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기황 편집장 (rlghkd791@skkuw.com)

유명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는 본인의 채널에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는 박막례 할머니가 햄버거 가게로 향하며 “우리는 기계 있으면 바로 나와부려, 안 들어가. 그거 안하는디로 가자. 사람이 갖다 주는 데로”라고 말하는 것과 더불어 키오스크를 이용한 주문에 어려움을 느끼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키오스크에 그가 극복해야 할 어려움은 너무나도 많았다. 작게 띄워진 글과 사진은 메뉴를 제대로 읽지도 못하게 만들었고, ‘테이크 아웃’이라는 영어는 그가 이해하기엔 너무 난이도가 높았다.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나선 그가 마주한 것은 시간 초과로 인한 “계속 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였다. 우여곡절 끝에 주문한 음식도 결국 그가 원하는 음식이 아니었다.

영어를 비롯한 다양한 언어로 번역을 지원하는 키오스크에서 다양한 국적의 이용자들을 배려하고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은 오히려 소외되고 있다. 높게 설치된 터치스크린에서 장애우에 대한 배려를 전혀 느낄 수 없으며, 외국어와 디지털 기기 이용에 취약한 노년층을 위한 배려도 찾기 힘들다.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것과 동시에 편리한 기술로부터 소외되는 계층도 늘어나고 있다.

온갖 IT기기들이 생활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지금 생각보다 많은 활동이 디지털 기기를 통해 이뤄진다. 키오스크를 사용할 줄 모르면 이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도, 음식점에서 음식을 주문할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키오스크뿐만이 아니다.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활동이 늘어나 다양한 방면에서 삶은 편리해졌지만 동시에 불편해졌다. 누군가에게는 편리한 도구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넘기 힘든 진입 장벽이 돼버렸다. 디지털 격차가 소비의 격차로 이어지고, 소비의 격차는 삶의 질 격차로 점점 확대된다.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사회는 불행하다. 누구든 약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자와 강자의 구분은 늘 상대적이다. 통상적으로 늘 강자의 입장에서 있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그마저도 나이가 들고 노화를 피할 수 없으므로 언젠가는 약자가 된다. 약자의 입장을 외면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해하는 일이다.

 이러한 약자들에 대한 배려는 대개 거창한 것이 아니다. 휠체어를 탄 사람, 키가 작은 사람을 배려해 높이 조절 기능을 추가하는 것, 자동화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해 음성 인식 기능을 추가하는 것 등은 분명히 현대 과학 기술로 구현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저런 사소한 배려가 약자를 그가 처한 어려움으로부터 구해낸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기업 측에서 비용이 늘어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런 사소한 배려를 외면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약자를 위한 배려에 투자할 비용과 투자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중 어느 것이 더 클지는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결정으로 인해 해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제는 국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하지 않을까.
 

박기황 편집장
박기황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