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은리 기자 (sayyesri@skkuw.com)
일러스트 |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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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화·획일화 거부하는 인디 음악
창작의 자유 지키면서 대중과 소통해야해

 

혁오, 검정치마, 잔나비 등 독특함을 바탕으로 한 인디 뮤지션이 그 어느 때보다 사랑받고 있다. 새로움을 원하는 젊은이들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인디 음악을 찾아 듣지만, 유명해지면 인디가 아니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인디는 비대중성을 의미하지 않으며 고유의 색을 지킨 채 ‘TV에 나오는 인디’는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다.

메이저로부터의 독립, 인디 음악
인디(indie)란 independent의 약자로, 작품 제작과 유통 과정에서 거대 자본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을 뜻한다. 마찬가지로 인디 음악은 상업적인 자본과 유통 시스템으로부터 독립한 음악을 말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인디 음악만을 위한 유통망 구축은 대부분 실패했고, 메이저 유통사를 통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인디 음악에 대해 정의할 때 유통 측면에서보다는 창작에 대한 뮤지션의 태도를 두고 인디의 여부를 따진다. 여기서 태도란 시장 권력으로부터 자율성을 가지고 기획·창작 단계에서부터 녹음·믹싱·마스터링까지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스스로 수행하거나 책임을 지는 것을 말한다.

주류 음반 제작자들은 보통 음반 발표 후 3개월 이내에 제작비용을 환수하고 수익을 창출하려는 상업성을 가지고 있다. 손익 예상 하에 수익 기대치가 가장 높은 제품들만 생산돼 나오기 때문에 듣기에 비슷한 노래들이 쏟아져 나오고 팔리지 않는 음악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인디 음악은 이러한 상업화와 획일화된 음악에 종속되는 것을 거부한다. 대중음악 웹진 <이즘>의 김도헌 편집장은 “대중음악의 중요한 순간을 이끈 것은 언제나 인디 음악”이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독창적인 아티스트들이 자본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해 음악의 질적 발전을 가져왔고, 이것이 대중의 취향으로 자리 잡게 되면 또 다른 형태의 인디 음악이 등장한다. 그는 “인디 음악이 있기에 대중음악이라는 큰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며 인디 음악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인디 음악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대중적 인기를 얻거나 방송에 출연하면 더 이상 인디가 아니라는 인식이다. 그러나 영국 밴드 라디오헤드는 세계적 스타가 된 뒤 대형 음반사와 결별하고 인디 레이블 소속을 자처했고, 캐나다의 인디 밴드 아케이드 파이어는 그래미상 ‘올해의 앨범’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TV 방송에 출연하지 않는 언더그라운드와는 달리 인디는 주류 매체를 통한 대중성 확보를 문제 삼지 않는다. 작품 제작과 유통 과정에서 인디가 가져야 할 태도, 즉 창작의 자유만 지켜진다면 말이다.
 

인디 음악과 대중성의 만남
인디 음악 하면 다들 ‘홍대 앞’을 떠올릴 것이다. 전통적으로 홍대 앞은 홍익대 미술대의 후광 덕에 개성 있는 카페들이 자리하고 있던 곳이다. 획일적인 대량 생산과 소비문화가 넘실거리는 인근의 신촌과는 달리 록카페나 피카소거리와 같이 개성 있는 문화권을 형성해 왔다. 또 전위적인 예술을 추구하는 예술인들이 이 주변에서 작업을 해왔던 터라 인디 문화가 발달하기 위한 조건은 더욱 좋았다. 여기에 커트 코베인의 추모 공연이 ‘드럭’이라는 라이브 클럽에서 열려 밴드들의 난장이 펼쳐지면서 홍대 앞은 인디 음악의 메카로 떠올랐다. 드럭에서는 밴드들이 공연할 수 있도록 작은 공간을 만들었고, 그곳에서 인디 뮤지션들은 원하는 공연을 했다. 후에 크라잉넛, 노브레인과 같은 1세대 인디 밴드가 펑크 록 공연을 하면서부터 펑크 록의 영향을 받았던 인디 밴드들이 공연과 연주를 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이후 컴퓨터를 비롯한 기술과 장비가 발전하면서 이를 활용한 홈레코딩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대형 스튜디오에서 사용했던 고가의 악기를 비롯한 각종 녹음 장비들은 비교적 저렴하게 보급되는 가상 악기 등으로 대체됐으며, 실제 악기에 못지않은 음색과 음질을 들려줬다. 홈레코딩 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전통적인 음악 생산자, 수용자의 구분을 없앴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자신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많은 인디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최재선(국문 17) 학우는 실제로 홈레코딩을 통해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낸다. 그는 “노트북과 이어폰만 있으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떠오르는 악상을 바로 사운드로 표현할 수 있다”면서 “집에서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라며 음악 제작이 보편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처럼 집에서 음악을 제작하는 형태가 발달하면서 음악 비평 동호회와 같은 커뮤니티가 활성화됐다. 뮤지션들은 커뮤니티에 자작곡을 업로드하고 평가받으며, 입소문을 통해 레이블 관계자에게 발탁되기도 한다. 음원 공유 플랫폼인 사운드클라우드가 대표적인 예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수만 명이 참가하는 크고 작은 인디 음악 페스티벌이 등장하고 있다. 페스티벌은 닫혀있는 클럽이 아닌 열려있는 야외공간에서 치러지는 축제인 만큼 보다 많은 대중과 접촉할 수 있는 수단이자, 실력 있는 수많은 뮤지션들의 보이지 않는 경합의 자리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중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스타급 인디 뮤지션들은 이러한 대형 뮤직 페스티벌에서 탄생했으며,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소개되면서 인디 음악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해왔다.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관계자는 “페스티벌은 인디 뮤지션의 쇼케이스를 마련하고 사인회를 진행하는 등 많은 아티스트들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이야기했다. 페스티벌은 대중과 인디 뮤지션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유튜브는 현재 음악을 홍보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인디 레이블인 미러볼뮤직은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나 기타 영상을 게재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김 편집장은 이에 대해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며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매체를 통해 인디 뮤지션들이 알려질 수 있는 수단이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독특함을 잃지 않기
외국에서는 대부분 공연을 통해 수용자와 인디 음악이 만나게 되고 차츰 팬층을 넓히며 큰 레코드사와 계약을 맺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클럽 공연이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의 경우 만날 수 있는 팬의 범위가 좁고 수익성도 거의 없다. 또한 대학축제와 행사 모두 대형기획사 소속의 주류 뮤지션이 차지해 인디 뮤지션은 대중과 만날 창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김 편집장은 “인디 음악은 비주류 음악과 다르다. 창작자의 개성이 강하게 묻어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대중음악의 큰 틀 아래 있는 하위개념이다”라고 말하며 “대중이 듣지 않는 대중음악은 그 가치를 잃어버린다”고 역설했다. 대중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인디 음악이 대중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대중에게 종속되는 것을 경계하며 뮤지션이 가져야 할 태도를 강조했다. 그는 “뮤지션들이 어려운 음악, 저항하는 음악을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며 주류 미디어 산업의 압력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본인의 지향을 분명히 해 꾸준히 독특하고 신선한 바람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스트리트H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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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Brother Musi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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