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민호 기자 (dao96@skkuw.com)

진리는 가르쳐질 수 없다. 헤르만 헤세가 소설 『싯다르타』에서 형상화하고자 했던 말로, 진리는 직접 터득해야 한다는 의미다. 내 인생에 큰 가르침을 준 이 교훈. 너무나 값진 이 교훈은 내 수습일기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진부하지만 나는 다시금 진리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1658호 사회부 기사는 기획 단계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주제 선정에 큰 어려움을 겪었고, 주제를 선정한 후에도 주제를 구체화하기 어려웠다. 신문사 내에서도 우리 사회부의 주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종교는 민감하고 어려운 사안이라 서술하는 데에 어려움 겪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1658호는 퇴사 전 내 마지막 사회부 기사였다. 역작을 하나 쓰고 퇴사하고 싶었다.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심을 가지고 부서원과 동료 기자 그리고 교수님을 설득했다.

설득 끝에 기사 기획에 들어갔다. 역시나 종교 관련 서적과 논문은 어렵기만 했다.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기사를 준비하며 나의 자만을, 나의 욕심을 후회했다. 그렇다고 기사를 펑크낼 수는 없지 않은가. 힘든 걸 꾹 참고 준비하는데 웬걸. 발표 2개가 갑자기 생겼다. 동료의 말대로 내 얼굴빛은 점차 똥색이 돼갔다. 내 얼굴이 똥색이 돼도 내 기사가 똥색이 되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기사의 완고와 완성도만을 바라보고 앞을 향해 달려갔다. 준비하던 사이비 종교 르포는 무산됐고, 교수님의 추천대로 사이비 종교를 체험한 학우를 인터뷰하게 됐다. 우려와 달리 인터뷰에선 풍부한 내용이 나왔다. 나는 다시 한번 ‘정도(正道)는 없다’는 새로운 진리를 터득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인터뷰 기사가 아닌 총론이었다. 총론에 들어갈 수 있는 정보와 내용은 너무 많았고, 무엇을 취사선택해야 할지 쉽사리 결정할 수 없었다. 교수님이 많이 도와주셨지만, 내용정리는 어려웠다. 인터뷰이 또한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혼자 끙끙 앓고 있으니 진전은 더뎠다. 결국 미진한 상태에서 기사를 완고내야 할 금요일을 맞이하게 됐다. 우리 사회부 모두 기사를 열심히 작성했지만, 자정이 넘고 말았다. 새벽이 지나자 우리 사회부는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퀭한 눈을 한 우리는 졸음을 참아가며 서로에게 피드백을 주기 시작했다. 피드백이 한층 한층 쌓여 우리의 기사는 개선돼갔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우리. 결국 기사를 완고 낼 수 있었다. 뭐 결과물이 역작인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사공이 많다고 배가 꼭 산으로 가지 않는다는 법.’ 내가 터득한 또 하나의 진리다.

내 신문사 생활은 이제 끝났다. 내 대학 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한 신문사. 지하철 실버 택배 기사를 비롯해 내가 수많은 진리를 직접 터득할 기회를 제공해준 신문사. 내게 소중한 인연을 이어준 신문사. 모두에게 정말 감사하다. 힘든 시간이 많았던 만큼, 신문사에 대한 내 기억은 더욱 밝게 빛나는 것 같다. 내가 신문사에서 만난 모두가 진심으로 행복하길 기원한다.

신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