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발표한지 벌써 4개월이 흘러가고 있고, 큰 변화없이 양국간의 긴장 관계는 지속되고 있으며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수출 품목에 대한 포괄적 수출 허가 대상에서 제외한 품목은 에칭가스, 포토리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이다. 관련 전공자들이 아니면 생소한 용어이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핵심 소재기술이다. 국내 연구개발은 주로 완성품인 TV, 스마트폰, 자동차, 선박 등에 집중되어 있고, 연구개발에 오랜 시간과 비용이 요구되는 부품 소재 분야에서는 기술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았던 게 현실이다. 특히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 국내 완성품 업체의 매출이 올라가면 일본의 수익도 동시에 좋아지는 구도에 있어왔다. 부품 소재 분야에서는 독일과 일본이 핵심 기술 보유 국가이며 이들 국가의 기업들은 일반인들에겐 매우 생소한 이름이지만 소위 작지만 강한 기업인 강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술력을 기반으로 마케팅에 대한 적은 투자 비용으로 고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 차별화된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번 분쟁은 완성품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핵심 부붐소재를 해외에 의지해 왔던, 국내 산업 현장에 큰 경종을 울려주고 있고, 그동안 말로만 외쳐왔던 부품소재 분야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을 방문하면 매우 가까운 지리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특히 인공적으로 가꾼 정원과 몇 대째 이어오는 식당 등 시간에 대한 기다림과 장인정신에 대한 존경심 등이 지금에 부품 소재 분야에 최고 강국으로 견인한 원동력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는 빠른 경제 발전을 끌어가기 위해 기초단계부터 다지는 시간적인 여유를 갖지 못하였고, 이 과정에서 높은 경제적 이윤을 얻기 위해, 일부 분야에서는 국내기술을 개발하는 대신 검증된 기술을 구매하는 방식을 취하였고, 지금까진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미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자리하고 있고, 중국과의 기술격차 감소로 인한 첨단 전자소자 분야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소재부품 분야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

마침 일본 수출규제 등 글로벌 전략소재 무기화 대응 관련 중장기 R&D 예산을 대폭 증가시켰으며, 완성품 중심의 대기업과 부품 소재 분야 강소 중소기업간의 건강한 협력모델 구축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이는 청년 취업률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내 부품소재 분야 강소 중소기업은 핵심 인재의 유치가 매우 어렵고, 많은 경우 지방에 위치하여 신기술에 대한 준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러나 독일/일본과 같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부품소재 기업을 협력모델 구축을 통해 육성한다면 지금보다 개선된 생태계가 구축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중소기업을 회피 대상이 아닌 젊은 열정을 도전하고 투자해볼 만한 기업으로 청년들에게 다가가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에겐 더 이상 급격한 성장을 견인할 새로운 제2의 반도체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 경제발전 성숙기에 진입하였다.

따라서 최근의 한일 부품소재 수출규제 이슈는 결코 부정적으로만 볼 문제가 아닌 현재 기술 생태계에 대한 국내 문제를 전국민이 인지하게 해주었고, 부품소재 지원에 대한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주며, 동시에 산업 생태계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할 필요성을 강하게 일깨워준 교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