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도현 (dh.kim@skkuw.com)

인터뷰 - 명지대 경제학과 김두얼 교수

‘보이지 않는 손’인 경제질서 그리고 ‘보이는 손’인 법질서. 이 둘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회가 있다. 지난 15일, 한국법경제학회에서 회장직을 역임 중인 명지대 경제학과 김두얼 교수와 우리나라의 법경제학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데이터 통계 분석 통해 법의 효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
법학과 경제학, 학계와 실무의 벽 허물어 열린 공간 마련 

 

한국법경제학회가 설립된 계기는.
국내에서 초기 법경제학 연구는 다분히 개별적이었다. 그러다 법경제학에 대해 연구자들이 서로 모여 토론하고 교류하는 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겨났고 2002년 한국법경제학회가 설립됐다. 현재 학회는 △경제학자 △법학자 △변호사·판사 등 실무자 비율이 각각 1/3 정도로 구성돼 있다. 한국법경제학회는 법학과 경제학을 아우르는 새로운 연구가 실무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가교를 세우고 있다.
 

한국법경제학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오늘날 사회과학의 큰 흐름을 보면 경제학, 사회학, 정치학 연구의 구분이 거의 없이 융합돼 있다. 미국에서는 로스쿨이 이러한 융합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한다. 한편 우리나라는 한국법경제학회가 그 역할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 한국법경제학회 주관하에 ‘타다’와 같은 이동 서비스 관련 규제법의 현황과 개선방안을 학술적으로 검토하는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기존 택시업계에 ‘타다’라는 새로운 분야의 등장과 관련해 이것의 법적 합법성을 어떻게 볼 것인지 판단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처럼 새롭게 들어온 분야가 현실과 충돌할 때, 어떤 부분이 맞지 않으며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다양한 관점에서의 협의가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틀 자체를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도 뒤따라올 수 있다. 이 상황에서 단순히 한쪽 분야만 생각하면 원활한 해결이 어렵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를 융합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 한국법경제학회의 역할이다. 지난해 한국법경제학회가 주관하는 추계학술대회 때 다뤘던 ‘삼성 바이오로직스 사건’에서 경제, 법, 회계 문제를 모두 분석하는 것이 필요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법경제학에서 경제학의 의의는 무엇인가.
경제학은 법의 제정과 집행에 전반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법경제학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은 하나의 법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데이터와 같은 실증 자료를 토대로 파악하고 개선하는 연구를 한다. 예를 들어 법이 통과되기 전에는 ‘형량을 높이는 법이 도입되면 정말 효과가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형량을 올리니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으나 한편으로 ‘오히려 더 은밀한 은닉이 증가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또한 제기될 수 있다. 이는 이론의 관점에서만 보면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학적인 통계 분석을 이용해 예측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법의 제정이 완료되고 난 후의 집행 단계에서 역시 법이 도입되기 전과 후의 통계를 비교하며 법의 효과를 따져보는 연구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법경제학에서 아쉬운 점을 찾자면.
법경제학이 시작될 때는 이론적 측면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사회문제에 직접 적용하고 분석해보는 실증적 연구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경제학은 아직 이러한 실증적 연구가 부족하다. 대략적인 비율로 따지자면 이론과 실증의 비율이 8:2 정도로 이론과 관련된 연구를 하는 연구자가 대부분이다. 특히 실증적 연구 중에서도 우리나라 사법제도의 데이터를 경제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는 상당히 드물다. 이 부분은 점차 개선될 필요가 있다.
 

앞으로 한국법경제학회의 목표는 무엇인가.
축구 경기에서 선수 하나하나의 공격력이나 수비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할 경우 경기장이나 룰을 새롭게 바꾸는 것도 의미가 있다. 더 나은 사법체계를 만들기 위해 법을 경제학적으로 다시 살피는 것도 맥을 같이 한다. 한국법경제학회는 법학과 경제학, 학계와 실무 간에 존재하는 장벽을 허물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사회발전을 촉진하고자 한다.

사진 I 박주성 기자 pjs970726@skkuw.com
사진 I 박주성 기자 pjs970726@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