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수빈 기자 (csubingood@skkuw.com)
지난 10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했다. 항상 주민들에게 친절하고 성실했던 그는 아파트 한 주민의 폭언과 폭력으로 인해 ‘억울하다’는 말이 담긴 유서를 남겨놓고 세상을 떠났다. 꼼꼼하게 작성된 근무 일지, 한눈에 봐도 열악해 보이는 그의 초소는 사람들의 가슴을 더욱더 아프게 했다. 가슴 아픈 그의 사연에 사람들은 분노했으며, 아파트 주민들은 그의 명복을 빌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경비원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가해자를 처벌해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경비원과 같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갑질 문제’는 이전부터 끊임없이 발생해왔다. 근로자들이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면 ‘너 말고도 일할 사람 많아’라는 논리로 그들의 요구를 무시해버리기도 하고, 화단에 물을 주는 방식에 마음에 안 든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해고를 해버리기도 했다. 이러한 갑질 문제는 비정규직 근로자 중에서도 경비원이나 청소부와 같이 노인들이 종사하는 직업군에서 더욱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대기업 정년퇴직 이후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조정진 씨의 책 임계장 이야기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책에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부르는 호칭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꽤 충격적이다. 버스 배차 계장으로 일하던 저자는 누군가 자신을 ‘임계장’이라고 부르자 본인의 성씨를 잘 못 부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이는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이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다.자(고르기도, 다루기도, 자르기도 쉬운 인력)’라고도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이 사회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부르는 호칭에서 그들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며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지만 여전히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복지는 후진국에 머물러 있다. 최근 발생한 경비원 갑질 사건만 봐도 물리적, 정신적인 폭력으로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에 대한 어떠한 처벌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러한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문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듯, 강자도 언젠가는 약자가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약자들의 문제가 본인과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들의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문제를 뒷전으로 미룰 수 없다. 이제는 그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개선과 더불어 법적인 제도 마련도 필요한 시점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여전히 귀한 직업과 천한 직업이 나뉘어있다. 이제는 이러한 인식을 없애고 모든 직업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모든 노동자는 근로하는 데 있어서 좋은 환경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제는 우리가 먼저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지 않을까. 
조수빈 편집장csbingood@
조수빈 편집장
csbin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