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수빈 기자 (csubingood@skkuw.com)
이지영 스타강사. 사진 | 김나래 maywing2008@
이지영 스타강사. 사진 | 김나래 maywing2008@

 

 

건실한 사회인으로
성장한 제자들 보며 뿌듯함 느껴

사회에 선한 영향력 베풀기 위해
재단 설립

오는 14일은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인생의 큰 관문 앞에 놓인 수험생을 가르치고 이끌어주는 이들이 있다. 화면 너머의 선생님, 인터넷 강사다. 한 인터넷 강의 사이트 사회탐구영역(△사회문화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지영 강사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사 이전의 이지영은 어떤 사람이었나.
학창 시절에는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어요. 공부를 하고 싶은데 책 살 돈이 없어서 선배가 풀던 문제집을 주워서 풀기도 했죠. 어려운 가정환경을 두고 주위에서 눈치를 주기도 했어요. 그때는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닌데도 주변 환경 때문에 지탄을 받거나 손가락질받았던 게 너무 서럽고 속상했어요.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한 분야의 최고가 돼야 하고, 한 분야의 최고가 되기 위해 우선 대학부터 최고로 좋은 곳에 들어가야겠다고 다짐했죠. 그렇게 독한 마음으로 공부해서 서울대학교에 입학했어요.
좋은 생각과 좋은 시야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세상을 바꾸는 철학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혼자 철학을 공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방식을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윤리교육을 전공했죠. 대학 시절에는 놀기도 잘 놀고,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뭐든지 적당히 하거나 중간에 머무르는 법이 없고 늘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강사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철학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빨리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전공을 살려 임용고시를 준비했죠. 그렇게 고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다가 가르치는 데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당시에 사회문화와 윤리 과목을 가르쳤는데, 제 수업 방식을 좋아해 준 학생들이 다른 과목도 가져와서 가르쳐달라고 하더라고요.
교사 생활을 하던 도중 근본적인 삶의 목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문득 제가 교사라는 직업에 안주해버리면 인생의 또 다른 도전을 못 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예전부터 꿈꿨던 학자의 길을 걷기 위해 교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대학원을 다니던 중 해외 유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강의를 시작했어요. 초등학생 논술 강의를 하다가 실력을 인정받아 서울대 논술 대비반을 맡게 되고, 논술 문제를 적중하는 바람에 논술 강사로 대치동에 입성하게 됐어요. 그 학원에서 제 전공이 윤리교육인 걸 알고 윤리 강의도 해보라고 제안했고, 강의가 유명해지면서 유명 재수 종합학원인 종로학원에 최연소로 들어가게 됐죠. 그 후 EBS와 현재 일하고 있는 스카이에듀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인터넷 강의를 시작하게 됐어요.
 

강의 목표와 강의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학원 강사인 저의 일차적인 목표는 학생들의 성적을 올려주는 거예요. 두 번째 목표는 학생들이 제가 가르치는 과목을 공부하면서 공부에 즐거움을 느끼도록 도와주는 거죠. 사회탐구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이 오르는 경험을 함으로써 다른 과목 공부에도 흥미를 갖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마지막 목표는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만날 수 없는 새로운 질문을 접하게 하는 것이에요. 수업 시간에 현재의 교육과정을 넘어선 여러 질문을 건네면서 학생들이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답을 찾게 도와주고 싶어요.
강의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학생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것이에요. 좋은 강사는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는 강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모든 인터넷 강의 사이트 Q&A 게시판을 다 읽으며, 학생들이 어떤 질문을 많이 하고 어떤 부분을 궁금해하는지를 파악했어요. 그런 부분을 강의에 반영해 학생들이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도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강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보람찼던 경험은 무엇인가.
강사 생활 초창기에는 학생들에게 메일을 받아 직접 고민 상담을 해주기도 했어요. 한 학생이 ‘너무 힘들어서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기도 했는데, 선생님의 답장을 받고 다시 열심히 살아보고 싶어졌다’고 메일을 보냈어요. 그때 강사로서 뿌듯함을 느꼈죠. 강의를 시작한 지 12년이 지난 지금은 많은 제자가 사회인으로 건실하게 성장했어요. 교사가 된 학생도 있고, 공무원이 된 학생도 있죠. 경찰서에 가도 구청에 가도 제자였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요. 변호사가 된 제자로부터 무료 변론을 해드리겠다는 연락이 온 적도 있죠. 이렇게 제자들이 사회에 나가서 자리 잡고 있는 걸 보면 보람을 느껴요.
 

강사로서 현 교육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재의 교육제도는 경쟁을 부추기고 줄 세우기에 급급하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에게 경쟁보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법, 남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방법 등을 가르쳐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시험제도 역시 기계적으로 정량화된 성적을 내기보다는 정성적인 평가를 했으면 좋겠어요. 한 사람의 인생을 시험 하나로 평가할 것이라면 그 평가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재의 교육제도를 이렇게 바꾸기는 쉽지 않겠죠.

