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경제의 팀플레이, 법경제학으로 꽃피다
법과 경제의 팀플레이, 법경제학으로 꽃피다
  • 김도현
  • 승인 2020.04.20 14:49
  • 호수 16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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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I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skkuw.com
일러스트 I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skkuw.com

 

미국의 위대한 법학자로 칭송받는 올리버 웬들 홈스는 “지금까지 법학은 문언 자체를 해석하는 연구가 주를 이뤘으나, 앞으로는 통계학과 경제학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법과 경제는 뭉쳤을 때 팀플레이의 효과를 내는 사이다. 팀플레이의 결과물인 법경제학이 어떤 이론을 기초로 성장했으며, 우리 사회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법과 경제 연결해 효율적인
자원 분배 유도한 ‘코즈 정리’
현실설명력 토대로 한 실증적 연구의
중요성 아래 발전하는 법경제학

 

자연스러운 만남, 법학과 경제학
법경제학은 법 또는 법규범을 경제학적 방법론으로 설명하는 학문이다. 이때 법경제학은 입법과 법 정책에 쓰이면서 그 의의를 달성한다. 명지대 경제학과 김두얼 교수는 법경제학이란 “법이라는 대상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실에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게끔 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법경제학은 시장과 법의 상호 밀접한 관계에서 피어났다. 시장은 법의 울타리 내에서 형성되며 법은 시장의 발전에 발맞춰 변화한다. 1880년경 초기의 법경제학자들은 경제 현상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법과 관련된 연구를 활발히 진행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법경제학자들은 민사법, 형사법과 같이 경제 현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법으로 그 연구 범위를 넓혀오고 있다. 김두얼 교수는 “현대의 법경제학을 태동시킨 역할을 한 학자 중 하나는 ‘로널드 코즈’일 것”이라고 말했다. 1960년, 코즈는 재산권 문제를 경제학으로 가져옴으로써 법경제학의 새로운 전성기를 몰고 왔다.
 

법경제학은 ‘코즈 정리’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코즈는 외부효과에 의해 경제 주체들의 권리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고민했다. 외부효과란 A의 활동이 그 활동의 당사자가 아닌 B에게 이익이나 손해를 발생시키며 결국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세탁소에서 흘러나온 오염된 물이 어부의 물고기에게 영향을 주는 경우가 대표적인 외부효과의 사례다. 코즈는 이와 같은 현상은 경제 주체 간의 재산권이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기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봤다. 이때 재산권이 획정된다면 외부효과는 자연스럽게 내부화돼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탈피한다. 일례로 강물에 대한 재산권이 어부에게 있다면, 세탁업자는 오염물질을 배출할 때 어부의 동의를 구하고 보상을 할 것이다. 이러한 계약을 토대로 양쪽의 경제 주체는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에서 오염물질 배출 수준을 정한다. 한편 강물에 대한 재산권이 세탁업자에게 있어도 마찬가지다.

과거 재산권과 관련된 논의는 ‘누구에게 재산권을 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코즈는 이 질문에 답하는 대신 특정인에게 재산권이 명확히 획정되고 *거래 비용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재산권이 누구에게 부여되는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가능함을 밝힌다. 코즈 정리는 시장에 거래 비용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법원이나 국가가 경제 주체들 사이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주든 경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음을 골자로 한다. 거래 비용이 0인 상황에서 민간의 경제 주체들은 법과 별개로 자신의 생산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종 계약행위를 하며 이에 따라 경제적 효율성은 항상 보장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0의 거래 비용을 전제로 한 코즈 정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양(+)의 거래 비용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실 세계의 문제를 풀기 위한 출발점이다. 우리 학교 경제학과 김일중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와 관련해 ‘감염확진자의 자유로운 통행 권한’과 ‘일반 시민의 안전을 위한 자가격리 준수 의무’가 충돌할 때, 법을 통해 누가 얼마만큼의 권한을 갖는지 명확히 정해 각종 분쟁이 사라지는 데 일조하는 것이 현실 속 코즈적 숙고방식”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코즈 정리에 대해 김일중 교수는 “법과 경제라는 두 하위체계를 하나로 통일시킴으로써 사법부가 어떻게 하면 재산권 체계를 보다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고심토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경제적 효율성의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법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위해선 끊임없는 법적 분쟁과 경제적 교환이 필연적이다. 여기서 외관상 관계가 없어 보이는 ‘경제적 효율성’과 ‘법적 정의’는 내적으로 깊은 연관 관계를 가진다. 우선 경제적 효율성은 ‘총 잉여의 극대화’로 설명될 수 있다. 총 잉여가 극대화될 때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법적 정의의 한 종류이자 경제 주체에 각자의 몫을 주는 ‘교환적 정의’에 의해 재산권 보호가 보장되면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활동에 대한 효율성은 증진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교환적 정의는 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 한편, 역으로 경제적 효율이 확보돼야 또 다른 법적 정의 중 하나인 ‘배분적 정의’의 실현이 용이해진다. 시장이 *완전경쟁시장에 가깝게 효율적으로 작동해야 비로소 정의로운 소득분배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제적 효율성은 법적 정의의 기반 아래 성립하며, 법적 정의는 경제적 효율성을 통해 실현된다.
 

법경제학의 의미와 전망
앞서 살펴봤듯 융합된 학문으로서의 법경제학이 가지는 함의는 크다. 이러한 법경제학은 이론의 기능뿐만 아니라 현실에서의 응용과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김두얼 교수는 “법경제학에서 중요한 것은 연구자가 실제로 얼마나 좋은 분석과 해법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법경제학은 현실설명력을 토대로 실증적 연구를 하는 데에 그 역할이 크다. 김일중 교수 역시 “요즈음 △사회적 재난사고 △열강 간의 각축 △질병 △환경문제 등 인간의 삶과 연관된 여러 문제가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을 강구하는 법경제학의 실증적 연구가 중요한 때”라고 피력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법경제학의 접근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원장 손태우) 주진열 교수는 한국 법경제학의 도전과 과제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전통적 법학에 근거한 법 해석만으로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많고 실제로 이에 익숙해져 있는 법관이 법경제학적 논증을 활용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독점규제와 같은 분야에서 전통적 법 해석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새로운 유형의 사건이 늘고 있어 법경제학의 활용도가 기대된다”며 법경제학의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거래 비용=거래행위가 성립되기 위해 드는 모든 비용. 시장에서 적절한 거래자를 탐색하고 계약을 체결집행하는 데에 있어 소요되는 비용을 통칭한다.

*완전경쟁시장=단독으로 가격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같은 생산물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많고, 각자가 시장에 대해 완전한 지식을 갖고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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