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도현 (dh.kim@skkuw.com)
일러스트 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일러스트 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위치 기반 AR과 물체 기반 AR의 융합 필요해
5G와 결합해 발전하는 AR

영화 <킹스맨>에서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이하 AR) 기반의 홀로그램이 도입된 안경을 통해 원격 회의를 진행한다. 머지않아 우리는 이 안경을 상상 속의 존재라고 여기지 않아도 될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현실 세계의 정보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해 가상의 세계로 확장하는 기술이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 개념에서 파생돼 차세대 기술로 눈길을 끌고 있는 AR에 대해 살펴보자.

AR, 현실에 가상을 덧입히다
VR은 가상의 상황 또는 환경을 만들어 인간이 실제 주변 상황·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것처럼 보여주는 기술이다. VR 산업은 최근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성장이 유망한 분야로 지목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유명 대기업은 VR 시장으로의 진출을 공식화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이러한 VR에서 파생된 기술이 바로 AR이다. AR은 현실 위에 가상의 이미지를 더해 보여 주는 기술이다. 이는 확대의 의미를 담고 있는 ‘증강(Augmentation)’과 실제를 의미하는 ‘현실(Reality)’이 합쳐져 만들어진 개념이다. 이 용어는 1992년 과학자 톰에 의해 처음 사용됐다. 처음에는 VR과의 구분에 대해 논쟁이 많았으나, 1994년 밀그램에 의해 AR과 VR이 별도의 분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는 현실과 가상 사이의 연속체계를 총 4단계로 구분했다. 먼저 양 끝에는 사람이 직접 생활하는 공간인 현실 환경과 모든 것이 컴퓨터로 구성된 가상 환경(VR)이 있다. 한편 중간에서 현실 세계에 가까워질수록 현실의 장면에 가상을 첨가한 AR이 되고, 반대의 경우 증강 가상이라 불린다.

AR은 현실 세계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VR과 유사하다. 그러나 밀그램이 구분했듯, VR은 배경이나 환경으로 주어지는 모든 이미지가 가상이지만 AR은 현실에 가상을 덧입혀 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상태다. 따라서 AR은 VR보다 훨씬 사실적이고 친숙하게 다가온다. 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소장 전문구) 표준범 연구원은 “AR은 익숙한 현실을 기반으로 하므로 사람들의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낮고 활용 분야로의 확장성도 뛰어난 편”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VR은 별도의 장비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으로 인해 현재 정체기에 놓여 있다. 이러한 이유로 큰 크기의 장비가 필수적이지 않으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함께 실행 가능한 AR은 더욱 주목받게 됐다. 한양대 경영학과 신민수 교수는 "현재의 VR은 *HMD와 같이 무거운 장비가 필수인 만큼 AR이 훨씬 유망할 것"이라고 전했다.
 

AR 기술의 원리는 무엇일까?
AR의 대표적인 두 가지 기술에는 위치 기반 AR과 물체 기반 AR이 있다. 위치 기반 AR에는 인지 센서인 GPS와 나침반이 활용된다. 이는 절대적인 좌표를 중심으로 사람이 현재 서 있는 위치정보를 파악하고 해당 위치와 관련된 정보를 겹쳐서 보여주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주변의 지하철역이나 주유소 정보를 보여주는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학과장 노준용) 우운택 교수는 “위치 기반 AR은 스마트폰이 중심이 된 기술”이라며 “스마트폰 속에 GPS랑 나침반이 들어간다는 것을 이용해 사람이 움직이는 위치에 따라서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상대적인 좌표가 중심이 되는 물체 기반 AR은 마커(Marker)형과 마커리스(Markerless)형으로 나뉜다. 우선, 마커 형은 AR을 실현하기 위해 특수한 마커를 사용하는 형식이다. 마커란 AR 인식을 위해 사용되는 이미지로 기준점 역할을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마커를 사용하지 않고 현실 세계에 위치한 기업의 로고나 제품 포장 등을 인식하는 마커리스형이 대두되고 있다. 마커리스형은 사용자가 마커를 일일이 프린트하는 수고를 덜게 해 손쉽게 AR을 체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우 교수는 “위치 기반 AR과 물체 기반 AR은 서로 융합해야 효과를 발하며, 단독으로 쓰기에는 불완전하다”고 전했다.

