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기황 편집장 (rlghkd791@skkuw.com)

 요즘 가장 핫한 단어는 무엇이 있을까. 많은 단어들이 있겠지만, 세대를 초월해 핫한 단어는 ‘꼰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꼰대는 9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한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에서도 명환이의 아버지를 명환이의 친구가 ‘꼰대’라고 부르는 장면이 나올 정도로 상당히 유서 깊은 은어이다. 과거 ‘영감탱이’ 정도의 의미로 사용되던 이 단어는 현재 잔소리가 심한 권위주의적 윗사람을 지칭하는 의미 정도로 변화됐다.

꼰대는 대체로 자기중심적 사고를 가지고 다른 이들에게 무엇인가를 강요하거나 마땅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요되는 것들은 보통 예의범절, 노력, 복종 등으로 다양한 범주로 구성된다. 극단적인 꼰대의 경우에는 합리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요즘 것들은…”하고 혀를 차기도 한다. 하지만 특정 인물을 꼰대라고 판단하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으며, 대개 당사자의 주관적 감정을 근거로 꼰대를 판가름하게 된다.

그렇기에 청년들도 꼰대라고 비난하기 전에 ‘꼰대’라는 단어를 남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성찰할 필요성이 있다. 꼰대질과 조언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진심 어린 조언을 그저 듣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꼰대라고 폄하하고 비난한 적이 있지는 않은가. 거기에서 더 나아가 꼰대질하지 말라고 역꼰대질을 한 적이 있지는 않은가. 어찌 보면 꼰대는 우리가 양산하고 있다.

이러한 역꼰대 담론은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을 단절시킨다. 윗사람이 오히려 아랫사람의 눈치를 살피게 만들어 생산적인 측면마저 말살시킨다. 빨간불이 자주 켜지는 명령 체계는 그 자체만으로도 비효율적이다. 직설적인 표현이 꼰대질처럼 느껴질지는 몰라도 의사소통 사이에 발생하는 왜곡은 최소화한다.
꼰대를 남발하는 것은 개인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당장은 꼰대라는 단어가 문제가 있는 상황을 회피하게 해줄 수 있을지 몰라도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부모님이 하는 잔소리가 당시에는 듣기 싫었어도, 시간이 흘러 되돌아봤을 때 ‘아, 이래서 그런 말을 하셨구나’하고 이해한 적이 다들 한 번 정도는 있을 것이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은 법이다.

다양한 역꼰대 사례 중 최악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고의로 꼰대를 남용하는 경우이다. 그들은 꼰대라는 단어를 이용해 기존 권력의 역학 관계를 뒤집어 버린다. 이러한 권력 관계는 조직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무너진 조직 질서는 업무의 효율성을 해친다. 낮은 업무 효율성은 결국 근무 시간 연장과 같은 형태로 칼이 돼 자신에게 돌아온다.

우리 사회에 꼰대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 반대급부로 역꼰대도 분명히 존재한다. 꼰대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감은 과거와는 달리 상당히 무거워졌다. 꼰대가 조직적 차원 혹은 사회적 차원에서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분명하며 앞으로는 없어져야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역꼰대 역시 조직 및 사회의 질서를 해하는 등 꼰대에 버금가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당신은 당신이 싫어하는 꼰대의 모습을 점점 닮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박기황 편집장
박기황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