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은리 기자 (sayyesri@skkuw.com)

인터뷰 - 인디 뮤지션 황윤진

인디 음악 구분하는 기준 모호해져
다양한 장르에 대중의 관심 필요해 

 

“시간이 많아서 약속이 깨져도 좋아.” 인디 뮤지션 황윤진(32) 씨는 일상의 허무함과 공허함, 그럼에도 그 속에서 느끼는 행복한 감정들을 솔직하게 노래에 담아낸다. 지난달 28일 교대역 근처 카페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인디 신(scene)은 어떤 모습인가.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해서 자체적으로 음악을 만들고 라이브 클럽에서 공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디 신 안에 속하게 됐다. 밴드에서 보컬 겸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다가 최근에는 두 번째 솔로 앨범을 냈다. 인디 신은 자본으로부터 독립돼 있기 때문에 별다른 검열 없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다. 요즘에는 인디 레이블도 체계가 갖춰져 있어서 규모 면에서 메이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대로 다루는 음악이 메이저와 비슷해도 회사 규모가 작으면 인디 음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처럼 인디에 대한 기준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사람들은 인디 음악을 주관에 따라 구분하는데, 음악을 들을 때 평소에 듣던 주류 음악이 아니면 인디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재정적인 부담은 어떻게 해결하는가.
처음 앨범을 만들었을 때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했다. 다음 앨범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최한 신인 양성 프로그램인 'K-루키즈'에서 순위권에 들면서 제작 지원을 받았다. 지원 사업은 금전적인 부분이나 인지도 향상 측면에서 인디 뮤지션에게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스튜디오를 빌리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해 홈레코딩을 많이 사용한다. 요즘은 가상 악기들의 질이 높아지고 있고, 관련 장비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홈레코딩 장비를 갖춘 작업실이 있는 뮤지션이 다른 뮤지션을 초대해 서로 도와가면서 작업하는 경우도 많다.
 

곡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주로 일상생활에서 영감을 받는다. 사랑 이야기 보다는 생활하면서 순간마다 떠오르는 것을 가사로 많이 풀어낸다. 예시로 '사람들'이라는 노래가 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꺼져 가는데 건너지 못할 걸 알면서도 뛰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만들었다. 저렇게까지 뛰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저만치 앞선 사람들은 저마다 빨리 뛰고 있고”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가사에 어울릴만한 멜로디를 휴대전화 음성 메모로 기록해뒀다가 집에 가서 다듬어 곡을 완성했다.
 

대중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가.
팬들과 소통을 활발히 하려는 편이다. 인디 뮤지션은 메이저 가수에 비해 팬들과의 접촉과 만남이 쉽다. 주로 라이브 공연이 끝나고 퇴근하는 길에 사인해주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실제로 인디 뮤지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홍보다. 보통은 SNS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과거에는 싸이월드 클럽을 팬클럽으로 많이 이용했다. 근래에는 인스타그램부터 유튜브까지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면서 곡을 대중에게 노출시킬 수 있는 수단이 많아졌다. 매체의 특성에 따라 홍보방식도 조금씩 다르다. 예전에는 라이브 클럽에서 공연을 많이 하고 페스티벌 무대에 많이 서는 뮤지션이 강세였다면, 유튜브가 발달하면서 라이브 클립이나 커버 영상을 많이 올리는 뮤지션이 인기를 얻는다.
 

인디 음악의 미래를 내다본다면.
인디 음악은 워낙 다양해서 그 안에 대중성 있는 음악이 많다. 그래서 좋은 계기와 기회만 있다면 인디 뮤지션도 얼마든지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타급 인디 뮤지션들도 사실은 활동을 오래 해서 누적된 팬층이 있던 상태에서 대중적인 요소가 결합돼 시너지를 얻은 것이다. 사회는 빠르게 변하는 반면 인디 뮤지션들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다 보니 가진 것에 안주하며 다소 머물러 있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인디 신이 좀 더 발전하려면 사회의 변화에 맞춰 뮤지션들도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라이브 클럽들이 사라지면서 인디 공연 신 자체가 예전보다 많이 침체됐다. 밴드들이 공연할 수 있는 장소가 없어지면서 소수가 좋아하던 장르들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그래서 일반 대중들은 인디 음악이라고 하면 대중에 노출된 볼빨간사춘기, 멜로망스처럼 어쿠스틱한 음악만을 많이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로 인디 신 안에는 다양한 음악이 존재한다. 인디에 대한 대중들의 시야가 넓어져서 다양한 장르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황윤진 제공
ⓒ황윤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