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민정 (0614smj@naver.com)

인터뷰 - 해맑음센터 차용복 부장

서로의 상처 공유하며 성장하는 학생들
피해 학생만큼이나 학부모도 위로가 필요해

해맑음센터(센터장 조정실)는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에서 운영하는 교육부 위탁 대안학교로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의 위탁 교육이 이뤄진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은 해맑음센터에서 교육 및 상담을 받고 일반 학교로 돌아간다. 10년 넘게 방치돼 있던 폐교를 개조해서 만든 해맑음센터의 복도는 학생들의 예술작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 14일 해맑음센터에서 차용복 부장을 만나 학교폭력 피해자 교육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해맑음센터 입소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가.
신청서와 추천서를 받아 피해 학생의 대면상담을 실시해 치유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면 입소를 허가한다. 대면상담을 하면 이곳에서의 교육보다 병원 치료가 더 시급한 학생이 있다. 그러한 학생의 경우 부모님께 병원 치료를 권유한다.

학생이 입소하면 2주간 단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센터도 학생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고 학생도 센터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맑음센터는 기숙학교이므로 24시간 단체생활을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런 학생들은 적응 기간을 못 버티고 나가기도 한다. 우리도 2주 동안 학생을 관찰하며 센터에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면 학생을 내보낸다. 가·피해 중복 학생인 경우,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받지 않는다. 이후 연장 상담을 하고 학생의 의사에 따라 한 학기 동안 입소한다. 더 연장하면 최대 1년까지 해맑음센터에 머물 수 있다.

 
해맑음센터의 수업은 무엇이 있는가.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한국사 총 6과목의 기초 교과를 일주일에 최소 2시간씩 수업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심리상담 △예술치유 △전문교육 △체험활동 총 4개 영역의 자율교과를 가르친다. 심리상담은 집단 상담과 개인 상담으로 나뉜다. 그 중 집단 상담은 일주일에 한 번 오해나 갈등을 해결하거나 과거의 상처를 공유하는 등 다양한 주제로 상담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자신만 피해를 본 것이 아니고 여기 있는 모두가 피해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피해 경험에 대해 모두 공감을 해주기 때문에 상담에서도 더 편하게 이야기한다. 예술치유 교육의 목적은 표현이다. 센터를 찾는 학생들은 소극적인 편이라 말이나 글로 소통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미술이나 음악 같은 방식으로 표현하게 한다. 일단 마음속의 감정을 끄집어내야 그것을 해소할 방법을 같이 고민할 수 있다. 전문교육은 안전교육, 학교폭력예방교육, 성교육, 중독예방교육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학교폭력예방교육은 예방뿐 아니라 다양한 사례와 대처 방법을 알려주고 자신이 어떤 피해를 보았는지 인지할 수 있게 돕는다. 이것을 교육해야 다음에 학생이 또 피해를 보더라도 누군가에게 빨리 알려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체험활동은 가장 인기가 많은 영역이다. 보통 격주 목요일 일정을 다 비워 밖으로 체험활동을 가고 2박 3일 정도로 여행을 가기도 한다. 자치회의를 통해 학생들 의견도 반영해 일정을 짠다. 소규모로 움직이고 교사들도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굉장히 재밌다.

 
해맑음센터만의 장점을 꼽자면.
교사당 학생 수가 4~5명이기 때문에 밀착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피해 학생들은 일반 학교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사소한 눈빛이나 말투에도 상처받고 예민하게 대응하기도 한다. 또 학생들이 처음 입소하면 하루하루가 전쟁 같다. 피해 학생들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선택적 함묵증을 앓아 8개월 동안 한마디도 안 하고 단답형으로 글로만 소통했던 학생도 있었고, 심리적 이유로 속이 안 좋아 1시간에 2~3번씩 화장실에 들락거리고 밥을 먹으면 토기를 호소하는 학생도 있었다. 매년 학기 초만 되면 그런 일들이 발생한다. 그러나 교사의 관심으로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는 편이다. 당직 교사가 기숙사에서 같이 취침하고 다른 교사들도 주중에는 관사에서 생활하며 학생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신경을 쓴다. 덕분에 그때그때 갈등을 파악하고 함께 해결해나간다. 학생들도 교사에게 의지한다.

 
학부모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가.
한 달에 집단상담 두 번, 심리역할극 두 번을 진행한다. 학부모는 이 중 두 번은 필수로 참여해야 한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참여가 불가할 경우 자녀관찰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자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를 기록하게 하기 위함이다. 자녀와 산책하고 인증사진 찍기, 점심 같이 만들기, 영화관 가기 등의 과제도 준다.

집단상담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양육 고민을 나누고 다른 부모에게 학교폭력 소송 도움을 받기도 하는 시간이다. 다들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서로에게 위로를 받는다. 심리역할극 활동은 전문 강사의 도움으로 엄마가 자녀의 역할, 아빠가 엄마의 역할을 하는 등의 역할교환을 통해 극을 진행한다. 처음에는 말이 잘 안 나오지만, 강사가 유도를 하고 깊게 몰입하면 눈물바다가 된다. 부모들과 극을 마치고 이야기를 나누면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마음속 응어리가 많이 풀렸다고 한다.

 
퇴소 후 학생들은 어떻게 지내는가.
20% 정도의 학생들은 여전히 자신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일부는 학교를 그만두거나 폐쇄병동에 입원하게 된 경우도 있고, 재위탁되거나 상담 기관에 다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80% 정도의 학생들은 잘 복교한다. 내일도 센터를 수료하고 지금은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이곳을 방문하기로 했다. 학교 잘 다니며 종종 안부 연락하고 스승의날에 인사 오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 그래도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학생들이 더 많아서 그 보람에 일한다.

공식적으로 퇴소 2주, 1개월, 6개월, 1년째마다 추후 관리를 시행한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담임교사가 수시로 학생들과 개인 SNS를 통해 소통한다. 퇴소 1년째 되는 날은 1박 2일간의 홈커밍 데이를 실시하여 안부를 나눈다.
​해맑음센터 전경. 복도가 학생들의 작품으로 가득차 있다.사진l 손민정 기자 0614smj@
​해맑음센터 전경. 복도가 학생들의 작품으로 가득차 있다.
사진l 손민정 기자 0614sm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