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청명과 곡우가 지난 4월 교정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돋아난 나뭇가지의 파란 새싹들과 화사한 목련과 벚꽃, 알록달록한 봄꽃들로 대학교정을 밝힌다. 이맘때쯤이면 교정에서는 세계 각국의 언어로 입학을 축하하는 환영 배너가 가로등 기둥에서 나부끼고, 모임과 행사 알림 포스터와 현수막이 즐비하고, 설렘과 호기심으로 가득 찬 신입생들과의 만남이 즐겁고, 동아리 안내와 축제 준비로 바쁜 학생들의 얘기 소리와 노랫소리가 백색소음처럼 밤늦게까지 들려오고, 땀 흘리며 농구장을 누비는 학생들의 모습을 일상으로 볼 수 있었다.

예년에 비해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수업이 온라인 강의로 진행되고, 교내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여서 교정에서 학생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가 없다. 청명한 하늘 아래 봄기운을 가득 머금은 나무와 꽃들은 여전하지만,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코로나19로 손 씻고 마스크 착용하기, 사회적 거리두기, 질병관리본부의 긴급안내문자 발송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벌써 수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요즘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온라인 강의, 화상회의, 모임 및 행사 취소, 외출 자제 등이 일상이 되면서 이제는 누구를 만나고 무언가를 함께 하고자 한다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신영복 교수의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는 여름철 냉방시설이 열악한 감옥에서 자신의 존재 그 자체로 상대방에게 미움의 대상이 된다고 얘기하고 있다. 여름 감옥살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버스 안에서 물을 마시다 사래가 걸려 나온 기침에 주변 사람들이 자리를 피하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몸싸움을 하는 등 여러 모습에서 안타까운 연민이 들기도 한다.

분명 코로나19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한다. 만나면 반갑게 손도 잡고, 함께 밥 먹고 얘기하고, 마주 앉아 공부하고, 헬스장 런닝머신 위에서 숨 가쁘게 달리기도 하고, 주말에는 가까운 곳으로 산행을 하는 등 일상의 소소함에서 오는 행복한 시간들이 지금은 아득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우리들의 일상이 사실은 우리의 삶을 의미 있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선물이고, 축복이었음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교정에 학생들이 활기차게 오가고, 중간고사 기간에는 도서관이 학생들로 가득 차고, 교정 잔디밭에서는 선후배 간의 인생 상담이 이어지고, 봄 축제 기간에는 만사 제쳐두고 흥겨운 음악과 랩에 어깨를 으쓱거리고, 조명 밝힌 농구장에서는 밤늦게까지 농구 시합이 이어지는 그런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을 그려 본다. 모든 것은 자신이 있어야 할 때와 자리에 존재할 때 비로소 조화롭고 그 의미가 있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하는 요즈음이다. 아울러 내게 주어진 일과 나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이 우리의 삶 속에서 얼마나 소중한지를 잊지 않고,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4월의 봄날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