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웅식 (w00ngsik@skkuw.com)

인터뷰 - 우리 학교 연기예술학과 이경성 교수  

이경성 교수가 연출한 연극 '비포애프터'(2015).ⓒ이경성 교수 제공
이경성 교수가 연출한 연극 '비포애프터'(2015).ⓒ이경성 교수 제공

 

우리가 떠올리는 연극의 모습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우리가 상상하는 연극 연출가는 연극 전체의 결정권자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의 통념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연극을 만들어가는 극단이 있다. 바로 극단 ‘크리에이티브 VaQi(이하 크리에이티브 바키)’가 그 주인공이다. 극단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연출가 및 공연작가이자 우리 학교 연기예술학과에 소속된 이경성 교수를 만났다.

구성원 모두가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연극 만들기 위해 노력해
관객 모두가 개별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으면


극단 크리에이티브 바키에 대해 소개해달라.
극단 크리에이티브 바키는 학창시절을 같이 보냈던 친구들과 같이 시작한 극단이다. 바키는 집시들의 상징인 수레바퀴를 뜻하고 ‘Veritas, art, Question, imagination’의 줄임말로 수레바퀴처럼 자유롭게 세상곳곳을 향해 굴러가고 구석구석 아름다움을 전해주고자 하는 취지로 2008년에 창단됐다. 크레에이티브 바키는 이런 취지를 바탕으로 사회와 우리 주변의 동시대적인 이슈를 포착하고, 특정 이슈에 대해 공부하며 이를 몸소 체험하고 느낀다. 이후 극단 구성원의 느낀 점을 엮어 언어가 중심이 아닌 △몸 △미디어 △설치 미술 △오브제 등의 다양한 예술 요소가 활용된 공연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다.
 

언어 중심이 아닌 연극은 무엇인가.
대학을 졸업하면서 이미 작가가 한번 세상을 해석해서 쓴 글을 바탕으로 세상을 해석하기보다는 직접적으로 내가 세계를 해석해 연극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글 이외의 무엇을 중심으로 연극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할 때, 나를 둘러싼 공간과 주변 환경이 감각적으로 다가왔다. 대학교 4학년 때 이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소파 하나만 이삿짐 트럭에 싣지 못해 친구랑 같이 소파를 들고 옮겼다. 소파를 옮기던 중 횡단보도 앞에서 소파를 잠시 내려놓고 그 위에 앉아 신호를 기다린 적이 있었다. ‘소파’라는 사적인 공간의 오브제가 공공 공간인 거리와 만났을 때, 이것이 하나의 시(詩)성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공간은 그 공간이 쌓아온 역사와 맥락이 있고 그 공간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주변의 공간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연극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가.
크리에이티브 바키는 공동창작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연극을 만들고 있다. 사실 연극은 다양한 예술분야의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만큼 어떻게 보면 모든 연극은 공동의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연극은 1인의 작가나 연출가에 의해 주제가 정해지고 많은 요소가 작가의 텍스트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됐다면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공동창작은 공연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공동창작의 틀 안에서 연극을 만드는 과정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일단 공통의 주제를 찾으면 두가지 중 하나의 방식으로 리서치를 진행한다. 서적이나 강연을 통한 학술적 리서치를 하기도 하고 연극의 모두가 직접 현장에 방문해 그 공간을 경험하는 수행적 리서치를 하기도 한다. 이런 리서치 과정에서 남은 일기나 영상물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워크숍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각자의 생각을 나눈다. 이러한 과정 중 생겨난 이야기 재료의 연결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연극의 구조를 만들어나간다. 각각의 소재가 인과적인 구조를 가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재료를 다양한 순서로 배치해보면서 흐름을 찾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연극은 관객을 만나게 된다. 매번 그렇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이렇게 연극을 만들고 있다.
 

공동창작과 연출가의 역할이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공동창작과 연출가의 역할 사이에 딜레마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공동창작은 결정의 주체를 여럿으로 나누기 때문에 연출가가 일방적으로 결정을 할 수 없다.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경우 연출가가 하나의 제안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특정 주제 혹은 그 주제를 공부하고 체험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제안을 한 뒤에는 제안된 것에서 무엇이 발생하는지 긴 시간 동안 들여다본다. 또한 일정시기에는 연극이 무대에 올라가야 하는 만큼 마감기한을 정하는 일도 하고 있다.

공동창작의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다양한 어려운 점이 있다. 완성된 텍스트가 아닌 주제만 정해진 상태로 연극 준비를 시작하기 때문에 어려울 때가 있다. 또한 극을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공연을 상연하기 위해서는 공연의 내용과 형식이 있고 그것을 체화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동창작의 경우 연출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리서치를 통한 조사 내용을 연극적 형식으로 구현해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다 보니, 연극을 상연하기까지 시간이 빠듯한 경우가 많다.
 

어떤 연극을 만들어나가고 싶은가.
좋은 예술은 각기 다른 경험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작품과 소통할 수 있게 만드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현실은 하나의 주제로 설명될 만큼 명확하지 않고 복잡하기 때문에 연극은 그 복잡성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그 속에서 개별적인 의미를 찾아내는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연극에 참여하는 모든 참여자가 창작의 과정 중 삶의 변화를 느끼는 연극을 만들고 싶다. 마지막으로 어떤 주제에 대해 가장 핵심적인 내용만이 솔직하게 녹아있는 연극을 만들고 싶다.

사진 I 류현주 기자 hjurqmffl@skkuw.com
사진 I 류현주 기자 hjurqmffl@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