 
강사들 간의 경쟁은 어떠한가.
처음 인터넷 강의를 시작했을 때는 너무 바빠서 경쟁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요. 저를 라이벌 삼아 학생을 뺏으려는 하는 강사들이 있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죠. 제가 사회탐구 영역에서 1등이 됐을 때는 루머를 퍼뜨리거나 저격을 하는 등의 공격이 들어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것 역시 신경 쓰지 않았어요. 다른 강사를 견제하기보다 학생들에게 무엇을 더 제공하고,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하는 데 시간을 쏟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학생들에게 해주는 조언이 담긴 ‘쓴소리 영상’이 유명하다. 학생들에게 이런 조언을 해주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저는 학창 시절에 사춘기 우울증을 겪었고 그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어요. 경제적으로도 힘들었고요. 그래서 저는 수험생활이 공부 이외의 것들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학생일 때는 이런 문제를 상담할 멘토가 없었기 때문에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이런 고민을 상담해주고 싶었어요. 강사 초창기에는 이메일로 직접 상담을 했는데, 점점 개수가 많아지면서 모든 메일에 직접 답장을 해주는 게 불가능해졌어요. 학생들이 답장을 기다리는 것도 너무 힘들 것 같았고요. 그래서 이메일 상담을 중단하고 이런 것들을 강의에서 이야기해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몇 년간 아이들이 이메일로 말했던 공통적인 고민에 대한 답을 영상으로 찍게 된 거죠.
 

여자 강사로서 힘든 점이 있다면.
사실 학원 강사는 성별을 불문하고 힘든 직업이에요. 그렇지만 여자 강사는 외모에 대한 평가와 각종 루머에 시달린다는 점이 더 힘든 것 같아요. 또한 여자 강사에 대한 편견을 깨기도 힘들었어요. 강사 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여자 강사는 실력이 없다’나 ‘여자 강사는 책임감이 없다’라는 편견이 강했거든요. 그런 편견을 깨부수고 실력으로 증명해 보인 게 저에게는 큰 기쁨이었죠. 덕분에 지금은 학원에서 많은 여자 강사가 강의하고 있어요. 물론 높은 위치에 올라오는 여자 강사들이 더 많아져야겠지만, 학원가에 선생님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선택받지 못 하는 일은 없어졌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강의를 중단했다가 복귀했다. 그때의 심정은 어땠나.
건강을 회복하면서 강의를 통해 따뜻한 말을 건네며 위로를 해주고, 삶의 위기에 빠졌던 사람에게 희망이 되는 것이 저의 사명을 수행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강의에 복귀했어요.
복귀한 후에는 학생들을 위해 무조건 건강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복귀 후에 또다시 강의를 중단하면 학생들에게 큰 상처가 되리라 생각했거든요. 아프기 전에는 하루에 3시간씩 자면서 무리해서 일했는데, 복귀 후에는 잘 먹고 잘 자면서 건강관리에 힘쓰고 있어요.
 

최근 재단을 설립했다. 설립 계기와 목표는 무엇인가.
원래부터 장학재단이나 연구재단을 세워 기부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지난해에 크게 아프고 건강을 회복하면서, 좋은 생각으로 세상을 바꾸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삶의 목표를 다시 상기했어요. 그 후 더 이상 재단 설립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살면서 제가 받은 보상들이 온전히 나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에 환원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재단을 설립했죠. 앞으로는 재단을 통해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베풀고 싶어요.
 

앞으로의 강의 계획은 어떠한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제 목표는 학자가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적당한 시점에서 강의를 관두고, 연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삶의 목표를 다시 생각해보니, 강의하면서 만나는 것들이 제가 진짜 꿈꾸는 것들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저를 찾아주는 학생이 있는 한 계속 강의를 할 거예요. 비록 올해까지는 수능 강의에만 매진했지만, 앞으로는 대학생, 사회인으로 대상을 넓혀 교양강의를 많이 할 생각이에요. 대학생이 돼서도 제 메시지를 듣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고, 사회인 중에서도 저와 더 깊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런 강의는 기존의 인터넷 강의 플랫폼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아 유튜브를 시작해볼 예정이에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목표를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얼마만큼의 연봉을 받느냐’로 설정하면, 그 사람의 꿈은 단순히 직업에 한정되는 것이에요. 저는 학생들이 특정 직업으로 자신의 꿈과 삶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는 좋은 질문의 답을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으며, 인류의 미래에 나는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가’와 같은 고차원적인 목표를 세워 이뤄나갔으면 좋겠어요.

이지영 강사의 2020학년도 수능대비 교재 표지 ⓒ 이지영 강사 제공
이지영 강사의 2020학년도 수능대비 교재 표지 ⓒ 이지영 강사 제공
현장 강의를 하고 있는 이지영 강사 ⓒ 이지영 강사 제공
현장 강의를 하고 있는 이지영 강사 ⓒ 이지영 강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