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수빈 기자 (csubingood@skkuw.com)

지난달 성 착취 촬영물을 제작 및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검거됐다. 조주빈 이외에도 와치맨, 갓갓, 켈리, 체스터까지 이른바 ‘n번방 사건’의 배후에는 여러 운영자가 존재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텔레그램과 유사한 ‘디스코드’ 메신저를 통해 성 착취 촬영물을 판매 및 유포한 남성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대부분은 미성년자였으며 만 12살의 촉법소년도 있었다.

이에 분노한 국민들은 운영자들뿐만 아니라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진행했다. 해당 청원은 며칠 새에 20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는 ‘n번방 강력처벌’의 글이 연일 올라왔다.

과연 이번 사건만이 국민들의 분노를 자극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n번방은 이전부터 소라넷, 웹하드, 다크웹의 형태로 존재해왔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플랫폼과 가해자들의 범죄 수법은 발전했지만, 법은 그렇지 못했다. 본지 이번호 “뿌리 깊은 디지털 성범죄를 뽑아낼 마지막 기회” 기사에서는 이러한 법의 처벌 공백에 대해 비판한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호기심에 의해서 n번방에 들어왔는데 막상 보니깐 적절치 않다 싶어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에 대해 신상 공개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발언했다. n번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메신저를 설치하고 운영자에게 가상화폐로 송금을 해야 한다. 이러한 그들의 행동이 과연 ‘단순한 호기심’으로 치부될 수 있을까.

미성년 가해자의 처벌 문제 역시 뜨거운 감자다. 경찰은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미성년자들은 신상 공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입에 담기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그들에게 나이는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이번 사건에 있어서 사법부는 가해자들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면죄부를 주는 대신에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사법부뿐만 아니다. n번방 사건을 보도하는 기성 언론은 사건의 본질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가해자 조주빈이 학보사 편집국장을 맡았다거나 학교 성적이 좋아 장학금도 여러 번 탔다는 보도를 하며 그의 성실함을 부각했다. 언론의 이런 보도 행태는 가해자 조주빈에게 ‘두 얼굴의 악마’라는 타이틀을 부여하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가해자를 악마화하는 보도는 성범죄를 비정상적인 특정인에 의한 예외 사건으로 인식하도록 만든다. 언론은 사건의 심각성을 흐리는 자극적인 보도를 중단하고 이 사회의 성 착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가해자에게 관대하고 피해자에게 각박하다. n번방 피해자들에게 치료비와 생계비를 지원한다는 기사에는 피해자에게 ‘창녀’라는 프레임을 씌워 2차 가해를 가하는 댓글이 넘쳐났다. 반면 가해자들은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들의 죄에 비해 결코 무겁지 않은 벌을 받는다. 언제부터 이 사회가 가해자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됐을까. 이번 사건만큼은 가해자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지 않길 바란다.

조수빈 편집장
조수빈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