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웅식 (w00ngsik@skkuw.com)
일러스트 |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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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야에서 생활 속으로 퍼져나간 굿즈
굿즈는 정서적 만족감 얻으려는 소비의 결과

대한민국에는 굿즈가 쏟아지고 있다. 팬만을 위해 만들어지던 굿즈는 그 품목이 다양해지며 많은 사람들의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문화예술 영역의 아이돌 굿즈부터 대학생을 위한 학교 굿즈까지 굿즈는 그 범위가 확장됐다. 굿즈는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굿즈 너 정체가 뭐야?
상품을 의미하는 영단어인 굿즈(Goods)는 단순한 상품을 넘어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가 활용된 파생 상품을 의미한다. 사용 범위가 넓은 만큼 굿즈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불분명하지만 일반적으로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의 문화 장르의 파생 상품부터 기업 및 대학 등의 파생 상품을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일반적으로 특정 단체나 행사와 관련된 상품을 뜻하는 단어인 머천다이즈(MD)와 혼용하여 불린다.

한국의 굿즈 문화는 초기에는 비주류 문화로 여겨졌다. 일본의 오타쿠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한국의 굿즈 문화는 일본의 오타쿠 문화와 유사하게 좁은 의미로 연예인이나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파생 상품을 의미했다. 시간이 흘러 뚜렷한 개성을 추구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상품에 대한 지출을 아끼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굿즈 소비 형태가 대중적으로 퍼졌다.
 

아이돌 굿즈도 변하고 있다
굿즈 소비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돌 굿즈도 점차 그 모습을 바꿔나가고 있다. 흔히 1세대 아이돌이라고 일컬어지는 H.O.T, 젝스키스, god, 신화의 팬덤이 주를 이루던 시기의 굿즈는 단순했다. 초기의 굿즈는 공연이나 음악 방송을 위한 단순한 응원도구가 주를 이뤘다. 당시의 굿즈는 기획사의 체계적인 마케팅 수단의 결과가 아닌 팬이 직접 제작한 상품 혹은 문구점에서 제작한 아이돌의 사진 출력물 정도의 수준이었다.

이후 굿즈는 동방신기, 원더걸스, 빅뱅 등의 2세대 아이돌 등장을 기점으로 전환기를 맞이한다. 굿즈의 제작 주체가 팬에서 대형기획사로 바뀌며 굿즈는 단순한 팬을 위한 응원도구에서 일상에서 활용되는 상품으로 확장됐다. 마스크팩, 헤어밴드와 같은 미용도구에서부터 과자, 라면과 같은 식음료까지 굿즈 시장은 점점 그 몸집을 키우고 있다. 케이팝이 세계 무대로 몸집을 불려나가고 아이돌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굿즈 판매 경쟁도 치열해졌다. 시장 확대와 치열한 경쟁은 아이돌 굿즈의 품목 및 유통 경로의 다각화를 야기했다. 나아가 해외 팬의 증가와 함께 대형기획사들은 공연장과 같은 오프라인 판매처에서 온라인으로 그 범위를 넓혔다.

최근에는 아이돌이 직접 디자인한 굿즈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례로 캐릭터 산업에서 아이돌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방탄소년단의 캐릭터 BT21은 특별하다. 멤버들은 약 1년간 전반적인 캐릭터 제작 과정에 참여했고 BT21의 캐릭터로 만든 굿즈는 팬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대학생인 김민철(21) 씨는 “방탄소년단 팬은 아니지만 캐릭터 상품을 구입했다”며 캐릭터 굿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굿즈, 다른 분야에 이식되다
아이돌 팬덤의 힘은 굿즈 열풍을 다른 분야로 이식했다. 유명 아이돌 JYJ 김준수는 뮤지컬 굿즈의 흥행을 만들어냈다. 2014년 김준수가 참여한 뮤지컬 <드라큘라>의 초연 이후 굿즈에 대한 뮤지컬 업계의 인식이 변화했다. <드라큘라>는 굿즈 판매 수익으로 50일 동안 4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김준수뿐만 아니라 다른 유명 아이돌이 참여하는 뮤지컬 역시 굿즈를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뮤지컬의 분위기와 감성을 담아낸 굿즈는 공연 관객의 발걸음을 굿즈샵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나아가 예쁜 디자인과 다양한 품목에서 오는 실용성은 일반인 소비자까지 사로잡았다. 문화예술계의 굿즈 열풍은 미술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대림미술관을 비롯한 다양한 미술관의 아트샵에서 파는 전시 관련 굿즈와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는 입소문을 타면서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17년부터 예술 MD 개발 지원사업과 MD 기획자 양성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창업투자기반팀(팀장 김혜진) 김영빈 주임은 “공연자체로는 수익을 올리기가 어렵다”며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MD를 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 주임은 “현실적으로 공연이나 전시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이 굿즈를 제작하고 유통하기까지는 쉽지 않다”며 “굿즈 전문가 양성을 통해 공연 및 전시의 수익성 증대와 이에 나아가 다음 공연 및 전시의 수준이 높아지는 현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망의 대상을 품속으로 가져오다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굿즈를 소비하는 이유를 정서적 만족감 추구에서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황혜선(소비자) 교수는 “굿즈 소비는 자신이 지지하고 선망하는 대상과 동일시하려는 시도”라며 “굿즈의 소비가 단순히 제품의 기능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선망하는 이미지에 대한 소비”라고 밝혔다. 이런 측면에서 기업도 굿즈를 제작한다. 기업은 굿즈를 통해 소비자에게 소비 만족감을 제공하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강화한다.

나아가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굿즈는 공연의 경험과 체험을 오래 지속하려는 하나의 시도”라며 “굿즈를 통해 소비자는 공연 및 전시의 감동을 일상 속으로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보다 합리적인 굿즈를 위해서는
이렇게 돌풍을 만들어낸 굿즈 시장에도 문제점은 존재한다. 전문가는 일반 제품에 비해 비싼 굿즈 가격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굿즈의 가격은 동일한 물건 대비 2~3배”라며 “이는 소비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팬이라는 이유로 제품을 더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도 제품을 구매한다”며 “굿즈 시장에서 적절한 가격 책정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밝혔다.

BT21 굿즈를 사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라인프렌즈 스토어
BT21 굿즈를 사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라인프렌즈 스토어
ⓒ코리아넷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