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유리 기자 (dbfl1222@skkuw.com)

체험기

 

희뿌연 연기 속 사색에 잠기는 사람, 대화를 나누는 사람,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 이들의 손끝에는 모두 한 개비의 시가가 빨갛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대통령도 혁명가도 예술가도 시가 연기 속에 있으면 구분되지 않는 한 명의 인간이 되곤 한다. 그들이 시가를 피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연기 속으로 들어가 봤다.

직접 만난 시가
지난 18일 수원에 위치한 시가바 ‘Reforma’를 찾았다. 처음 접하는 낯선 분위기에 주춤했지만, 내부로 들어서자 다양한 담배 진열대와 시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사진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초보자답게 시가의 종류에 대한 설명부터 차근차근 들었다. Reforma의 김동우 사장은 시가의 종류는 크게 생산지에 따라 쿠바산과 논쿠바산으로 나뉘며, 주로 중남미 지역에서 재배된다고 설명했다. 시가는 와인과 같이 외부환경에 민감하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를 맞춰줘야 한다. 김 사장은 "습도는 72~75%, 온도는 2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한다"며 시가를 보관하는 휴미더 케이스를 보여줬다.


본격적으로 시가를 골랐다. 시가가 굵고 길다고 독한 것은 아니다. 독해지기보단 내뿜는 연기의 양이 많아지고 느낄 수 있는 향도 풍부해진다. 하지만 김 사장은 초보자에게는 단순한 향의 시가가 좋다고 조언했다. 기자는 쿠바산 ‘코히바 로부스터(Cohiba Robusto)’를 선택했다. 처음 시가를 피울 때는 입을 대는 부분을 잘라야 한다. 커팅의 순간부터 시가를 어떻게 즐길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커팅 방식은 △길로틴 커팅(시가 단면을 다 자르는 방식) △V커팅(시가 단면에 V자 홈을 내는 방식) △펀칭(시가 단면에 구멍을 내는 방식)이 있다. 단면을 얼마나 자르냐에 따라 마시는 연기의 양이 달라진다. 기자는 가장 연기를 적게 마시는 펀칭방식을 택했다. 커팅이 끝나면 토스팅을 시작한다. 시가 전용 토치로 끝이 빨갛게 될 때까지 골고루 불을 붙인다. 일반 담배라면 벌써 두 모금 정도는 태웠을 시간이 흘러서야 시가를 입에 물 수 있었다.

시가는 속으로 깊게 연기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입안과 코를 통해서 맛과 향을 느끼는 것이다. 기자는 시가 가운데 부분을 네 손가락으로 잡고, 연기를 빨아들였다가 바로 내뱉었다. 이때까지는 일반 담배와의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김 사장은 향을 좀 더 선명하게 느끼기 위해서 연기를 입에 머금고 있다가, 코로 숨을 내쉬는 방법을 추천했다. 코로 숨을 내쉬는 순간 고소한 넛트향이 은은하게 풍겼다. 내뿜은 후에 나오는 연기도 불쾌감을 주는 냄새가 아닌 자연적인 나무 냄새가 났다. 다른 기자는 아메리카노를 연기로 마시는 느낌이라고 감상을 전했다. 시가는 위스키와 같은 도수 높은 술과 페어링이 좋다. 시가는 연기로 맛과 향을 느끼기 때문에 강렬한 느낌은 덜하지만, 알콜이 휘산되면서 시가향이 섞이면 혀에 두 가지 느낌이 강하게 흡착된다. 시가를 태우면서 생기는 재는 1㎝ 정도 유지해야 담뱃불이 금방 꺼지지 않는다. 시가를 피우다가 과열된 것 같으면 잠시 내려놓고 기다려야 한다. 급하게 시가를 태우다 보면 여유로움을 찾기 위해 시가를 태우는 본래 목적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가를 즐기는 사람들
시가를 즐기는 사람들은 남녀노소 다양했다. 시가 문화에 익숙한 외국인들도 이곳을 찾는 듯 간간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도 들려왔다. 김 사장은 단골손님의 절반은 비흡연자라며, 연기를 속까지 들이키지 않아도 돼 부담감이 적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시가를 처음 접하게 된 일화를 들려줬다. 그도 하루에 한 갑 반을 피우는 골초였다. 그는 “어느 날 계속 담배를 피우다가는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자연적인 것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찾은 것이 시가였다. 그는 입과 코로만 연기를 마시기 때문에 부담이 훨씬 적고, 일반 담배에 들어가는 화학물질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전했다.
 

매혹적인 시가 연기 속으로
새로운 시가를 접하는 것은 맛집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 같은 메뉴도 각각의 맛집마다 음식 맛이 다르듯 시가도 마찬가지다. 김 사장은 “새로운 맛과 향을 찾는 재미가 있다”고 전했다. 시가의 또 다른 매력은 대화의 창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시가는 타인과의 대화에서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 술은 과하면, 오히려 대화가 술에 잡아먹힌다. 그런데 시가를 함께 태우면 서로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 동질감이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든다. 시가 문화권에서는 날이 선 협상 자리에서 시가를 피우면서 대화를 하는 문화가 있다. 재가 수북이 쌓일 때쯤 이면 대화의 실마리도 유연하게 풀린다. 시가바를 나오며 사색에 잠긴 사람들, 원하는 브랜드의 시가를 사러 온 사람, 시가를 태우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을 봤다. 일과가 끝나고 시가 한 대를 태우는 짧은 시간 동안 여유를 되찾고 내일을 향해 재충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담배는 후미진 골목에서 급하게 태우는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잠깐의 여유와 휴식을 가져다줄 수 있는 물건이 아닐까.

시가를 잡는 모습이다.
토스팅하는 모습이다.
불을 끄는 모습이다.사진 | 성대신문 webmaster@
불을 끄는 모습이다.
사진 | 성대신문 webm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