 거의 넣지 않고 주는 단맛, 자연이 주는 삼삼한 단맛이 진정한 단맛이다. 평소에 음식을 연구할 때 양념의 다이어트를 시도한다. 음식은 양념 맛이 아니라 재료의 맛이어야 한다. 최소한의 양념으로 재료의 맛을 끌어올려야 한다.
 

자극적인 단맛에서 현대인을 구할 방법은.
우리의 상차림 자체가 단아하고 멋스럽고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재현하면 분명히 사람들은 관심을 가질 것이다. 경복궁에 한복을 입고 다니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우리의 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들에게 실제로 문화를 느낄 수 있게 마련하면 삼삼한 단맛을 경험하려는 발길이 이어질 거라 생각한다.
 

김명숙 대표

사진 | 류현주 기자

소반 차림으로 구성한 특별한 이유가 무엇인가.
서명환 선생님께 전통 병과를 배우러 갔는데 소반 차림으로 격식을 갖춰서 병과를 내오셨다. 당시 정갈한 소반을 보고 울림을 받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반 차림에서는 음식의 색감이 중요하다. 음식에 오방색이 들어가면 받는 사람이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한국의 전통 오방색을 따른다. 청·적·황·백·흑에 맞춰 청색은 쑥갓이나 솔잎, 백색은 설기, 흑색은 대추 조란이나 흑임자를 사용한다. 소반은 고재를 맞춰서 쓰는데 오래된 나무의 색깔이 음식을 더 돋보이게 한다.

계절에 따라 메뉴 구성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사계절에 따라 자연이 주는 재료가 다르다. 개성주악, *매작과, 약과는 기본으로 해두고 쉽게 변형할 수 있는 떡 위주로 구성을 바꾼다. 봄에는 꽃이 많이 피니까 화전을 내고 여름에는 증편을 올린다. 가을에는 신과병이나 기품떡 위주로 내고 겨울에는 가을과 비슷한 구성에 견과류를 추가하기도 한다.
 

음식이 소반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대표메뉴인 개성주악은 만드는 과정부터 손이 많이 가는 귀한 음식이다. 찹쌀가루와 밀가루를 곱게 채 쳐서 만든 반죽을 작게 나눠 부드러워질 때까지 많이 주무른다. 작은 반죽을 그냥 기름에 넣으면 가라앉기 때문에 구멍을 내어 저온에서부터 튀긴다. 튀긴 후에는 계피·생강·조청 등을 끓여서 만든 집청 시럽에 담갔다 꺼낸다. 옛날에는 쌀가루나 찹쌀가루가 귀했기 때문에 귀한 손님이 오거나 잔치가 열릴 때만 특별히 만들어 대접했다.
 

한식 디저트의 가치는 무엇인가.
한식 디저트는 기계로 만들지 않고 모두 수작업하기 때문에 체력이 많이 소모된다. 기계로 만들면 딱딱하지만 막걸리를 써서 직접 손으로 만들면 훨씬 부드럽고 먹기도 수월하다. 쪄서 말려 먹는 인삼정과나 오미자정과의 경우에는 이틀에서 사흘 정도 걸린다. 노동집약적인 만큼 정성이 담겨있기 때문에 조그만 게 비싸다는 소리를 들으면 속상할 때도 있다.

다음 주에 직접 파리와 뉴욕에 가서 한식 디저트 전시를 한다. 한식은 세계화가 되고 있지만 한식 디저트의 도약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우리 디저트가 남녀노소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접근성을 넓혔으면 한다.
 

*매작과=꿀과 기름이 들어가는 유밀과 중 하나로, 모양이 ‘매화나무에 참새가 앉은 모습’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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