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나영 기자 (skduddleia@skkuw.com)
일러스트 |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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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주거기준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 지켜지지 않아
고 연구원 "청년세대가 함께 주거 빈곤을 논의할 수 있어야"

 

청년은 ‘N포세대’로 불린다. 각박한 현실에 치여 연애, 결혼, 출산 등 삶의 여러 요소를 포기한 채 살아가는 세대라는 의미다. 그중 청년들이 포기하게 되는 권리가 있다. 바로 주거권이다. 청년(靑年)이라는 젊고 푸른 나이에 그들은 왜 주거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까.

1인 청년 가구의 주거 빈곤 실태
주거 빈곤 가구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 또는 월 소득 대비 주택임대료 비율(RIR)이 20%를 초과하는 가구를 의미한다. 최저주거기준은 주거기본법 제17조에 근거해 설정됐으며,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 수준에 관한 지표다. 1인 가구의 경우 주거 면적이 14m²이상 돼야 하며 부엌을 포함한 방이 필요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인 청년 가구의 56.9%는 RIR이 20% 이상으로 다른 청년 가구 유형보다 임대료 부담이 심각하다. 지난해 10월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인구·가구 구조와 주거 특성 변화(1985~2015년)에 따르면 2015년 전국 1인 청년 가구 중 22.6%는 주거 빈곤에 처했다. 이는 전국 주거 빈곤율의 3배 수준이다. 특히 서울 1인 청년 가구의 주거 빈곤율은 2000년 31.2%에서 2015년 37.2%로 증가했다. 전희정(행정·사진) 교수는 “질적으로 낙후된 곳임에도 수도권 주택의 수요가 많아 보증금이나 월세가 비싼 실정”이라며 청년들이 주거 빈곤에 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지적했다.

1인 청년 가구의 경제력은 주거 빈곤의 가장 큰 원인이다. 한국청년정책연구원(이사장 손인석) 고강섭 책임연구원은 “부모의 부를 이어받은 청년은 주거환경을 비롯해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청년들은 주거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년 세대의 경제력은 낮을 수밖에 없어 주거 빈곤에서 벗어나기에 쉽지 않다. 고 연구원은 “청년 세대는 경제력이 낮고, 주거비용은 높아 열악한 주거 형태를 찾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청년기에 빈곤에 빠지게 된다면, 장년기나 노년기까지 빈곤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거정책은 어떠한가
정부는 1인 청년 가구의 주거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행복주택, 청년 전세임대, 주거안정 월세대출, 공공기숙사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중 행복주택은 전국적으로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공급물량 중 80%를 청년, 대학생 등 사회적 활동이 왕성한 젊은 계층에게 시세의 60~80% 수준의 임대료로 공급하고 있다. 행복주택에 거주 중인 현대령(27) 씨는 “행복주택을 이용하게 되면서 주거비가 1/3수준으로 절감됐다”며 “행복주택이 없었다면 대학 생활은 ‘방값 벌기’와의 싸움이었을 것”이라고 행복주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 교수는 “중앙정부 차원뿐 아니라 지방정부가 지역의 특색에 맞게 주거정책을 마련한다”며 “특히 서울시의 주거정책이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 주택’ 정책을 내세워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의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역세권 주변의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전 교수는 “다양한 정책이 존재하지만, 정부의 재원이 한정적이다 보니 주거 빈곤을 완전히 해결하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 연구원은 “정부 정책이 신혼부부나 부양인구가 많은 가구를 먼저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1인 청년 가구가 청년주거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공임대주택의 충분한 물량이 보급된다고 하더라도 주거 빈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고 연구원은 “현재 임대주택은 고시원 수준의 작은 규모인데, 적절한 휴식과 안전을 제공하지 못해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주거의 질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주거정책은 지자체의 여건에 따라 지원의 규모와 범위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중앙정부의 지원정책과 연계성이 충분하지 못하고 지방정부의 상황에 따라 정책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앙정부 차원에서 좋은 정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적용하기 위해선 지방정부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고 연구원은 “중앙정부 측에서 지방정부에 정책을 하달하지만, 지역주민의 반대가 있다면 현실적으로 정책이 정착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공임대주택의 건설, 학교 인근 기숙사 건설 등에 가장 반대하는 세력은 지역 주민”이라고 지적하며 “아무리 좋은 청년 정책이라도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하다면 정착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정책의 홍보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씨는 “행복주택과 같은 주거복지정책이 홍보가 잘됐으면 더 빨리 제도를 활용할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고 연구원은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이 있음에도 청년들이 직접 정책을 확인하고 찾아야 하는 홍보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며 원인을 분석했다. 이어 그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여 청년들에게 직접 찾아가는 홍보방식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정책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
법적으로 최저주거기준이 마련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아 실질적으로 청년들의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청년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의 변화를 촉구하는 '대학생 주거권 보장을 위한 자취생 총궐기 기획단(단장 고근형, 이하 자취생 총궐기)'이 설립됐다. 이에 자취생 총궐기는 주거권에 관심 있는 청년들과 토론회를 열고, 학생들이 바라는 주거권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다음해 총선 공약으로 ‘청년주거 국가책임제’를 검토하고 있다. 청년주거 문제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최저주거기준이 실제로 지켜지는 방향으로 공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자취생 총궐기 김혜린 조직팀장은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공약이 제안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청년이 선거철 표를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보였다. 실질적으로 청년을 위한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고 연구원은 “정부 차원에서 1인 청년 가구의 주거 빈곤을 논의하는 것이 아닌, 청년 당사자들이 함께 논의 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체를 마련해 당사자들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1인 청년 가구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사회가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 학교 주변 월세방 홍보 전단지가 붙어있다.
우리 학교 주변 월세방 홍보 전단지가 붙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