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선정 (sunxxy@naver.com)

체험기 - 레트로 게임카페 '리멤버'

레트로의 열풍은 게임에도 불고 있다. 게임 업계는 20여 년전 유행하던 게임을 현대의 기술로 구현해 3040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는 ‘동물의 숲’ 시리즈를 재출시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을 41% 올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동물의 숲’ 칩을 구하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레트로 게임의 매력에 빠져보자.

지난 14일 의정부에 위치한 레트로 게임 카페 ‘리멤버’를 방문했다. 가게에 들어서자 벽면을 빼곡하게 채운 게임 CD와 각종 게임기가 눈길을 끌었다. 최근에 출시된 게임부터 아주 오래전 출시된 게임까지 즐비해 ‘게임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1990년대 청소년에게 인기를 얻었던 오락실 게임과 옛날 게임패드도 종류별로 가득했다.
 
오래 보아야 재밌다, 너도 그렇다
중앙에는 현재의 VR 장비와 유사한 빨간색 기계가 놓여 있었다. 1995년에 출시된 닌텐도의 ‘버추얼 보이’였다. 버추얼 보이는 안경 형태로 만들어져 3D 입체감을 실현한 가정용 게임기다. 외관상으론 VR 장비보다 두껍고 무거워보였다. 평평한 바닥에 기계를 거치하고 작동시켜야 해서 안경원에서 시력검사를 받을 때처럼 얼굴을 대고 고개를 숙였다. 당시 기술력의 한계로 붉은 LED로만 구현된 화면은 눈을 피로하게 했다. ‘리멤버’의 김근수 사장은 “출시 당시에 인기를 끌지 못했던 제품이라 시중에 구하기 힘들어 오히려 지금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다”고 했다. 레트로 게임기는 과거 제품의 박스나 보조 장비 구성 등이 남아있을수록, 즉 ‘그때 그 모습’을 유지할수록 이용자들의 인기를 끈다.

다음으로 체험한 게임은 카페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우전자의 ‘재믹스’였다. 원하는 게임의 테이프를 골라 앞뒤로 두꺼운 모니터에 꽂았다. 화면에는 레고처럼 생긴 캐릭터가 등장해 좌우로 움직이며 미사일을 피하고 장애물을 넘었다. 캐릭터가 움직이는 속도도 매우 느렸지만, 조이스틱의 반응 속도가 민감하지 않아 미사일을 피하기 어려웠다. 또한 버튼이 뻑뻑해 생각한 타이밍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덕분에 캐릭터가 점프할 때마다 몸도 들썩였다.

오래된 게임일수록 작동 방식은 단순하다. 8비트의 게임기 속 슈퍼마리오는 버튼을 누르면 뛰고 다른 버튼을 누르면 미사일을 쐈다. 팩이나 칩을 사용하는 기기의 경우 별도의 세팅 없이 칩을 꽂는 것만으로 게임이 시작되고 캐릭터가 죽으면 리셋 버튼을 눌러 곧바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1983년 닌텐도에서 발매된 가정용 게임기 ‘페미컴’ 출시 이후 *콘솔 게임기의 역사는 얼마나 좋은 그래픽과 사운드를 선보이는지를 중시하며 발전해왔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으로 게임기의 그래픽과 사운드가 평준화된 대신, 게임 캐릭터나 방식은 다양해졌다. 따라서 이용자들이 복잡한 게임의 규칙을 먼저 배워야 한다. 하지만 레트로 게임은 간편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게임의 본질인 즐거움을 전달한다.

 
“옛날에 아빠가 말이야~”, 세대를 잇는 다리
레트로 게임 카페는 젊은 세대의 이색 데이트 코스가 되기도, 가족의 화합 장소기도 했다. 젊은 손님들은 나란히 앉아 게임대결을 하며 서로 인증샷을 찍어줬다. 김 사장은 주로 1980년~1990년대에 게임을 즐겼던 이들이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아온다고 말했다. 게임을 하고 싶지만, 아이를 데리고 PC방이나 오락실에 갈 수 없으니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다. 김 사장은 “아이에게 ‘아빠가 네 나이 때 했던 게임이다’라고 설명해주며 같이 게임을 하면 아이들도 즐거워한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1989년에 출시된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를 보여주며 당시 현장학습이나 수학여행에 게임보이를 들고 오는 아이는 인기스타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년이 된 나이에 게임보이를 찾는 이유는 어릴 적 그 게임기를 들고 왔던 친구가 부러웠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어 그런 것 같다”며 “결국 추억을 사는 것”이라 말했다. 돌아오지 않는 유년 시절에 대한 향수가 레트로 게임기를 잡게 하는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콘솔 게임(console)=TV에 연결해 즐기는 비디오게임으로, 조이스틱이나 조이패드 등의 전용 게임기기를 영어로 콘솔이라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카페 '리멤버' 벽면 가득 게임 CD가 채워져있다.사진l 김선정 기자 sunxxy@
카페 '리멤버' 벽면 가득 게임 CD가 채워져있다.
사진l 김선정 기자 sunxxy@
'버추얼 보이'가 전시돼 있다.
'재믹스'를 체험하고 있다.
'재믹스'를 체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