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우리 대학은 지난 20여 년간 눈부시게 성장했다. 올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도 종합 평가 2위를 했다. 성대인 전체가 진심으로 기뻐할 일이다. 그러나 아직은 만족할 때는 아니다. 남이 매겨준 높은 랭킹이 가진 한계나 외적 성장의 이면이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문화와 학문을 이끌며 진정 최고의 연구ㆍ교육ㆍ사회적 역능을 갖춘 대학들이 어떤 면모를 갖추고 있는가를 생각해볼 때, 우리 대학에는 부족한 게 아직 너무 많다. 비슷한 경쟁 군의 한국 대학 중에서는 좀 앞으로 나왔지만 ‘도토리 키재기’ 단계를 벗어난 진정한 탑티어에 들기에는 여전히 멀다. 절대적인 기준에서가 아니라 몇몇 국내 대학들과 비교해도 뒤떨어진 면이 있다. 또한 캠퍼스의 한켠에서는 자부심보다는 ‘발전 피로’와 소통 부재, 대학답지 않은 권위주의나 차별도 있다. 

이제는 차분한 성찰과 진정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상업적 대학평가와 외형적인 지표보다는 6백 년 전통과 명실이 상부 하는 최고의 가치 지향적 발전을 위해 지혜를 모을 때가 아닌가 싶다. 이에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극복해야 할 한계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첫째, 균형 발전이다. 우리 학교의 작지 않은 자원은 몇몇 기관과 교육단위에 몰려 있다. ‘선택과 집중’ 같은 개발도상국형 발전주의가 지난시기 학교 운영진의 머리를 지배해왔던 탓일까. 명륜동 캠퍼스는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다. 대부분의 기초학문 대학원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원생과 비정규직 교수들은 저임금과 불안한 미래에 시달린다. 그들은 대개 우리 학교가 기른 인재들인데 그 현재와 미래가 곤궁하고 어둡다면 대학원 활성화란 있을 수 없다. 대학원과 기초학문에서 주어지는 탄탄한 기반과 고유의 정신성이 없는 일류 대학이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성균관의 장대한 인문주의 전통과 함께 전체 캠퍼스의 고른 발전을 북돋을 안이 절실하다.

둘째, 대학 민주주의 활성화와 자발성이 함께하는 새로운 거버넌스의 구축이 필요하다. ‘짜내기ㆍ갈아 넣기’식 지표 올리기가 대학평가에서 랭킹이 높아진 ‘비결’이라는 비판과 회의가 없지 않다. 위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지시하는 방식의 권위주의는 진정한 일류의 것과는 거리가 멀고 대학 공공성을 고민하는 시류와도 배치된다. 젊은 교수ㆍ직원들을 옭아매는 성과지상주의, 출신 학교 임용쿼터제, 학부 대학, 상대평가, 성적 우수 장학금 같은 전략 또는 제도가 2000년대까지는 효과가 컸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많이 낡았다. 이제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고 대학문화 창달의 질곡이 되고 있다. 토론에 붙이고 과감하게 수술할 것은 수술해야 한다.

셋째, 융합적 발전과 새로운 캠퍼스 문화의 창달이 필요하다. 명륜동과 율전 양 캠퍼스가 멀리 떨어져 있어 전혀 문이과의 교수ㆍ학생 사이의 학적ㆍ문화적 교류가 전혀 없는 것은 우리 학교의 치명적인 한 약점이다. 융합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통합방안이 필요하다. 새로운 대학의 이상은 캠퍼스 간, 단과대학 간, 학과 간 격벽을 허무는 새로운 체제 하에서 가능할 것이다. 공간적ㆍ문화적 거리를 극복하고 특히 명륜동 캠퍼스를 획기적으로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일들을 이루기 위해 중장기적인 시야로 고민하고 실행할 관점과 주체들, 재단의 아낌없는 투자, 구성원들의 다단한 속내와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함께 실천하는 좋은 리더십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