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만병통치약에서 만병의 근원으로
담배, 만병통치약에서 만병의 근원으로
  • 김나래 기자
  • 승인 2019.11.25 19:23
  • 호수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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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정선주 기자 webmaster@

 

원주민들에겐 신의 선물
우리나라에서 담배의 유해성 논란 끝나지 않아

“다음 생엔 세상의 모든 남자와 키스하고 싶어요.” 한 원주민 소녀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원주민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이 소녀가 묻힌 자리에 풀이 하나 돋아났는데, 그 식물이 바로 담배다. 소녀의 간절한 바람 때문이었을까, 오늘날 전 세계 약 11억 명의 인구는 담배와 입을 맞춘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기호식품으로 소비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담배에 대한 유해성 논란 역시 끊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거의 사람들은 담배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으며 담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지금까지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담배의 정의와 종류
담배는 원래 가지과의 여러해살이풀의 이름이지만 통상적으로는 담뱃잎을 주재료로 해 만든 흡연 제품을 일컫는다. 우리나라 담배사업법에서는 담배를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해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담배는 연기의 유무에 따라 유연담배와 무연담배로 나눌 수 있다. 대표적인 유연담배의 종류에는 궐련, 파이프 담배 등이 있으며 무연담배에는 머금는 담배, 씹는 담배 등이 있다. 담배의 종류 중 가장 일반적인 담배는 궐련이다. 궐련이란 담뱃잎을 얇은 종이로 가늘고 길게 말아 놓은 형태의 담배를 뜻한다. 궐련은 다시 지궐련과 엽궐련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시중에서 가장 흔히 보이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지궐련은 담뱃잎을 썰어 종이로 말아서 만든 담배다. 반면 엽궐련은 담뱃잎을 썰지 않고 통째로 말아서 만든다. 엽궐련은 담뱃대와 함께 가장 오래전부터 원주민들이 사용한 담배의 형태로 알려져 있다. 엽궐련은 다른 말로 시가(Cigar)라고도 부르는데, 이 명칭은 ‘돌돌 만 담뱃잎을 피우다’란 의미를 가진 고대 마야족의 단어 ‘시카(Sicar)’에서 파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만병통치약, 담배
기록에 의하면 고대 마야인들에게 담배는 ‘신의 선물’로 받아들여졌다. 의사이자 역사학자인 프랜시스 로빅세크는 그의 저서 『The Smoking Gods』에서 “원주민들은 어떤 식물을 섭취했을 때 평소와 다른 상태가 된다면, 그 식물에 초자연적인 힘이 있다고 간주했다”고 말했다. 담배 역시 마찬가지였다. 담배를 핀 후 신체적, 정신적 변화가 발생하자 그들은 담배를 영적인 식물로 받아들였다. 또한 그들은 담배를 단순한 피로 해소를 위해 사용하기도 했으며 통풍을 비롯한 많은 질병에 대한 치료 약으로 생각했다.

담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담배가 유럽에 전파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1492년 담배를 처음 접한 콜럼버스와 그 대원들은 담배의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렇게 유럽에 소개된 ‘만병통치약’ 담배는 유럽 선원들에 의해 전 세계로 확산됐다. 중국에서는 말라리아 예방약으로 담배를 받아들였고, 이후에는 소화제로 사용하는 등 여러 질병을 고치는 용도로 사용했다. 특히 추위와 수분으로 인한 질병에 담배는 효과적인 치료 약으로 여겼다.

우리나라에서도 담배는 치료 약으로 통했다. 1616년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담배는 빠른 시간 내에 대중적으로 확산됐다. 조선 후기 학자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당시 담배가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졌다는 내용이 있으며,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는 ‘병든 사람이 그 연기를 마시면 능히 가래를 제거한다’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만병의 근원, 담배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지던 담배가 질병의 원인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폐암 사망자 수가 1933년 2357건에서 7년 만에 2만 9000여 건으로 약 9배 늘어났을 때부터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학자들은 담배의 수요와 폐암 환자의 수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처음 담배와 폐암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사람은 미국의 *역학자 모턴 레빈이었다. 그는 1950년 「미국의사협회지」에 흡연과 폐암의 통계적 관련 여부를 제시하는 논문을 게재했다. 이후 1964년 미국 공중위생국의 보고서 「흡연과 건강」이 발표되면서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흡연은 암을 유발한다’라는 결론을 가진 이 보고서로 인해 미국에서는 즉각적으로 담배 소비량이 줄어들었고, 미국 정부는 모든 담뱃갑에 흡연의 유해성을 알리는 경고문을 부착하도록 했다.

이후에도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면서 점차 담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부정적으로 변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금연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쳤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담배의 유해성을 강조해 지속적인 금연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담배의 유해성에 관한 인식의 확산과 정부의 규제로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1998년 66.3%에서 지난해에는 38.1%로 20년 만에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담배와 현재
처음엔 ‘신의 선물’이라 불리며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지던 담배가 이제는 만병의 근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2017년 미국 담배회사들은 담배의 유해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약 1년간 담배의 유해성을 알리는 광고를 내보냈다. 담배의 유해성이 지적된 이래 지금까지 반대의 뜻을 내보이던 담배 회사들의 이러한 변화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담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정도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담배회사와 정부 간 담배규제 정책에 관한 논란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2019 담배소송 세미나’를 개최하며 담배업계의 공격에 대한 방안을 모색했지만, 아직 담배회사들은 공식적으로 담배의 유해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담배에 관한 논쟁의 결말은 어떻게 맺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역학자=인구집단에서 질병의 분포 양상과 분포 양상의 결정 원인을 연구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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