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유리 기자 (dbfl1222@skkuw.com)

종교인과 일반인의 조세 형평성 필요
종교인 과세법, 여전히 특혜 제공

종교인 과세는 오랫동안 논쟁거리였으며, 늘 종교계의 반대에 부딪혀왔다. 선거철마다 종교계와 정치권은 엮인다. 정치인들은 규모가 큰 종교계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적 의사결정에는 그들의 입김이 들어간다. 하지만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지 않는 것은 정직하게 세금을 내는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 수 없이 미뤄진 지 50년, 종교인 과세 이제는 필요한 때가 아닐까.

오래된 논의, 종교인 과세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의 의무를 진다.” 헌법 제38조에 명시된 국민개세주의 원칙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는 과세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에서 종교인은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국가에서 이를 강력하게 제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을 제외한 모든 OECD 국가에서는 종교인의 소득에 대해 과세한다. 종교투명성센터(대표 곽성근) 김집중 사무총장은 “기획재정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독일, 미국, 영국 등은 모두 종교인에 대해 근로소득 과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종교인 과세에 대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논의는 1968년 시작됐다.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 근로소득세를 걷겠다”고 했으나 종교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1992년 국세청은 종교인 과세를 강제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자율에 맡기기로 발표했다. 이후로도 국세청과 기획재정부에서 종교인에 대한 세금을 징수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종교계의 반발로 번번이 실패했다. 김 사무총장은 “지금의 종교인 과세법은 사실상 종교인과 정치권이 결탁한 결과물이다. 어떤 정권도 종교계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2015년 기타소득의 한 항목으로 종교인 소득을 신설해,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50여 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종교인 과세가 시행됐고, 종교인은 자신의 소득을 근로소득과 기타소득 중 선택해서 납세해야 한다.
 

식지 않는 논란, 종교인 과세
종교인 과세에 대해 각 종교계의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천주교는 1994년부터 자발적인 근로소득신고를 통해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불교계도 큰 반발의 목소리는 없었다. 개신교는 내부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엇갈린다. 김 사무총장은 “종교적인 특징으로 개신교는 가정을 꾸린 종교인이 많아 생활비가 더 많이 필요하다”며 독신자가 주를 이루는 천주교나 불교와의 차이를 설명했다. 또한 “개신교에서 헌금 수입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종교인 과세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 종교계에서는 종교인 과세를 통해 국가 권력이 종교를 통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정부가 교회 장부를 들여다본다는 것만으로 교회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김 사무총장은 “세무조사는 세금을 낸 것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이다. 종교인 과세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면,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도 기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종교계의 주장은 자신이 낸 세금에 대해 엄격하게 검증받는 기업, 개인과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허점투성이 종교인 과세법
개정된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라 종교인은 자신의 소득을 근로소득과 기타소득 중 선택해서 납세할 수 있다. 기타소득은 비정기적인 소득을 말한다. 이에 반해 매달 같은 단체에서 일정하게 받는 소득은 근로소득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공동대표 박종운 외 2인)의 최호윤 집행위원은 “일반적인 세법의 논리를 따르면 본인이 소득의 분류를 선택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종교인 소득의 선택지 중 기타소득을 없애는 것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교인을 근로자로 분류하는 것은 종교 가치관에 따라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치관에 따라 종교 활동을 근로가 아닌 소명으로 인식하는 종교인은 기타소득을 선택한다. 하지만 종교인의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했을 때 생기는 문제는 적지 않다. 김 사무총장은 “기타소득의 경우 세금 공제가 80%까지 육박하기 때문에 근로소득과 납세액이 3~5배까지 차이 난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회보험료 납부에서도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김 사무총장은 “국민건강보험료 같은 경우 기타소득보다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책정할 때 월등히 높아진다”고 전했다.

종교인 과세법의 또 다른 문제점은 종교활동비를 비과세영역으로 규정하여 과세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19조에 따르면, 종교활동비는 종교 관련 종사자의 활동을 위해 지급되는 식사대, 일직료, 숙직료, 여비 등으로 관대하게 인정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현실적으로 종교활동비는 대부분 종교인의 생활비로 사용된다. 세법상 비과세는 엄격하게 규정되는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종교계 내부에서 이를 투명하게 운영하려는 시도가 없다”며 “종교활동비는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집행위원은 “종교활동비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법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는 것에 대해서는 종교계 내부에서 자정작용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종교인 과세는 오랜 논의 끝에 법안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 종교인 과세법은 일반 국민과 종교인 간의 과세 형평성을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졌고, 본래의 취지에 맞게 시행해야 한다. 종교인 과세를 두고 김 사무총장은 “세법을 통해 종교인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종교인에 대한 특권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종교인과 일반인의 동등한 과세를 주장했다. 또한 “다른 나라는 모두 종교인에 근로소득을 규정하고 과세하는 만큼, 우리나라도 이러한 국제적인 추세를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법안의 규제도 중요하지만, 종교계 내부에서 투명하게 세금을 신고하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최 집행위원은 “세금은 사회복지의 출발이다. 종교계는 이웃을 돕는다는 종교의 본질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종교투명성센터 김집중 사무총장ⓒ김집중 사무총장 제공
종교투명성센터 김집중 사무총장ⓒ김집중 사무총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