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유리 기자 (dbfl1222@skkuw.com)
  일러스트 | 장선주 외부기자

투명한 회계처리 기대돼
회계비용은 비용 아닌 투자

한국 사회는 끊임없는 회계스캔들로 고질적인 병을 앓고 있다. 최근 이런 문제를 개혁하고자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의 개정을 통해 회계개혁을 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사회는 회계와 경제에 얼룩진 분식(粉飾)을 닦아내고 투명성을 찾을 수 있을까.

회계장부와 분식회계란
회계는 기업이 경영 성과와 재무 상태를 재무제표를 통해 화폐액으로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 재무제표는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정보이다. 공인회계사가 기업이 작성한 재무제표를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서 공정하고 정확하게 작성됐는지 확인한다. 따라서 회계장부 작성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기업에게 있고, 이차적인 책임은 감사인에게 있다.

회계투명성이 낮다는 것은 분식회계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분식(粉飾)은 ‘실제보다 좋게 보이도록 거짓으로 꾸미는 것’이라는 뜻으로, 분식회계는 회사의 실적을 실제보다 좋게 보이도록 고의로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분식회계의 목적은 △기업가치 증대 △대출 신용등급 상승 △성과급 효과 △세금 회피 △주가 상승 등이 있다. 일부 기업은 부채의 과소계상, 수익의 과대계상 등의 방식으로 재무적 어려움을 감추고 이해관계자들을 속여 기업의 효용이나 시장가치를 높인다.

우리나라의 회계 투명성은 수년째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스위스 국제 경영개발대학원(IMD)이 OECD 회원국 및 신흥공업경제지역(NIEs)을 대상으로 해마다 발표하는 ‘기업이사회의 경영감독 효과성과 회계감사의 적절성’에 따르면 63개국 중 한국은 2018년 62위, 2019년에는 61위로 밑바닥을 맴돈다. 수치가 보여주듯이 한국 사회에서 크고 작은 회계스캔들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1998년 대우그룹을 시작으로 2002년 SK글로벌, 2012년 저축은행 및 STX조선해양, 2013년 동양그룹·모뉴엘·대우건설 등 대규모 분식회계가 끊임없이 일어났다. 부실한 감사와 회계 처리에 따른 재무제표가 기업의 경영 실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며, 결국 시장에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 대형 분식회계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외부감사법의 전면적인 개정이 이뤄졌다.
 

회계투명성이 낮은 이유는
회계감사의 투명성이 낮은 이유는 첫 번째로 ‘감사인 자유수임제’로 인해 감사인의 독립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감사인 자유수임제는 기업들이 직접 자신을 감사할 회계법인을 선정하는 제도다. 따라서 감사인이 기업의 감사 계약을 확보해야하는 입장이 된다. 이는 기업에게 엄격하고 공정한 감사를 하기 어렵게 만든다.

두 번째로 회계투명성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이 깊다. 이효익(경영) 교수는 “한국 기업은 소유주와 경영자가 분리돼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재벌구조 같은 기업의 지배구조 특성상 제1주주이자 경영자의 이익을 위해서 왜곡된 재무보고가 이루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회계부정에 관대한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이 교수는 “미국 기업 월드컴이 2002년 대규모 분식회계를 저질렀을 때 최고경영자는 사면 불가 조건으로 25년 징역형을 받았다”며 “회계부정으로 자본주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에 대한 엄중한 경고를 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분식회계 범죄를 저지른 경영주들은 대부분 사면되는 경우가 많다. 경제성장이 우선이기 때문에 회계 부정의 처벌에 관대해지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며 의식적인 측면에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계 불투명은 경제를 멍들게 한다
회계 불투명 때문에 일차적으로는 소위 ‘개미 투자자’라고 일컬어지는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본다. 기업이 공시한 잘못된 회계 정보를 믿고 주식투자를 하는 개인이 손해를 보는 것이다. 회사의 경영 성과가 좋다고 보고했는데, 실제로는 그것보다 훨씬 좋지 않다는 것이 밝혀지면 주식 값이 떨어진다. 이들은 손해를 보더라도 같은 피해를 본 소액주주를 모아 집단으로 소송을 내기 어렵고, 소송이 접수되더라도 주식시장 관련 손해배상 소송은 판결이 나는데 수년이 걸린다.

또한 회계불투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의 주원인으로 지적받는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의 회계보고서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의 주가가 가치에 비하여 저평가되는 현상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약 35%는 외국인 투자자인데, 그들은 대한민국 기업이 만든 회계보고서에 올해 1000억의 수익이 기록돼도 액면보다 낮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실질적인 주식 가격도 그만큼 낮게 형성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회계 불투명은 국가 전체적으로 투자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국가는 수익이 좋은 기업에게 투자하는데, 그 기준이 잘못된다면 국가의 재정도 잘못된 방향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국가 전체의 자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투자 우선순위는 투자효율성이 가장 높은 기업이 돼야 한다. 투자를 받은 기업이 고용을 창출하고 국가의 부도 증가시킨다”며 정확한 회계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외감법을 통한 회계개혁
눈에 띄는 변화는 개정된 외부감사법의 제11조 제2항 및 제3항의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다. 상장법인 및 소유와 경영의 미분리 회사에 대해 6년간은 기업이 감사인을 자유롭게 수임하고, 다음 3년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이다. 기존의 감사인의 독립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던 자유수임제와 달리 감사인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기업과 회계법인의 유착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방지해, 공정하고 엄격한 감사를 수행하도록 하는 취지이다.

다음은 외부감사법 제16조 2의 표준감사시간제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표준 감사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하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금융감독원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한다. 표준감사시간은 감사인이 회계감사기준을 지키고 감사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시간을 말한다. 하지만 표준감사시간제에 대해 상장사협의회를 비롯해서 재계의 반발이 이어졌다. 감사 시간은 기업이 지급해야하는 감사 수수료와 직결돼있기 때문이다. 기업 측의 의견을 반영해 한국공인회계사회는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표준감사시간제를 완화했다. 표준감사시간제를 적용하되 직전 사업연도 감사시간의 130%를(자산규모 2조원 이상은 150%) 초과할 수 없도록 감사시간 상한제를 도입했다.
 

긍정적인 변화 기대돼
개정된 외부감사법으로 인해 감사분위기는 엄격해졌다. 금융감독원이 2018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적정의견을 받지 못한 상장법인은 전년 대비 11개사가 늘어난 43개사로 한정의견 8개사, 의견거절 35개사로 집계됐다. 앞으로도 감사인의 독립성의 확보로 투명한 회계처리가 기대된다.

그러나 제도적 차원 외에도 인식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이 교수는 “깐깐하고 비싼 감사인을 귀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영자가 적극적으로 좋은 감사인을 쓰고 정직한 감사를 받아 기업의 실적을 공인하면 결과적으로 기업의 명성은 올라가고 경영능력도 높이 평가받아 서로 이득이라”며 “감사를 철저히 받는 것은 손해가 아니라 이익이다”라고 강조했다. 회계비용은 비용이 아닌 투자임을 깨달을 때, 한국경제는 더 투명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