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 배는 따로 있으니까
디저트 배는 따로 있으니까
  • 박철현 기자
  • 승인 2019.11.05 10:19
  • 호수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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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배경에 따라 변화하는 디저트
디저트 문화, 소확행을 추구하는 쉼의 방편

디저트는 예쁘다. 역사적으로 각 시대가 요구했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그릇이었다. 식문화의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점차 화려함을 덜어내는 과정을 거쳐 최근엔 실험적인 디저트가 우리를 즐겁게 한다. 식사의 조연이지만 맛과 기분을 달콤하게 하는 디저트를 조명해보자.

#디저트 #청신호
인천광역시 구월동의 한 골목에는 젊은 디저트 가게가 있다. 양과자점의 대표 이미영(24) 파티시에는 마들렌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인기 디저트 품목인 마카롱을 택하지 않고 마들렌을 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남들이 많이 하지 않은 디저트를 개발해 다양한 맛으로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달 19~20일 열린 2019 서울디저트페어에 참가했는데 인기 디저트 품목에 뒤지지 않고 준비한 마들렌을 대부분 판매했다. 이후 그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이 오는 소비자도 생겼다며 “디저트에 대한 관심도가 많이 높아진 것을 체감했다”고 전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디저트 시장규모는 매해 기록을 경신하며 올해는 2조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한국방송통신대 관광학과 김철원 교수는 시장의 호황을 분석했다. 그는 “우리의 제과제빵 기술이 발전하고 업계인력이 늘어나면서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갖췄다”며 “스마트기기의 보급과 SNS의 인기는 마케팅 측면에서 시각 자극의 중요성을 높였는데,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디저트가 그 장점을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비주류 디저트에도 발길이 이어지는 등 디저트 시장의 청신호가 켜졌다. 이런 모습에 대해 『디저트의 모험』의 저자 제리 퀸지오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됐다”며 디저트의 대중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약 2만 명의 관람객이 2019 서울디저트페어를 찾았다.
약 2만 명의 관람객이 2019 서울디저트페어를 찾았다.
ⓒ서울디저트페어 제공


화려함에서 단순함으로
디저트란 단어는 프랑스어 ‘desservir’에서 유래한다. 이는 ‘식후에 식탁 위를 치우다’는 뜻으로 정찬 후에 먹는 음식을 의미한다. 『디저트 이야기』에서는 디저트의 기원에 대해 고대 그리스에서는 철학자와 시인이 모인 향연에서 식사 후에 물로 희석한 독한 와인을 마시고 치즈와 말린 무화과 등을 즐겼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중세에 들어서자 소화를 돕는다고 알려진 생강 등에 양념에 설탕을 넣고 졸인 음식으로 식후 입가심을 하는 것이 유행했다고 한다.

신대륙에 사탕수수 농장이 대규모로 생겨난 후 설탕값이 폭락하면서 디저트는 꽃을 피웠다. 설탕공예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디저트가 탄생했으며 유럽 궁정의 만찬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겉치레와 정교한 장식을 원하던 당시 풍조가 디저트를 화려하게 했다. 이 분야의 대가는 앙투안 카렘이었다. 그는 현대 요리의 기초를 세웠다고 평가를 받으며, 그가 체계화한 소스와 음식을 장식하는 방법은 현대 주방에서도 이어질 만큼 천재 파티시에로 불렸다. 그는 디저트에 건축학을 접목해 정교하게 디저트를 쌓아 올린 피에스몽테를 만들었다. 디저트로 로마식 저택, 베네치아 분수 등을 구현하며 카렘의 손을 거친 식탁은 예술로 가득했다. 그의 식탁이 프랑스와 러시아의 외교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정도이다.

19세기가 되자 격식을 덜 중요시하는 시대가 됐고 20세기가 되자 단순함은 시대적 명령이 됐다. 제리 퀸지오는 그의 저서에서 “1960~1970년대는 전쟁에 반대하고 인권을 부르짖는 운동이 격렬했던 문화적 대격변의 시기였는데, 젊은 프랑스 셰프들도 고전 요리에 대한 반발로 △신선한 재료 △짧아진 메뉴 △음식을 예술적으로 배치하는 플레이팅 법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파이의 뚜껑을 제거하면 새들이 날아올랐던 화려함의 식탁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디저트는 단순함을 중시하며 맛과 신선함을 신경 쓰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더불어 다양한 산업이 발전하면서 디저트를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새롭게 실험적으로
20세기가 끝날 무렵 스페인의 엘불리라는 식당에서 또 다른 요리의 흐름이 등장했다. 페란 아드리아 셰프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존 음식을 해체했다. 『그림의 맛』의 저자 최지영 아트다이너는 “그의 요리 기저에서 대상을 완전히 분리하고 해체한 후 해석을 바탕으로 재구축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한 경향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드리아는 재료의 질감이나 조직을 변형하거나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창조하는 분자요리를 제시했다. 액체질소를 사용해 손님 앞에서 즉석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것이 분자요리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디저트를 제작하는 시도가 등장하고, 짭짤한 음식에만 어울린다고 여긴 재료들을 이따금 디저트에 접목한 시도도 등장했다. 제리 퀸지오는 이런 시도를 두고 “디저트의 경계가 무너졌다”고 표현했는데, 이는 단맛으로 고정된 디저트의 개념에 도전하고 다양한 실험을 곁들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디저트 #소확행
2019 서울디저트페어 행사 양일간 약 2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 디저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서포터즈로 활동한 정혜원(21) 씨는 “어린아이들도 즐겁게 웃으며 디저트를 먹는 모습에 행복이 전해졌다”며 남녀노소 디저트를 즐긴 모습을 본 소감을 전했다. 김 교수는 디저트를 찾는 소비자가 ‘작은 사치’를 통해 자기 보상을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새로운 풍조가 문화의 새로운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단순히 식후에 입안을 정리해주는 식사의 기능이 아닌 경제·문화·사회적 세태를 보여주는 현대인들의 새로운 ‘쉼’의 방편이라고 디저트 문화에 대해 정리했다. 한편, 구월동 골목 마들렌 가게의 젊은 파티시에는 “요리하는 사람은 맛보는 목적 외에는 직접 만든 음식을 잘 먹지 않는데, 저는 제가 만든 디저트를 즐겨 먹는다”며 웃으며 말한다.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쉬어갈 수 있는 음식이 디저트라는 그의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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