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나래 기자 (maywing2008@skkuw.com)
나는 어릴 때부터 타인의 기분을 살피고 그 사람의 감정에 나를 맞추는 것에 익숙했다. 생각해보면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다. 이 생각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나아가 타인이 나를 싫어하지 않는지 등의 잡념으로 퍼져갔고, 마침내 ‘내가 생각하는 나’보다 ‘타인이 생각하는 나’가 마치 나의 모습인 것 마냥 착각하곤 했다. 혹자는 ‘타인의 시선을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무시하라’고 조언하기도, ‘언제까지 모두에게 완벽한 사람일 수는 없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실제로 조언과 질책을 따르려고 노력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 행동은 쉽게 바꿀 수 없었다. 이미 타인의 시선이 나에게 너무나 크고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세상의 일부일 뿐이다.
이런 ‘고질병’ 같은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는 일본의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에게 인간관계를 묻다라는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책을 읽던 중 나에게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문장은 ‘남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구절이었다. 저자는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였던 알프레드 아들러의 표현을 빌려 우리는 모두 ‘전체 중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세상의 일부일 뿐,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 나 역시도 타인이 모두 나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까지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무의식중에 내가 타인에게 꽤나 큰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고 단정 지었던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 역시도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제외하면 타인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말을 하는지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나도 그들을 세상의 일부로 바라봤던 것이다.

내가 이제까지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던 이유는 출발점을 잘못 설정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고질병을 극복하는 방법은 ‘내가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남이 나에게 그렇게까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함에서 출발하는 것이었다. 즉, 나의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모두에게 ‘나쁜 사람’은 아니다.
책에서 찾아볼 수 있는 또 다른 실마리는 바로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었다. 내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가 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시작됐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내가 타인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봤더니 나 역시 큰 변수가 없다면 타인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또, 그동안 타인에 대한 의심 때문에 믿지 않아서 그렇지, 나에게 ‘넌 참 좋은 사람이야’라고 말해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도 새삼 떠올릴 수 있었다.

 
문제의 시작은 나로부터
이 책을 읽으면서 문제는 결국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신경 쓰는 것은 내가 타인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오해에서 비롯돼 타인이 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아닐까 하는 염려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타인이 바라보는 나’가 아닌 ‘내가 바라보는 나’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여야겠다고 다짐하며 책장을 덮었다.
김나래 부편집장maywing2008@
김나래 부편집장
maywing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