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도 괜찮으니
기다려도 괜찮으니
  • 성대신문
  • 승인 2019.12.02 16:45
  • 호수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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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다니다 보면 기다려야 하는 것들이 많다. 점심시간 식당 발권기 앞에서, 혜화역 셔틀버스 정류장 앞에서 그리고 행정실 앞에서도 우리는 기다린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는 때가 있다. 바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이다. 일부 과제 도서와 핫북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책이 서가에 꽂혀있다. 지금까지 300여 권 정도 책을 빌리며(대부분 들으면 아는 책들이다) 기다려본 적은 손에 꼽는다. 학생들이 책을 잘 읽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성대신문 기사에 의하면 학부생 대출 권수는 2008년 이래 10년간 꾸준히 감소해왔다.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봤다. 많은 이유들이 있겠으나 거칠게 두 가지로 좁혀봤다. 첫 째로 기술과 매체의 변화이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곳은 도서관밖에 없었다. 책과 사전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매체가 발전하며 문화와 컨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이제는 책이 아니라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통해 콘텐츠에 접근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책을 읽을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입학하자마자 전공 진입을 위해 학점 경쟁에 돌입하고, 고학년이 되면 취업 전쟁에 뛰어든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동아리 활동을 병행하거나 생계의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여유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왜 책을 읽으라고 권유할까? 우선 책은 정보의 저장소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독서의 백미는 텍스트가 내 머릿속의 생각들과 만나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혹은 느끼지 못했던 것을 피워낸다는 것이다. 잘 만든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나면 생각이 가지 치듯이 뻗어 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텍스트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고도로 정제한 원초적 결과물이다. 영상 매체를 통해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하지만 그 시작은 여전히 텍스트이다. 각본 없는 드라마는 없는 만큼 책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렇게 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여유가 없어 읽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조심스럽다. 개인의 사정이 모두 다르고 타인이 완전히 이해할 수 없기에 함부로 말할 수가 없다. 또한 학점관리와 취직 준비라는 거대한 흐름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어떻게든 책을 읽으라고만 하는 것은 오만한 처사이다. 다만, 그럼에도 틈틈이 책을 읽었을 때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는 말하고 싶다. 책은 답답하고 루틴처럼 흘러가는 일상에서 일상 밖을 돌아볼 수 있는 창을 제공하고, 텍스트와의 소통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은 보고서나 자소서를 풀어내는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마침 우리는 책을 읽기에 좋은 환경에 있다. 200만 권에 이르는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을 옆에 두고 있고, 도서관에는 도서 검색과 대출/반납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 또한 학교에서는 고전 읽기를 장려하며 중도 3층에 엄선된 고전들을(그것도 새 책으로!) 모아두었다. 최신 도서가 아니라면 아마 대부분의 책이 서가에서 학우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많은 학우들이 책을 빌려 가 대출 중이라는 문구를 자주 봤으면 한다. 기다려도 괜찮으니 말이다.

심재호(글경제 14)
심재호(글경제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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