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일러스트 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일러스트 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우리가 일상생활에 몰두하다 보면 나라 밖 상황에 무관심하거나 잘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데 그러다간 자칫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으므로, 틈틈이 국제사회 변동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21세기 블루 오션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국제정치를 한번 공부해보기를 권한다. 국제정치는 우리가 익숙해 있는 국내정치와는 다른 속성과 논리에 의해 운용되므로, 처음엔 생소할지 모르나 공부할수록 새로운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국제사회에는 중앙정부가 없어 공권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정치의 핵심인 민주주의자유평등 등의 개념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 대신 정글처럼 무정부적(anarchic)인 시스템 속에서 오직 힘(power)에 의해서만 국가들의 생존이 보장된다.

집단안전보장 역할을 수행하는 UN(국제연합)도 있으나 강대국 간 알력이 심해 그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국제법과 국제여론이 부분적 영향을 발휘하나, 국가 간 분쟁과 갈등은 무력을 통해 해결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다’는 속담이 잘 맞는다고나 할까. 살아남기 위해 군사력을 확충해 나가되, 독자적으로 힘이 부족할 때는 마음이 잘 맞는―가치관이 통하는―나라와 동맹을 맺어 적(敵)에 대응하는 ‘힘의 균형’을 만들어가야 한다. 균형이 무너져 나라 전체가 힘의 공백지대화하는 날엔 외세가 물밀 듯 밀어닥치게 돼 있다. 20세기 초 우리가 망국의 비운을 피할 수 없었던 배경이다.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갈파했다: “강대국은 (힘이 있기에)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지만, 약소국은 (힘이 없으므로) 강대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무렵 약소국 멜로스(Melos)는 강대국 아테네의 동맹 합류 권유가 ‘옳지 못하다’고 거부하다 나라가 멸망하고 국민이 살육당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국제관계에선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먼저 자신의 생존과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

멜로스 사례는 최근 한·일 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를 둘러싼 우리의 대응에 중요한 교훈을 던진다. 곧 과거사의 옳고 그름 시비와 현재의 국가안보 간 우선순위에 관한 문제다. 토마스 홉스의 지적처럼 과거는 기억 속에 존재하지만 현재는 실재(實在)의 반영이기에 우리는 현재의 삶에 우선 치중해야 한다. 생존과 자유는 ‘힘의 열매’라는 역사의 교훈을 상기해야 할 때다.

대한민국이 지금 경제적으론 세계 11~15위권에 들지만 군사적으론 주변 열강과의 상대적 열세로 약소국임을 벗어나지 못한다. 더욱이 나라가 둘로 갈라져 극한 대결하는 가운데, 북한이 핵무장을 마무리해 그 위협이 정말 심각하다.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비(非)대칭 전력 곧 핵무기를 보유한 데다 강대국 중·러를 등에 업고 있어 독자적으로 상대하기 어렵다. 북한을 같은 민족이기에 위협이 아니라고 본다면, ‘인류 최초의 살인이 형제지간에 이뤄졌다’는 창세기 고사를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현 상황에서 자주국방은 기본이고 추가로 동맹을 확보해야 나라를 지킬 수 있다. 자주국방과 동맹은 모순 관계가 아니고 상호 보완적이다. 자주국방만으론 불충분한 국가안보가 동맹으로 완결되는 구조인 것이다.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의 경고대로, 21세기에는 미·중 양대 강국의 패권 쟁투가 뉴노멀(new normal)이 될 전망이다. 숱한 세계전쟁사가 말해주듯, 강대국 사이에서 중간자 위치로 전화(戰禍)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함은 중대한 오산이며 국제정치 본질에 대한 몰이해의 소치이다. 미·중 사이에서 외교 노선의 냉엄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 다가온다. 존 미어샤이머 교수가 진단했듯, 국제관계를 위계질서로 보고 조공 관계를 요구하는 권위주의적 패권국의 위성국가로 전락할 것인지, 자유와 인권을 모토로 삼는 리더십 국가가 주도하는 연합전선에 가담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쓴 약”인 셈이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전략적 요충이다. 영토적 야심이 없고 선의를 가진 강력한 패권 국가와 동맹을 맺어 나라의 생존과 발전을 확고히 한 후, 이를 토대로 주변국들과 선린외교에 나서는 것이 최선의 길일 것이다.

홍관희 초빙교수 정치외교학과
홍관희 초빙교수 정치외교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