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고, 너를 이해하다 MBTI
나를 알고, 너를 이해하다 MBTI
  • 김도현
  • 승인 2019.11.11 17:54
  • 호수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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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일러스트 |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칼 융의 심리 유형론에서 출발한 MBTI
4가지 선호지표 조합해 16가지 성격유형 만들어

“나는 ESFJ고, 사교적인 외교관 형이래.” 고대부터 현대까지 성격을 진단하는 도구는 많이 나왔지만, 그 중 대중화된 검사가 하나 있다. 바로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다. MBTI는 온라인 검색 한 번으로 간단한 검사 사이트들을 접할 수 있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런데 MBTI 검사 결과로 나오는 각각의 알파벳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가? ‘사교적인 외교관 형’은 도대체 무슨 유형인가? 단순히 결과를 캡처해 친구와 돌려보며, 온라인에서 알려주는 특성을 조금 찾아본 채 비슷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넘기지 않았는가? 심심풀이용으로 널리 쓰이는 MBTI지만, 유래와 원리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70억 명 이상인 지구상 인구를 단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MBTI의 실체는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탐구해보자.

사람의 성격유형을 나눠볼까?
모든 사람은 각자 고유한 성격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사람의 성격을 단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려는 시도는 고대부터 계속돼 왔다. 이 시도는 유형론으로 발전하는데, 유형론이란 사람의 성격을 몇 개의 유형으로 설정한 뒤 다양성과 공통성을 비교적 본질적인 측면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입장이다. 이는 주로 경험과 관찰을 기반으로 한 방식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인체가 △공기 △물 △불 △흙의 4원소로 구성된다는 고대 히포크라테스의 기질 이론은 오늘날 다양한 성격유형 검사의 기원이 됐다. 후대 의사 갈렌은 사람의 기질을 △다혈질 △담즙질 △우울질 △점액질의 4가지 성격적 특징으로 구체화했다. 사람을 성격적 유형으로 분류하는 것은 서양뿐만 아니라 동양에서도 이뤄졌다. 「내경·통천론」의 오태인론에서는 사람을 기질과 성격의 차이에 따라 5가지의 음양인으로 분리하기도 했다.
 

칼 융(C. G. Jung, 1875~1961).
칼 융(C. G. Jung, 1875~1961).

칼 융의 심리 유형론이란
개인의 성격 차를 설명하기 위해 일관된 심리 경향성을 분류해 성격을 유형화한 칼 융의 심리 유형론은 MBTI의 기반이 됐다. 융은 프로이트와 더불어 정신분석학의 선구자이며, 분석심리학을 구축했다. 분석심리학이란 의식과 무의식 간의 관계를 확립하고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는 심리 이론이다. 융은 의식과 무의식을 통틀어 정신이라고 칭했다. 정신 안에 있는 의식의 영역은 항상 무의식과 균형을 이루는데, 만약 의식의 영역이 다소 비대해지면 무의식의 영역은 이에 맞춰 평형을 찾는다.
무의식 중 집단 무의식은 분석심리학의 중심적인 개념으로, 융이 독창적으로 고안해낸 것이다. 집단 무의식은 인류가 역사를 거쳐 모아온 정신적 자료의 저장소로, 세계를 경험하고 반응하는 소질 및 경향성이다. 집단 무의식은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원형으로 구성되는데, 원형은 민속, 신화, 예술 등에서 보편적이고 공통으로 나타나는 반복적인 주제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그림자 △*아니마와 아니무스 △*페르소나 등의 원형이 존재한다. 이처럼 그는 영적인 것에 관심을 두고 인류 전반에 걸친 공통의 진리를 찾고자 노력했다.
 한편 융은 무의식뿐만 아니라 의식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흥미를 느꼈다. 1920년, 융은 의식을 기반으로 한 심리적 유형을 고안했다. 사람은 성장 과정에 있어 배타적인 유형 중 하나를 선호하게 되고, 그에 따른 행동을 발전시켜 나간다. 그리고 행동 양식이 습관으로 굳어지면, 그것이 곧 그 사람의 특성으로 자리 잡힐 수 있다. 융은 사람이 어떤 기능을 중점적으로 선호하느냐는 중요한 문제이며, 이를 토대로 각자의 선호에 따라 심리적 유형을 분류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융은 심리적 유형을 크게 ‘태도유형’과 ‘기능유형’으로 구분해 접근한다. 태도유형은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에 따라 사람을 두 가지의 유형으로 분류한 것이다. 각각 내향형(introversion)과 외향형(extraversion)이라 불리며, 이 둘은 서로 대립한다. 내향적 태도는 정신적 에너지가 내부 세계로 향하며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함을 의미하지만 외향적 태도는 그 에너지가 외부 세계로 향하며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함을 의미한다. 각기 그 장단점이 다르며 한쪽이 다른 쪽보다 더 잘나고 못남을 판단할 수는 없다. 융에 의하면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이 두 가지 유형 중 하나로 발전될 소질을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기능유형에는 인식기능과 판단기능이 있다. 인식기능 내에는 감각(sensing)과 직관(intuition)이 있으며, 판단기능 내에는 사고(thinking)와 감정(feeling)이 있어서 합쳐서 네 가지 기능이 존재한다. 인식기능은 내부의 정신적 과정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성적인 기능으로 분류되며, 경험을 평가하는 방식을 결정한다. 한편, 판단기능은 객관적 자극에 의존하기 때문에 비이성적 기능으로 분류되며, 경험을 인식하는 방식을 결정한다.
융은 태도유형과 기능유형에서 본인에게 해당하는 주기능을 결합하면 심리유형이 만들어진다고 제시한다. 태도유형인 내향형과 외향형 중 하나가 선택되고, 기능유형인 인식기능과 판단기능 각각에서 주기능 하나씩이 선택돼 결합하면 총 여덟 가지의 경우가 나온다.
 

