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류현주 (hjurqmffl@skkuw.com)

“Drive it like you stole it”, 영화 <싱스트리트>의 메인 삽입곡이자 내 인생의 좌우명이다. 경쾌한 밴드 음악과 당당한 가사가 내 마음에 오래 남아 있다. 말 그대로 “훔친 듯이 달려라”, 네 인생이니 열심히 하고 싶은 대로 달리라는 뜻이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가다 힘이 부칠 때면 본가에 있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쓴 다이어리를 다시 읽어본다. 나를 채찍질하는 말들, 친구들의 응원 쪽지, 그 시절의 내 모습을 되새기며 다이어리를 닫고 다시 달려간다. 그러나 다이어리는 절대 자취방으로 들고 오지 않는다. 그곳이 다이어리가 있어야 할 곳이다. 사실 힘이 부칠 때에는 그 다이어리와 함께 있는 가족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이번 발간이 있기까지 몇 번이나 본가로 가서 그 다이어리를 읽었는지 모른다. 갑자기 맡게 된 사진부 부서장, 홍보팀장. 그리고 갑자기 맞닥뜨리게 된 사상 초유의 아이캠퍼스 개강. 계획했던 모든 것이 뒤바뀌고, 신문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교내 게시판에 걸리지는 못할 포스터, 직접 나눠주지 못하는 신입생 호외를 제작하면서 어찌나 아쉽던지. 봄꽃은 만개했으나 개강하지 못한 캠퍼스 앞 자취방에서 ‘이곳이 지금 내가 있어야 할 곳인가’하며 고민했다. 정말 ‘코로나 블루’인지 점점 무기력해져 갔다.

그래도, 그래도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 나는 너무 많은 것들을 배웠다. 사진부에 들어와서 처음 카메라를 만져봤고, 매일 밤을 새우며 기사를 쓰는 다른 기자들을 보며 내 인생에 대한 열의를 다지기도 했다. 내가 찍은 사진이 처음 지면에 실렸을 때 느꼈던 그 찰나의 감정을 놓지 못해 지금까지 달려왔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항상 부족한 나에게 응원과 지지, 그리고 피드백도.. 모든 것을 아끼지 않는 동기들을 만났다. 지난겨울, 한적한 제주 바다를 함께 바라보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초등학교, 중학교 방송반 그리고 고등학교, 대학교 신문사. 누가 보면 언론인 꿈나무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한창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방황하는 중이다. 언론에 대한 흥미보다는 그 일을 해내면서 함께 고생한 후 생기는 그 끈끈한 무언가를 더 좋아하는 편인 것 같다. 신문사라는 생소한 공간과 생소한 업무, 함께하는 사람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생의 한 컷이다. 분명 많은 사람이 가질 수 없는 추억이라 생각하고, 오롯이 내 선택으로 이루어진 이 모든 것들이 언젠가 어떻게든 나에게 좋은 영향으로 돌아오리라고 확신한다.

행복의 한 가운데에 서 있을 때, 행복을 즐길 새도 없이 불안감이 엄습해올 때가 있다. 아마 이 행복이 영원하지 않을 것을 알아서, 상황은 언제나 변하는 것을 알아서, 이 순간의 나와 당신이 언젠가는 기억 혹은 추억으로만 남겨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순간을 미련할 만큼 열심히 즐기고자 한다. 아무도 없는 캠퍼스에서 신문을 발간하려고 아등바등 달리고 있는 나는 미련한가. 미련해도 어때. 여기 함께 달리는 미련한 사람들이 넘쳐난다. 행복하다. 

류현주 기자
류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