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유리 기자 (dbfl1222@skkuw.com)

인터뷰 - 한남대 경찰학과 박미랑 교수

정서적·사이버 폭력 증가하는 추세
학폭위,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돼

학교폭력 가해자는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대상이다. 최근 발생한 학교폭력의 수위와 방식을 보면 성인 범죄를 능가할 정도로 끔찍해 엄벌로 가해자를 다스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한편으로 학교폭력 가해자는 아직 미성숙한 청소년이므로 선도해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키워내야 한다. 제대로 교화되지 못한 청소년은 성인이 돼서 또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가해자 처벌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한남대 경찰학과 박미랑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학교폭력을 엄벌로 해결할 수 있나.
학교폭력을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엄벌은 범죄의 발생을 줄이는 데 효과가 없다. 엄벌이 범죄 발생을 줄인다는 논리는 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손익을 계산하고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범죄라는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처벌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인간이 합리적 선택을 한다는 가정이 깔려있다. 그러나 범죄를 하는 순간 범죄자는 합리적인 인간이 아니므로 처벌을 계산하고 범죄를 실행하지 않는다.

또한 엄벌은 재범을 방지하는데도 효과가 없다. 1990년대 미국의 경우 청소년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였다. 이에 소년 범죄자를 성인과 동등한 형사처벌을 받게 해달라는 여론이 많아 일부 주에서 *형사이송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몇 년 후 비슷한 죄질의 범죄자 중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받은 아이들과 형사처벌을 받은 아이들을 비교했을 때, 어른과 동등한 형사처벌을 받은 아이들이 재범 횟수도 더 많았고 재범을 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짧았다. 게다가 형사처벌은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법경제학적으로 계산했을 때 범죄자 한 명을 교도소에 수용하는데 1년에 약 5000만~8000만 원의 비용이 든다. 큰 비용을 들인 엄벌이지만 범죄예방 효과도 재범 방지 효과도 없었다. 따라서 처벌을 엄격하게 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예전부터 통제되지 않는 청소년들은 항상 존재했다. 그러므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범죄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 즉, 가해 청소년의 살아온 환경을 살펴야 한다. 대부분의 가해 청소년은 결손가정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가정에서 자라면서 이들은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과 비슷한 아이들과 어울리게 된다. 범죄를 저지르고 또래 청소년을 괴롭히는 것이 멋있어 보이는 집단에 속해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청소년이 어른도 하지 않는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는 어른들과 사회의 방치가 반복돼왔다. 따라서 불안정한 가정이나 학대받는 아동에 국가가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또한 처벌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엄격한 방식으로 겁을 주는 것보다 작은 범죄도 확실히 검거해야 한다. 따라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잘한 비행에도 사람들이 민감해져서 신고하는 환경과 이를 억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학교폭력 처벌은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의 형사사법 시스템은 국가가 피해자를 대신해서 가해자에게 벌을 내린다. 학교 내에서 개최되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도 유사한 체계다.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받고 있지만 가해자는 처벌만 받고 끝난다. 아무도 치유되지 않고 아무도 고쳐지지 않는 것이 처벌만 하는 시스템의 한계다. 이 제도는 가해자에게 진지한 반성을 요구하지 않으며 이들은 합의금을 주거나 죗값을 받으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처벌만 받은 가해자는 재범의 요인을 그대로 안고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따라서 학교폭력 문제는 관계회복을 중심으로 풀어가야 한다. 경미한 사안일수록 회복적 사법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대안이다.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지역사회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주변 학생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주변에서 피해자가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고 가해자가 약속을 지키는지를 잘 감시해야 한다.

 
형사적 접근 외에 학교폭력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교사의 역할은 주로 수업이다. 그러나 교사의 1순위 역할은 생활지도가 되어야 하지만 현재의 학교는 그것이 거의 포기된 상태로 학원처럼 운영된다. 학교라는 공간이 짊어져야 할 사회적 책무가 공부라는 의식을 바꿔야 한다. 학교가 축소된 사회라고 생각하면 시민의식, 도덕성 등 공부 외에 가르쳐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학교에서 범죄에 대한 교육을 깊이 있게 진행하고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방조한 것은 없었나’ 같은 의식 있는 고민을 던질 수 있게 만드는 교육이 필요하다.

 
*형사이송제도=미성년자라도 특정 강력 범죄를 저질렀거나 재범의 위험이 크면 소년법원이 아닌 형사법원으로 보내 성인과 똑같이 처벌하는 제도.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한남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한남대학교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