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에 드리운 변질의 그림자
종교에 드리운 변질의 그림자
  • 신민호 기자
  • 승인 2019.11.25 19:46
  • 호수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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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일러스트 |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치와 종교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종교는 우리 사회를 비롯해 전 세계에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더는 종교로 소비되지 않는 유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종교는 때로 정치와의 유착을 통해 더욱 큰 세력을 얻으며 그 본래의 의미가 변질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종교와 정치가 어떻게 공존하고 있는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정교분리의 실상
정교분리란 이데올로기적으로 정치와 종교, 제도적으로 국가와 종교단체의 분리를 의미한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이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정교분리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헌법 제20조 제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실상은 사뭇 다르다.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김영명 교수는 「정교 분리와 종교의 정치 참여」에서 “종교가 정치에 완전히 참여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종교는 여러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민국 건국 이전 3·1운동 전개에 크게 이바지한 민족대표 33인은 기독교 측 16명, 천도교 측 15명, 불교 측 2명으로 모두 종교인으로 구성됐다. 종교인의 정치적 역할 수행은 대한민국 수립 이후에도 이어졌다. 해방 이후 각 종교는 교단 재건과 함께 본격적인 포교 및 정치 활동에 나섰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진구 소장은 「해방 후 종교의 정치 개입과 정교 분리」에서 “종교계 지도자 중 상당수는 교단 재건을 위해 민주의원이나 입법의원과 같은 정치인으로 활동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불가분한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두 축으로 나누어 ‘국가의 종교 정책’ 및 ‘종교계의 정치 참여’로 설명했다.
 

끈끈한 종교와 정치
대한민국에서 종교는 ‘국가의 종교 정책’으로 성장했다. 특히 △개신교 △불교 △천주교의 3대 종교는 국가의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종교인은 소득과 관계없이 과세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3대 종교 단체는 정부로부터 많은 재정적 지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군종 제도 또는 1951년 크리스마스, 1975년 석가탄신일 공휴일 지정과 같은 혜택을 받기도 했다.

국가 정책에 힘입어 성장한 3대 종교는 정치에 직접 참여하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종교단체는 사회단체처럼 자신이 규정한 이념과 공익을 추구하는 한편, 이익단체같이 자기 조직의 이익을 추구한다”며 종교계의 정치 참여를 △민주화 △반공 △자기 이익의 형태로 분류했다. 개신교는 196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삼선개헌 시도를 둘러싸고 민주화에 대한 이견으로 보수와 진보로 갈라졌다. 1972년 10월 유신은 개신교의 분리를 강화했다. 진보 개신교 인사들은 1973년 개헌 청원 백만인 서명 운동, 1976년 3.1 민주구국선 등 민주화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천주교의 경우, 지학순 주교 구속 사건을 계기로 1974년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발족해 적극적으로 정부에 저항했다. 불교는 국가와 강하게 유착된 만큼 민주화가 아닌 군사정권에 대한 지지를 이어갔다.

민주화에 관한 정치 참여가 주로 진보 종교 세력에 의해 진행됐다면, 반공에 관한 정치 참여는 주로 보수 종교 세력에 의해 진행됐다. 반공은 처음부터 보수 개신교 세력의 중요한 이념 토대였다. 강력한 반공 체제를 갖춘 군사 정권 시기에 보수 개신교는 반공주의적 정치 참여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진보 세력이 북한과의 화해를 추진하고 미국에 대한 주권 강화를 요구하자, 보수 개신교 세력은 본격적으로 정치 참여를 시작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 대형 교회 지도자들이 직접 나서, 정부를 친북·반미로 규정하고 규탄했다. 이 흐름은 지금까지 이어졌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전광훈 회장을 비롯해 보수 종교 단체는 보수 정당인 자유한국당과 발맞춰 현 정권을 연일 강력하게 규탄하고 있다.

또한 3대 종교는 민주화 이후 자기 종교의 이익에 유리한 대통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대통령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1987년 13대 대선 당시 불교계는 불교 신자인 노태우 전 대통령 지지에 힘썼고, 개신교는 장로 출신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김영삼 전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다. 불교계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 후 친 기독교적 정책을 펼치자 위기감을 느끼고 자기 이익을 위해 2008년 이 전 대통령을 규탄하는 범불교도대회를 열었다.
 

올바른 정치 참여의 방향
서울신학대 교양학부 최현종 교수는 종교의 역할을 ‘사회를 통합시키는 기능이자 사회적으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로 정의했다. 역사적으로 종교는 위의 기능을 잘 수행해왔다. 하지만 살펴본 바와 같이 종교계는 조직의 이익과 이념에 따라 정권에 압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때로는 과격하게 영향을 행사해왔다. 그 결과 사회의 통합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김 교수는 정교분리를 최소화하는 바람직한 종교의 정치 참여 기준에 대해 “어떤 형태든 종교의 정치참여는 궁극적으로 종교가 지향하는 선한 세계를 이 땅에 실현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또한 그는 “종교계가 정치 현안마다 발언하고 참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교황이 주관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의 존재 목적은 교회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에 봉사하기 위해서이며, 인간의 기본권과 영혼들의 구원이 요구할 경우에는 정치 질서에 관해서도 윤리적 판단을 당연히 내려야 한다”고 규정했다. 공의회에 따라 천주교는 윤리적 목적만을 위해 정치에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천주교가 목표로 하는 정치 참여 형태가 정교 유착을 막을 하나의 해결책일지 모른다.

*군종=장병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군의 정신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설치된 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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