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대교 (redhean2000@naver.com)

인터뷰 - Screw Bar 강상훈 대표

구닥(GUDAK) 카메라는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오마주한 애플리케이션이다. 구닥은 ‘구닥다리’에서 따온 이름으로 일회용 필름 카메라의 옛날 느낌을 살렸다. 레트로 열풍이 부는 지금, 구닥 카메라를 개발한 Screw Bar 강상훈 대표를 만나 봤다.

구닥 카메라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요즘의 디지털카메라로는 사진을 제한 없이 많이 찍을 수 있고 다양한 필터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선택지가 오히려 강박증과 스트레스를 가져와 순간에 잘 찍기 위해 노력하는 사진을 찍는 맛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러한 맛을 살려보고자 만들게 됐다.

 
구닥 카메라의 기능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
구닥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와는 다르게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아주 작은 뷰파인더로 한 필름당 24장을 찍을 수 있으며, 필름을 다 사용하면 1시간 동안은 촬영할 수 없다. 다 촬영된 필름은 72시간이 지나야만 현상돼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컨셉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작은 뷰파인더는 사진을 찍는 순간 우리가 보는 부분을 최소화한 것이다. 사진이 현상되기 전까지 사진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설렘을 느낄 수 있다. 1시간의 제약은 실제 필름 카메라처럼 사람들이 사진 한 장 한 장을 신중하게 찍게 하려는 의도로 만들었다. 72시간이라는 시간을 설정한 이유는 옛날에 필름 카메라를 현상하러 가면 ‘3일 뒤에 오세요’ 하던 것이 시작이었다. 인간의 기억은 3일이 지난 시점에 80%를 잊어버린다고 하는데, 이때 다시 기억을 떠올려 주면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따라서 이 기능을 통해 사람들이 사진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으로 생각했다.

 
구닥 카메라의 매력을 제대로 즐기는 법이 있다면.
필름 카메라의 매력은 사진과 필름에 있기보다는 그 사진을 찍는 행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그 순간에 집중해 장면을 포착하고 받아들인다. 이렇게 찍은 사진이 좋은 이유는 수정할 수 없으며 다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항상 결과를 바라보고 살아가는데, 사진을 찍을 때는 결과보다 태도에 중점을 두고 필름 카메라를 즐겼으면 좋겠다. 조급하지 않고 여유로운 태도를, 최고의 완성된 무언가를 얻어내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캐주얼하고 편안하게 촬영하는 태도를 보였으면 한다.

 
구닥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주고 싶은 영향은 무엇인가.
옛날에는 다양한 선택지 대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아져 강박에 사로잡힌 요즘 시대에 사람들은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그래서 구닥 카메라를 쓸 때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은 후에, 바로 확인을 못 하고 나중에 소소한 재미를 느껴보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불편함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보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Screw Bar의 최종 목표는 단순히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사용자의 경험을 리디자인하고 사람들이 잊고 있었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이 목표이다. 앞으로 목표를 위해 카메라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다.

 

​구닥 애플리케이션 실행 화면.ⓒ 구닥 애플리케이션 캡처​
​구닥 애플리케이션 실행 화면.
ⓒ 구닥 애플리케이션 캡처​
Screw Bar 강상훈 대표사진l 정대교 기자 redhean2000@
Screw Bar 강상훈 대표
사진l 정대교 기자 redhean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