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리얼리즘 사진, 사진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
리얼리즘 사진에서 사회적 가치 발견할 수 있어

 

우리는 사진전에서 사진의 예술성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본 기사에서는 예술적 측면에서의 사진이 아닌 무언가를 기록하는 사진의 리얼리즘적 속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리얼리즘 사진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동시에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사진작가의 생각을 반영한다. 나아가 이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제시한다. 

사진의 매력을 찾아가다
사진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때까지 전혀 보지 못했던 현실 그대로의 완벽한 묘사력을 가진 사진의 특성이 그들에게 색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진이 포착한 현실 그대로의 이미지는 역사적 자료로써 사용되기도 한다. 이는 사진이 객관적 진실성을 전제함을 의미한다. 동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김형곤 교수는 “사진은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면서, 한편으로는 역사적 사건을 해석하는 상징으로도 기능한다”고 말했다. 사진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포착할 뿐 그 현실을 해석할 수는 없다는 일반적 통념과 달리, 사진도 회화나 데생처럼 현실을 해석한다. 또 사진은 각 장면이 화면을 밝히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영화나 TV 프로그램과 달리 그 자리에 항상 존재하며 사라지지 않는 이미지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진의 속성을 빛내는 리얼리즘 사진
이러한 사진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것이 리얼리즘 사진이다. 리얼리즘 사진은 현실과 가장 비슷한 결정적 순간을 포착해 가능한 충실하게 현실을 재현한다. 김 교수는 리얼리즘 사진에 대해 “현실을 과장하지 않고 가장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을 보여주는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리얼리즘 사진이 현실의 완벽한 재현을 추구한다고 해서 작가의 이념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리얼리즘 사진을 통해 사진가의 생각과 감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할 수 있다. 그 예로 로버트 카파의 <노스탤지어-향수>를 들 수 있다. 로버트 카파는 1973년 파리의 골목을 현장감 있게 사진에 담았다. 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21세기에 존재하지 않는 네 명의 아이들의 해맑음을 느낄 수 있다. 또 카파가 누볐을 파리의 골목이라는 공간 자체도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의 사진 속에서는 역사적인 공간으로 남아 보는 이로 하여금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전시회 ‘매그넘 인 파리’는 이에 대해 “카파가 놀고 있는 아이들을 아무 생각 없이 사진에 담았을지라도, 이 사진은 △과거에 대한 기억의 환기 △사라져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 △현존하지 않는 것에 대한 상실감을 상징하는 코드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리얼리즘 사진 속에서 사회적 문제를 찾다
리얼리즘 사진은 사회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1세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최민식 작가는 그의 저서 사진의 사상과 작가정신에서 “리얼리즘 사진은 역사적 인식에 입각한 현실을 좁은 범위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폭넓고 객관적으로 파악한다. 이는 실생활 속 사건과 사람 간의 상호관계 속에서 특징적으로 반복되는 갈등이나 문제를 파헤쳐 이에 관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리얼리즘 사진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리얼리즘 사진은 부조리한 측면이 드러나는 특정 장면을 거리낌 없이 보여줌으로써 우리 사회가 처한 문제에 대해 각성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리얼리즘 사진은 모순과 비리 등을 실증적으로 예리하게 분석하고 깊이 파헤쳐, 사회에서 소외된 민중의 삶을 적나라하게 표출해냄으로써 행동적인 리얼리즘의 양상을 보여준다. 이런 관점에서 사진작가는 굶주림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아이의 사진을 통해 아프리카의 기아 문제를 효과적으로 비판할 수 있다.
리얼리즘 사진에 속하는 보도사진은 보도라는 목적 아래 사회현상을 포착한다. 사진작가는 특정 사건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자신이 속한 사회의 이념을 사람들에게 알린다. 초기 보도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보충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문은 사회 전반에 관한 정보를 종합하고 여론 형성을 주도적으로 수행했다. 그 후 보도사진은 독자들이 긴 내용의 기사를 읽기 전에 사진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찾도록 돕는 구실을 하도록 발전했다. 나치에 의한 유태인의 수용소 생활을 보여주는 홀로코스트 사진이 ‘나치의 잔혹함’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과거를 기억하게 한다. 이처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 사진의 역할은 커져갔다.
이처럼 사실이나 시사 문제를 드러내는 보도사진의 포토저널리즘은 사진을 사용해 글보다도 더 생생하고 짙은 호소력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또 포토저널리즘은 사진을 통해 현장을 증언하는 생생하고 거짓 없는 기록으로 독자에게 더 강한 현실감을 심어준다. 즉 포토저널리즘은 특정 사건·사고·상황·장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실체를 파헤침으로써 사진의 사회적 가치를 드러내는 수단이다.

 

리얼리즘 사진의 방향성
현재 사진의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편집 및 보정 기술의 발전 등으로 인해 ‘사실의 기록’이라는 사진의 리얼리즘적 성격이 약해져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 작가는 리얼리즘 사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그의 저서에서 “리얼리즘 사진의 목적은 ‘인생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하는 것으로, 리얼리즘 사진은 궁극적으로 삶이 가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술”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리얼리즘 사진에는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면서 사진의 리얼리즘적 가치를 존중해야 함을 피력했다.

로버트 카파의 '노스탤지어-향수'. 1973년 파리의 어느 거리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로버트 카파의 '노스탤지어-향수'. 1973년 파리의 어느 거리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