이러한 AR 기술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3단계의 방법이 필요하다. 우선,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정합을 위해 트래킹 시스템을 활용한다. 이는 현실 공간과 가상 공간의 기준점을 대응시키는 작업으로, 현실 공간의 절대 좌표를 기준으로 각 좌표에 가상 상황을 대응시킨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보면, 사용자가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특정한 것을 비추면 스마트폰에 내장된 GPS와 나침반이 위치 데이터를 확인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그래픽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정보 가시화 기술을 수행한다. 여기서는 2차원이나 3차원의 데이터 제작 기술이 중요하다. 상품 정보를 현실 공간에 겹쳐서 보여주고자 할 때 상품의 그래픽 정보를 시각화하는 것이 이 단계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정보와 사용자의 인터랙션(interaction)  방법이 필요하다. 이 단계에서는 콘텐츠를 사용자에게 회신하기 위한 고속 회선이 필요하며, 모바일 단말이면 무선 LAN이나 휴대전화의 데이터 통신 서비스 등을 이용한다.
 

일상 속에서 함께하는 AR
AR이 등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각종 분야에서 AR 기술을 찾기 시작했다. 건설 관련 분야에서 AR은 유적 복원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다. AR 기술을 활용하면 유적지 상에서 직접 복원 모델을 표현할 수 있어 기존의 CG와 같은 표현 기술보다 실감난 분석이 가능하다. 또한 AR은 의료 분야에서도 활용된다. 의사는 MRI나 CT로 환자의 데이터를 수집한 후, 수술 시 환자의 환부에 수집된 정보를 중첩 표시해 불필요한 절개를 막을 수 있고 효율적인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제조 기술 분야에서는 미국의 보잉과 독일의 BMW가 AR 기술을 적용한 보조 시스템을 각 공정에 활용한 사례가 있다.

현재 AR은 일반인에게 익숙한 게임 분야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AR 게임은 현실을 게임의 무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일례로 2017년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포켓몬GO’ 게임은 대표적인 AR 게임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김명준) 차세대콘텐츠 연구본부 정일권 본부장은 “기존의 AR은 항공기 정비, 정밀 기계 수리 등 전문가를 위한 장비에 활용됐으나, 이제는 게임 등의 콘텐츠로 확대되고 있다”며 “일반 사용자 지향으로 가는 것이 큰 흐름”이라고 전했다.

한편 AR과 관련한 특허는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서 주로 진행한다는 한계가 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원장 권택민) 창출·활용연구실 임소진 실장은 “AR 기술 특허 확보 노력이 일부 대기업에 편중돼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AR 시장의 미래
리서치 전문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주목해야 할 10대 기술 중 하나에는 VR과 AR을 포괄하는 ‘몰입경험 기술’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디지캐피털은 다음해 AR 시장 규모가 1200억 달러로 증가할 것이라 예상했다. 표 연구원 역시 “글로벌 대기업들의 AR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AR 산업은 이른 시일 내에 폭발적 성장을 이룰 것”이라며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특히 앞으로의 AR은 5G와 결합해 더욱 발전할 전망이다. 실제로 LG 유플러스는 지난 9월부터 공덕역에 ‘U+5G 갤러리’를 설치해 AR과 5G의 결합을 확산해나가고 있다. 표 연구원은 “AR 분야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높고 우리나라의 5G의 기술력도 세계적인 수준이므로 그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HMD=Head Mounted Display. 머리 부분에 장착해 유저의 눈앞에 직접 영상을 제시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더스쿠프 기사 캡처
ⓒ더스쿠프 기사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