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인영 (ciy0427@skkuw.com)

 

공수처 법안 2개 - 하나만 본회의 통과 가능
필요성, 권한 이양 등 논쟁 지점 복잡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과 조국 사태를 거치며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주제가 있다. 고위공무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다. 다음달 3일에 국회로 *부의될 예정인 공수처 설치 법안이 무엇이고 어떤 점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을까.

고위공무원범죄수사처란?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중점적으로 수사 및 기소하는 독립기관이다. 공수처 설치 법안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이 화제일 때부터 이슈였지만 당시 처음 발의된 법안은 아니다. 공수처는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가 발의한 부패방지법에서 처음 언급된 이후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수처 신설을 시도하는 등 20년 이상 법안으로 논의된 역사가 있다.
패스트트랙으로 발의된 공수처 설치 법안은 지난 4월 29일부터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심사 기간을 거쳤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국회법에 따라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180일 동안 심사를 거친 뒤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체계 및 자구 심사를 최장 90일까지 가질 수 있다. 이 기간 내 심사를 마치지 못했다면 기간이 끝난 뒤 다음날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된다. 이후 국회의장은 부의된 법안을 60일 이내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로 처리한다. 이에 따라 지난달 29일 문희상 국회의장은 다음달 3일 국회 본회의에 해당 법안을 부의하기로 했다.
다만 문 의장은 이번 법안이 180일의 소관 상임위 심사 기간은 충족했지만, 체계 및 자구 심사 기간을 모두 채우지 못해 이 기간을 모두 채운 후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지난달 29일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12월 3일까지 한 달이 넘는 기한을 문 의장이 잡은 것은 여야 3당 교섭단체 대표들이 꼭 이 기간에 합의하라는데 방점이 있는 것”이라며 “법안을 갖고 논란을 벌이기보다는 그 기한 동안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합의안을 만들도록 독려하고 촉구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공수처 설치를 제안하는 법안은 2개인데, 두 법안은 다음달 3일 본회의에 부의되지만 바로 본회의에 상정돼 의결되지는 않는다. 또한, 여야 의원의 협상을 통해 둘 중 하나의 법안만이 본회의를 통과하게 될 예정이다.
 

공수처를 설계한 두 개의 법안
현재 패스트트랙으로 선정된 공수처 설치 법안은 두 개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여야 4당 합의안(이하 백혜련 안)과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발의한 추가 발의안(이하 권은희 안)이다. 두 법안의 뼈대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세세한 사항이 달라 그에 따른 법안 통과 이후 영향이 미칠 범위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백혜련 안을 기준으로 두 법안의 기본 골격을 살펴보자면, △공수처에 *기소권을 제외한 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되 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권을 갖는다 △공수처의 수사 조사관은 5년 이상 조사·수사·재판의 실무 경력이 있는 자로 제한한다 △공수처장 추천위원회는 여야 동수로 2명씩 추천하되 위원 5분의 4 이상 동의를 얻어 추천된 2인 중 대통령이 1인을 지명해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한다 △나머지 수사 대상에 대한 기소권은 현행대로 검찰이 갖지만, 공수처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법원이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청하는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권은희 안을 살펴본다면 현재 두 법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세 가지다. 백혜련 안과 비교해 권은희 안이 가지는 차이점은 △공수처장 임명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공수처 내 검사 임명은 대통령이 아닌 공수처장이 하도록 한다 △기소권을 일반인들로 구성하는 기소심의위원회에 부여한다 △수사 대상을 고위공직자뿐만 아니라 그의 부패범죄로 확대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차이점에 공수처의 권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법학과 장영수 교수는 백혜련 안이 권은희 안보다 공수처의 구성과 활동에서의 통제를 조금 더 신경 쓴 법안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양 안이 설계하는 공수처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같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홍익대 법학과 임종훈 교수는 권은희 안에 비해 백혜련 안에 의한 공수처의 기소권 행사의 대상이 제한적이라 공수처의 권한이 축소된다는 차이점을 꼽았다.
 

