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유리 기자 (dbfl1222@skkuw.com)

정서적·사이버 폭력 증가하는 추세

학폭위,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돼

 

최근 방송가에서는 *학투가 끊이지 않는다. 여러 연예인이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는 상황이다. 또한 지난 3월 국민청원에 올라온 ‘인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대중의 관심과 분노를 자아냈다. 정부는 2004년 학교폭력예방법을 제정하고, 2013년 학교폭력을 사회 4대악으로 지정하며 근절하려는 노력을 했으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학교폭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우리 사회가 학교폭력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더 깊은 고민을 가져야 할 때이다.

어제도 오늘도 발생하는 학교폭력
학교폭력은 학교 내외에서 학생에게 △감금 △강제적인 심부름 △따돌림 △명예훼손 △상해 △성폭력 △폭행 △협박 등으로 신체·정신·재산상의 피해를 입히는 행위다. 학교폭력은 친구 간의 다툼과 같은 개인적 갈등부터 일진의 형성 같은 조직적 행위까지 넓은 범위에서 발생한다.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였다. 1995년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한 고등학생이 자살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그 후로 정부는 여러 차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학교폭력 예방책을 만들었지만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경찰의 학교폭력 검거 현황도 증가하는 추세다.

학교폭력의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경기도 수원시 노래방에서 중학생 9명이 초등학생 한 명을 집단폭행한 일이 ‘수원 06년생 폭행 사건’으로 알려지면서 행위의 잔혹함과 함께 가해자들의 어린 나이가 주목받았다. 실제로 초등학생의 학교폭력 피해는 중·고등학생에 비해 더 많이 증가하는 추세다. 교육부의 ‘2019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의 피해 응답 6만여 건 중에서 초등학생의 응답은 4만 5500여 건으로 전체의 2/3 이상을 차지했다.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학교폭력
학교폭력의 방식 또한 1차원적인 괴롭힘, 신체적 폭행에서 나아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어 예방과 대처를 어렵게 만든다. 최근에는 물리적 폭력에 비해 정서적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의 학교폭력 피해 관련 조사 결과를 종합했을 때 피해유형별로 언어폭력(35.6%), 집단따돌림(23.2%), 사이버 괴롭힘(8.9%) 순으로 비중이 높았으며, 신체 폭행의 비중은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경찰인재개발원(원장 정병권) 학교폭력·소년법 담임교수인 서민수 경찰관은 정서적 폭력에 대해 “타깃이 분명하고 계획적이며 지속인 데다 심지어 집요하다”며 “물리적 폭력에 비해 회복 탄력성이 약해 위험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은밀한 괴롭힘의 경우는 뚜렷한 증거가 없어 가해자를 처벌하기도 어렵고 발견도 쉽지 않다. 서 경찰관은 “피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 보니 피해자가 신고를 망설이게 되는 게 당연하다”며 “교사나 경찰관이 피해자의 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버 폭력도 두드러지는 학교폭력의 양상 중 하나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대다수의 학생이 스마트폰을 소지하는 환경에서 폭력의 공간은 디지털 세계로 이동했다. 특히나 디지털 원주민으로 불릴 정도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10대들은 새롭게 폭력의 유형을 만들어냈다. 사이버 폭력의 유형은 △*데이터 셔틀 △*떼카 △*방폭 △*카톡감옥 등이 있다. 이에 대해 서 경찰관은 “사이버 폭력은 물리적인 폭력에 비해 피해로부터 오는 고립감이나 공포가 더 심하다는 연구도 있다”며 “익명성에 대한 경계심이 필요하고 비노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폭력 없는 학교 가능할까
학교폭력 예방 정책의 일환으로는 셉테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 Design)가 사용되고 있다. 셉테드는 주변 환경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범죄 발생 수준을 낮추는 기법이다. 셉테드의 기본 취지는 학교를 탁 트인 공간으로 개선해 교사나 행정직원의 범죄감시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고가의 폐쇄회로 카메라(CCTV)와 인력에 의존하고 있다. 폐쇄회로 카메라는 전담인력 부족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이 어려워 학교폭력을 예방 또는 차단하기보다는 사후 조치 목적으로 쓰인다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학교전담경찰관(SPO, School Police Officer)이 존재한다. 학교전담경찰관의 주요 업무는 △117 신고 사건 해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 참석 △학교폭력 예방교육 △학생 상담 등이다. 학교전담경찰관은 생활지도 교사와 협업해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공동대응하고 학폭위에 참석해 형사법적 지식을 바탕으로 의견을 제시하며 가해학생 선도프로그램 연계를 수행한다. 그러나 서 경찰관은 “통계상으로는 한 명의 학교전담경찰관이 12개의 학교를 담당하고 있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교전담경찰관은 예방 업무를 하지만 주로 사안이 발생하면 사후처리에 한정된 것이 업무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전하며 학교전담경찰관의 한계를 밝혔다.

 
학교폭력 제대로 된 사후처리 필요
학교폭력은 일차적으로는 교사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지만 이미 수업과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교사가 복잡한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는 것은 업무적으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교사가 교육적으로 학교폭력을 해결하기보다는 형식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한 가해 학생에 대한 선도 및 징계, 피·가해학생간의 분쟁 조정을 하는 학폭위는 과반수 이상이 학부모로 구성돼 전문성과 공정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대부분 법률 지식이 부족한 학부모들이 학교폭력사안의 법률적 심의를 진행함에 따라 유사한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별로 처벌수위가 상이한 경우도 빈번하다. 이에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학폭위의 심의결과에 불복하는 사례가 급증해 사안이 학내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당사자 간의 법적 소송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학폭위의 본질적 기능이 퇴색되고 학교의 교육적 기능도 약화된 모습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올해부터 학폭위 기능을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신설한다. 학부모위원 비중을 현행 과반수에서 1/3로 낮추면서 법률·청소년 전문가의 비중을 늘려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교사들의 과도한 업무 비중을 줄인다.

한편 학교가 본래의 교육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학교장 자체해결제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입시 위주의 교육이 이뤄지는 학교에서 교사가 학교폭력사안을 교육지원청으로 넘기지 않고 학내에서 처리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바뀌는 학교폭력제도에 따라 학교에서도 학교폭력사안을 교육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투=학교폭력과 미투 운동의 합성어.
*데이터 셔틀=피해자에게 데이터 공유 기능이나 선물하기 기능으로 데이터 상납을 요구하는 행위.
*떼카=단체 대화방에서 특정인에게 단체로 욕설을 퍼붓는 행위.
*방폭=단체 대화방에서 특정인만 남겨두고 나가버리는 행위.
*카톡감옥=특정인을 단체 대화방에 초대하고 나가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다시 초대하는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