외향(E)과 내향(I), 감각(S)과 직관(N), 사고(T)와 감정(F), 판단(J)과 인식(P)의 선호지표를 도식화한 그림.
외향(E)과 내향(I), 감각(S)과 직관(N), 사고(T)와 감정(F), 판단(J)과 인식(P)의 선호지표를 도식화한 그림.

MBTI 성격유형 검사의 등장
융의 심리 유형론은 MBTI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40년대 이사벨 마이어스와 그의 어머니 캐서린 브리그스는 사람 행동의 패턴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인 MBTI를 고안하면서 융의 심리 유형론을 기반 이론으로 사용했다. 주변 사람들을 포함해 여러 유형의 사람을 관찰한 이들은 일련의 행동이 질서정연하고 일관된 경향성을 가짐을 밝히고자 했다.
 MBTI는 개인마다 태도와 인식, 판단 기능에서 각자 선호하는 방식의 차이를 보여주며, 네 가지 선호지표로 구성된다. 여기서 말하는 선호란 왼손잡이들이 왼손잡이가 되고자 해서 된 것이 아닌 것처럼 의식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는 모양새를 의미한다. 네 가지 선호지표에는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성에 따른 ‘외향(E)과 내향(I) 지표’ △인식의 기능을 드러내는 ‘감각(S)과 직관(N) 지표’ △판단하고 결정하는 ‘사고(T)와 감정(F) 지표’ △실생활을 통해 알려진 생활양식에 대한 ‘판단(J)과 인식(P) 지표’가 있다. 이는 융의 심리 유형론에 ‘판단(J)과 인식(P) 지표’가 추가된 것이다. 네 가지 선호지표가 조합돼 열여섯 가지 성격 유형으로 도출되는 MBTI의 결과는 네 글자의 알파벳이 조합된 형태다.
MBTI는 From A부터 점차 발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77년 From G가 표준화됐고, 뒤이어 1984년부터 From K가 표준화됐다. 한국 MBTI 연구소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과거에 만들어진 MBTI를 현대적인 언어와 통계기법으로 발전 시켜 나가는 과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부터 From M과 From Q를 공식 검사지로 사용한다. 보편적인 검사 도구는 From M이고, From Q는 더욱 자세한 분석이 필요할 경우 사용한다. 한국 MBTI 연구소(대표 심민보) 김재형 연구부장은 “From Q 내에는 다면 척도라 불리는 5가지 하위 척도가 있고, 4개 지표 각각 5개의 하위 척도가 존재한다”며 From Q를 통해서는 보다 입체적인 결과 해석이 가능함을 강조했다.
 

윤동주 시인은 INFJ 유형?
MBTI의 대중화가 진행됨에 따라, 검사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직접 자신의 유형을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유튜브나 SNS 창구를 통해 특정 유명인이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지 분석해 올리거나 유형별 대표적인 유명인의 사례가 안내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유명인과 MBTI 성격유형을 연결하는 것은 정식검사 결과를 통한 자료가 아니며, 단지 유명인이 했던 말과 행동을 통해 추측해본 것임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성옥 심리 검사연구소 윤규원 소장은 “유추 방식으로 유명인의 성격유형을 살펴본다면 신사임당은 ISTJ 유형, 윤동주 시인은 INFJ 유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타인의 성격유형에 대한 추측은 MBTI 성격유형 검사 이론에서 경계하는 타인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파벳이 조합된 형태인 MBTI 16가지 성격유형
알파벳이 조합된 형태인 MBTI 16가지 성격유형.

MBTI의 한계와 의의
MBTI에는 몇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일단 검사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융의 심리 유형론 자체가 이분법적 사고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단순한 결과에 불과하다고 비판받는다. 또한 MBTI의 특성상 대중화가 된 검사다 보니, 많은 이들이 자신의 유형에 대한 정확한 해석 없이 단순화된 개념어를 이용해 자신을 평가할 우려가 있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는 “개인의 가치관, 능력, 적성, 흥미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진로 선택 과정에서 MBTI 검사 결과를 결정적인 근거로 삼는 것은 위험하다”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TI는 개인의 성향 파악과 타인과의 소통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교수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에 적성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인 경우에는 심리 검사 결과를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기에 자기 이해에 대한 참고용으로 사용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연구부장은 “정식 검사를 받고 심층적인 해석을 듣는 것은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MBTI 검사 결과는 학교 상담 및 기업에서의 팀 빌딩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학교뿐만 아니라 법무법인, 공기업 등 다양한 회사에서 MBTI 검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상담이나 조직 구성에 활용한다. 윤 소장은 “MBTI 검사 결과는 개인 심리상담, 대인관계 및 가족 상담, 진로 상담, 교수학습법 등 여러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까운 일반 상담 기관,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및 각 대학교 학생 상담센터를 방문할 경우, MBTI 공식 검사지로 검사를 받은 후 본인에게 맞는 해석을 들을 수 있다.
 

 

*그림자=가장 강력하고 잠재적인 내면적 본성으로, 인간의 어둡거나 사악한 측면을 나타내는 원형.
*아니마와 아니무스=아니마는 남성 속의 여성성을 의미하며, 아니무스는 여성 속의 남성성을 의미하는 원형.
*페르소나=개인이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공적인 ‘가면’을 일컬으며 환경의 요구에 맞춰 개인이 조화를 이루려는 적응의 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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