공수처, 무엇을 중심으로 대립하나
공수처 설치 법안은 반년째 뜨거운 감자다. 두 개의 법안 중 무엇이 통과될지도 쟁점으로 떠오르지만, 공수처 설치 자체의 정당성과 합법성, 그리고 공수처가 갖게 될 권한의 범위 역시 대립하는 점이다.
우선 공수처의 필요성은 찬반이 가장 크게 나뉘는 지점이다.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다는 점을 두고 보면, 사법 특권을 효과적으로 해체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주장과 사법 체계를 파괴할 수 있어 설치를 반대하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립에 임 교수는 “현재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특별검사제도(특검)가 있듯이, 공수처 제도가 사법 체계를 파괴한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반대의 입장에서도 공수처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공수처가 고위공직자의 특정 범죄에 대하여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형태로 변질된다면 공수처를 해결책으로 보기 어렵다. 장 교수는 이 점에 대해 “홍콩 등 일부 국가에 공수처와 유사한 제도가 있지만, 공수처와 같은 형태의 독립수사기관은 일반적이지 않고 잘못 운영된다면 새로운 권력기관이 하나 더 늘어나기 때문”이라며 “공수처의 양면성 중 문제점이 더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의 변질과 함께 공수처 소속 인원수 역시 문제다. 장 교수는 “두 법안이 규정하는 정원 범위에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공수처의 관할 사건 범위가 방대하지만 공수처의 인력 규모는 작다. 두 법안 모두 검사의 숫자를 25인 이내로, 수사관의 숫자는 백혜련 안에서는 30인 이내, 권은희 안에서는 40인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두 개의 안 모두 검찰이나 경찰에서 수사관을 파견받은 경우 이를 정원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며 “최근 조국 전 장관 등의 사건에 투입된 검사 및 수사관의 숫자를 생각할 때 두 법안이 규정하는 공수처의 조직 규모로는 대형 사건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기 어렵다”며 우려를 표했다. 여러 개의 사건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공수처로써 사건들을 제대로 처리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 분명하다는 것이 장 교수가 지적하는 다른 문제점이다. 결과적으로 공수처가 설치되더라도 인력 부족으로 인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고, 검·경은 관할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사건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공수처의 설치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설치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공수처가 검찰과 경찰로부터 수사권과 기소권을 이양받기 때문에 공수처 설치 법안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함께 처리돼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에 관해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경 수사권이 제대로 조정된다면 공수처는 불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수처로 이양되는 검찰의 권한에는 우선 수사권이 있다. 고위공직자가 특정 범죄를 저지른 경우 기존 검·경이 갖던 수사권을 공수처로 이양한다는 내용을 두 법안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소권도 백혜련 안에 의하면 법이 정한 일부 고위공직자가 행한 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이 기소권을 갖게 되고, 권은희 안에 의하면 모든 고위공직자에 대한 기소권을 기소심의위원회가 행사하게 된다. 기소권의 경우 국회를 통과하는 법안에 따라 검찰의 기소권이 여전히 일부 유지될 수도 있어 공수처가 목표로 하는 검찰 개혁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공수처의 목표, 검찰 개혁
이러한 우려의 배경에는 검찰이 그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한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현재 검찰은 모든 범죄에 대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지고 있는데, 이 중 기소권은 검찰이 독점하고 있다. 또한 검찰이 정권에 따라 그 수사의 강도를 다르게 하는 성향 자체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검찰의 수사권 오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요구 역시 공수처 설치 법안의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검찰 개혁의 대안으로 공수처를 주장하는 것이다. 검찰 개혁을 문제시해 현재까지 나온 방안은 두 가지로 갈리는데, 그중 하나가 공수처 설치 법안이고 다른 하나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다. 전자의 골자는 외부적 통제를 통해 수사권 오남용을 막자는 것이고 후자는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해 경찰로 보내자는 내용이다.
두 방안이 동시에 진행되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우선 장 교수는 “두 방안 간 모순이 발생한다는 점”을 꼽았다. 현재 공수처 설치 법안의 견제 대상은 수사권을 오남용하는 검찰인데,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로 이양하자는 내용이 주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공수처 설치 법안이 동시에 상정돼있는 상황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통과한다면 공수처의 견제 대상이 검찰에서 경찰로 바뀌지 않는 이상 공수처를 통해 검찰 개혁을 진행하는 의미가 없어진다. 두 번째 문제는 “공수처에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이양했을 때 공수처의 권한 남용이나 전횡을 견제할 기구나 대상이 없다는 점”이라며 임 교수가 추가로 덧붙였다.
이러한 쟁점에 대검찰청은 지난 5월과 지난달 두 번에 걸쳐 공수처 설치 관련 의견서를 내며 입장을 표하고 있다. 대검찰청이 제출한 의견서에는 “공수처 자체는 수용하나 영장청구권과 재정신청권에는 위헌 소지가 존재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의견서에 담긴 위헌성에 임 교수는 영장청구권과 관련해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헌법 제12조 제1항 제3호 및 제16조에 근거하는데, 독립수사기관인 공수처 소속 검사가 헌법 제12조와 제1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검찰청의 검사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검찰이 제시한 위헌성의 근거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공수처 설치 법안에서는 공수처 검사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으며, 그 직무와 권한에 관해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규정돼 있으므로 헌법상 검사의 권한인 영장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다”며 재정신청권 역시 같은 원리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 역시 “헌법상 영장청구는 검사의 신청에 따라 법관이 발부하게 돼있는데, 공수처 내 검사를 두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다”며 “검사는 검찰청에 소속되도록 하는 검찰청법 규정이 있지만, 이는 헌법사항이 아니기에 공수처 설치 법안에서 이에 대한 예외를 두는 것이 위헌이라고 볼 이유는 없다”고 보충했다.
 

국회 부의, 그 이후
공수처 자체의 필요성과 권한 이양이 문제 되자 기소권 없이 수사권만 갖는 반부패수사청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해결책으로 보기엔 어렵다는 평이 대다수다. 물론 현재 검찰 제도의 문제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반부패수사청 설치도 대안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장 교수는 “공수처든 반부패수사청이든 명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하고 권한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법안은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하며 반부패수사청의 무용 가능성을 설명했다.
이렇듯 첨예하게 대립하는 공수처 설치 법안을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다음달 3일 처리하기로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현재까지의 논란이 벌어진 이후에 관해 장 교수는 “공수처의 도입 자체보다는 공수처 법안의 내용에 대한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며 “법안이 법사위로 이관된 과정과 관련하여서도 절차상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임 교수도 비슷하게 “본회의에 부의된 이후 상정되기 전은 물론, 본회의 심의과정에서도 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한 여야 간의 타협과 절충은 계속 있을 것”이라며 국회의 법안 타협을 강조했다. 다음달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논의될 공수처 설치 법안에 귀추가 주목된다.

 

*부의=국회에서 법안을 토의에 부침.
*법제사법위원회=법제 사법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국회의 상임위원회.
*기소권=검사가 특정한 형사사건에 대하여 법원의 심판을 구하는 행위를 하는 권리. 기소는 수사의 종결을 의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