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웅식 (w00ngsik@skkuw.com)

 

손 뻗으면 닿을 것 같고 숨소리까지 느껴지는 거리, 그 가까운 거리에서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연극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긴장감과 짜릿함을 느껴본 적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부터 우리의 곁에서, 우리의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연극, 그 연극의 무대 뒷모습은 어떨까? 무대 뒤편, 연극 그 자체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실제 공간에서 배우와 관객이 호흡하는 것이 연극의 매력
작품성 있는 연극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 필요해


연극 들여다보기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연극은 ‘배우가 각본에 따라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말과 동작으로 관객에게 보여 주는 무대 예술’ 혹은 ‘남을 속이기 위해 꾸며 낸 말이나 행동’ 등으로 정의된다. 국내에서는 연극을 이러한 정의를 바탕으로 △건축 △무용 △문학 △미술 △음악 등의 예술 문화 요소가 종합적으로 구성돼 몸짓이나 언어로 표현되는 예술로 간주한다. 또한 연극은 무대 위에서 이뤄지는 공연의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공연예술 또는 무대예술로 분류된다. 이처럼 종합예술인 연극은 다양한 문화예술적 요소의 조화를 근간으로 하지만 흔히 △관객 △무대 △배우 △희곡의 4가지 요소를 연극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 요소로 꼽는다.

다양한 형태로 오랫동안 우리 곁에 머물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연극은 인류의 역사와 오랜 기간 동안 함께해왔다. 우리가 떠올리는 ‘연극’이라는 형태는 약 2500년 동안 존재해왔다. 그러나 연극이라는 형태와 별개로 석기시대에도 무언가를 흉내 내는 연극적 유희의 흔적은 존재했다. 언어 능력이 부족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당시의 인류는 사냥할 때의 모험을 모닥불 주변에서 행동으로 재현했다. 그들은 △공동체의 사건 △삶의 즐거움 △자연현상을 연극적인 방식으로 기념했다. 이후 이런 유형의 행위는 긍정적인 결과를 기원하는 행위로 변모했다.

이처럼 제의적 연희에서 출발한 연극은 역사적·지역적 요인으로 뚜렷이 구분되며, 구분된 연극은 그 종류에 따라 명확한 특징과 형식을 지닌다. 먼저 서양연극의 경우 △고전극 △중세극 △근세극 △근·현대극 등 시대구분에 따른 연극 종류의 특성이 확실하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가 비평을 통해 엄격하게 비극과 희극의 개념을 정의한 이후, △비극 △희극 △희비극 △멜로드라마 등으로 연극 양식을 분류하며 발전했다.

한편, 동양연극은 지역별로 특성과 형태의 차이를 보인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은 경극, 일본은 가부키가 대표적이다. 서양문명의 유입 이후 대부분의 나라에서 연극 전통이 단절되고 서구를 모방한 새로운 근대극이 주류가 됐다. 우리나라의 연극 역시 개화기를 분기점으로 연극의 양식이 크게 이질적이다. 서구 문명의 영향으로 지금까지 주류를 이루는 근대극·신극이 등장했고, 그전 시대의 연극인 탈춤, 판소리 등은 모두 고전극·민속극·전통극이라 부르게 됐다.
 

연극, 어떤 점이 재밌어?
연극이 △관습 △문화 △시대 △장소에 따라 차이가 크다고 해도 모든 연극에 적용되는 보편성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즉각성’은 연극을 매력적으로 만든다. 연극은 기록이나 영상 투사가 아니라 바로 현장에서 이뤄지는 움직임이기 때문에 그 어떤 요소도 정확하게 복제될 수 없다. 서울연극센터가 만드는 연극 전문 웹진 <연극in> 정진세 총괄에디터는 “지금의 연극은 영상매체에서 볼 수 없는 소수자, 당사자, 특별한 존재, 특별한 서사를 전해주는 발화자가 자리하고 있다”며 이런 차이점이 영상매체와 다른 연극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연극은 단순히 영상매체를 반복 재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극의 현장성은 연극만의 특별한 매력을 만들어 낸다. 무대 위의 배우와 관객의 상호작용이 가능해 관객의 반응에 배우가 영향을 받고 연극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단순한 관객과 배우의 상호작용을 넘어 관객이 연극의 서사에 영향을 주는 관객참여형 연극도 존재한다. 4명의 용의자 중 범인을 가려내기 위해 형사 2명이 관객들과 함께 사건을 재구성하고 범인을 추리하며 진행되는 연극 <쉬어 매드니스>는 관객들에게 목격자라는 역할을 부여한다. 이후 연극은 그들의 증언을 통해 극이 진행되며, 관객의 투표로 범인이 결정된다. 이 연극을 관람한 이현아(경제 19) 학우는 “기존에 정해진 결말이 아니라 관객이 결말을 만들어간다는 점이 새로웠다”며 “다음에 찾아가면 또 어떤 색다른 결말이 있을지 궁금해 한번 더 찾아가 보고 싶게 하는 연극이었다”고 말했다.
 

연극은 꽃 피우고 싶다
이러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연극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문제는 대학로에서 두드러진다.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돼 건물주의 조세 감면 지원책이 시행됨에 따라 소극장을 운영하는 연극인에게 임대료 인하라는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이에 반하여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로 인해 1987년 개관해 28년간 자리를 지켰던 ‘대학로 극장’과 ‘아리랑소극장’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으로 폐관했다. 소극장 ‘혜화당’의 이승구 페스티벌 기획 프로듀서 겸 배우는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공연 일수가 줄어들어 평일 공실이 생기는 극장은 겨우 연명하거나 폐관하는 상황”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정 총괄에디터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예술가의 행위에 대한 인정 및 현실적인 보상이 필요하다"며 도시에서의 예술활동을 위한 공간사용료 등의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기본적으로 예술가의 활동은 현대 산업-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맹점 등을 보완하는 비영리적 가치 추구 행위이기 때문에, 기존의 시장 및 경쟁 관점으로 ‘예술지원’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주변에 있는 '아르코예술극장'의 모습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주변에 있는 '아르코예술극장'의 모습

 

우리 연극 보러 갈래?
연극의 재미와 별개로 선뜻 연극을 보러 가기 망설여지기도 한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사람들은 주로 △공연장의 접근성 △소극장 좌석의 불편함 △티켓값 등을 연극을 보기 망설여지는 이유로 꼽았다. 그렇지만 이런 불편함이 가끔은 매력이 되기도 한다. 강지효(미술 19) 학우는 “티켓값은 매우 다양한 편이고 극단에 따라 할인율이 다르다”며 “할인율이 다른 티켓을 찾는 것은 또 하나의 묘미”라고 밝혔다. 또한 극장의 작은 크기와 낮은 편의성은 색다른 재미를 주기도 한다. 강 학우는 “소형 극단의 연극은 카페와 갤러리에서 진행되기도 했고, 건물의 지하실에서 열리기도 했다”며 “이 두 연극 모두 장소의 특색을 이용한 뛰어난 연출을 보여줘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연극 그 새로운 경험을 위해 소극장으로 모험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젠트리피케이션=도심 인근의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인과 돈이 유입되고,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