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유리 기자 (dbfl1222@skkuw.com)

인터뷰 - '지지동반자' 이희정 실장

피해자 중심으로 사건 해결해야 해
성 착취물 클릭 수만큼 가해는 발생

나무여성인권상담소(소장 김영란)는 서울시와 함께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1대 1로 지원해주는 ‘지지동반자’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지동반자는 상담 지원부터 진술 동행, 전문기관 연계, 지원 방향 찾기까지 디지털 성범죄 피해구제의 전 과정을 함께하며 필요한 △법률지원 △삭제지원 △의료지원을 제공한다. 지난 10일 상담소 사무실에서 지지동반자 이희정 실장을 만나 디지털 성범죄 피해구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나.
법률지원은 가해자 처벌을 위한 형사소송부터 시작한다. 지지동반자는 소송의 기본적인 절차를 안내하고 수사기관에 동행한다. 성범죄 피해자는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이기 때문에 홀로 사건을 해결해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증거재판주의에 따라 피해자는 스스로 피해사실을 입증하는 고소장을 수사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성 착취물을 대면해야 하는 증거수집 단계는 지지동반자가 돕는다. 한편 형사소송에서 오프라인 성폭력 피해자는 국선변호사가 자동으로 선임된다. 반면에 디지털 성범죄는 가해자 처벌이 모욕죄나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이뤄져 국선변호사 선임이 어렵기 때문에 다른 무료법률구조사업을 수행하는 위탁기관으로 연계한다.

의료지원의 경우는 대부분 트라우마에 대한 심리적인 지원이다. 성범죄 피해로 의료기관을 이용하면 국가에 의료비 청구가 가능하다. 디지털 성범죄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곳은 나무인권여성상담소뿐만 아니라 디지털성범죄피해자센터와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있다.

성 착취물 삭제지원은 지지동반자의 전문분야는 아니기 때문에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로 연계한다. 하지만 해당 센터도 담당 직원이 성 착취물이 유포된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서 관리자에게 일일이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핵심은 인력과 시간인데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다. 영상 업로더 수에 비해 인력이 부족해서 삭제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디지털 성범죄와 오프라인 성범죄의 피해 지원은 무엇이 다른가.
오프라인의 성범죄는 가해자가 명확하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보이지 않는 가해자와 싸워야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 가해가 발생한 온라인 플랫폼의 시스템이나 그 안에서 발생하는 일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수사기관에도 디지털 성범죄를 처벌해야 하는 이유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기존의 성폭력에 대한 인식도 지금까지 오기에 많은 시간이 걸렸듯이 마찬가지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 변화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의 마당이 되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도 빼놓을 수 없다. 영상물 삭제는 특히 초기유포를 막아야 이후에 확산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삭제할 수 있는 속도와 범위를 넓혀야 한다.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나.
피해자의 신고율에 비해 유통되는 청소년 성 착취물은 정말 많다. 청소년에 대한 성 착취 수법 중에는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가 있다. 특히 오프라인 공간에서 소통할 만한 사람이 없는 청소년의 경우에 표적이 되기 쉽다. 온라인 그루밍이 주로 이뤄지는 곳은 채팅 애플리케이션이다. 채팅 애플리케이션 광고는 그 안에서 건전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처럼 환상을 심어주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가해자는 처음에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서 피해 청소년의 심리적, 경제적 취약성을 파악한 후에 그 부분을 파고들어서 도움을 준다는 명분으로 개인정보를 알아낸다. 필요한 정보를 얻으면 협박과 성 착취가 시작된다.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은 성인에 비해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청소년 피해자를 설득해 가정에 피해 사실을 알리는 과정도 필요하고 학교생활 중에 정보가 쉽게 노출되지 않도록 상당히 주의해야 한다. 또한 미해결 경험이 한번 축적되면 다음에 다른 피해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신고하거나 해결할 의지가 사라지기 때문에 피해자 중심의 적극적인 사건 해결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법정 대리인인 피해자의 부모가 사건 해결 과정의 중심이 돼 소외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가 중심이 돼 주체적으로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대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성 착취물을 ‘절대 클릭하지 않는 것’과 ‘절대 보지 않는 것’이다. 대학생들도 성 착취물을 보는 것이 명백한 범죄임을 인식하는 문화에 동참해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대학사회에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혼자 고통받지 말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에 전화하라고 말하고 싶다. 디지털 성범죄를 절망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함께 방법을 모색하자.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온라인 상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행하는 성적인 가해행위다.

 

지지동반자 홍보 포스터.ⓒ나무여성인권상담소 홈페이지 캡처
지지동반자 홍보 포스터.
ⓒ나무여성인권상담소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