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유림 (yu00th@naver.com)

인터뷰 - '도시공감협동조합' 이준형 건축가

후암동의 오래된 집을 기록하고 전시하는 것부터
집 밖으로 나온 우리 동네 공유공간을 만들기까지

서울시 용산구 후암동에는 골목골목 작은 집과 상점이 들어서 있다. 그리고 그 사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공유공간이 있다. 바로 △후암가록 △후암주방 △후암서재 △후암거실 △후암별채다. 우리 학교 건축학과 선후배 6명은 학교에서 배운 도시, 마을, 재생 개념을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도시공감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도시공감협동조합’의 이준형 건축가를 만나 후암동 공유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도시공감협동조합’을 소개해달라.
‘도시공감협동조합’은 성균관대 건축학과 선후배 6명이 만든 건축사무소다. 2014년도 창업 당시 학교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을 사회에서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이런 막연한 생각으로 당시 같은 연구실을 쓰던 선후배들끼리 회사를 차리게 됐다. 학부 수업 때 배운 건축 설계, 디자인 외에도 대학원 과정에서 배운 도시, 마을, 재생 등의 내용을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이런 목표 속에서 현재는 △후암가록 △후암주방 △후암서재 △후암거실 △후암별채로 구성된 후암동 공유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후암동에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
창업 초기에는 활동하는 동네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았다. 이후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도시, 마을, 주거지, 재생과 관련된 일을 찾기 위해 서울의 오래된 동네를 알아봤다. 특히 구도심이라 할 수 있는 종로구와 그 주변의 중구, 용산구 등을 둘러봤다. 그러다 우연히 지인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후암동 사진을 본 후, 팀원과 함께 후암동을 둘러봤다. 그때 후암동의 매력에 빠져 이 동네에 자리를 잡았다. 후암동의 매력 중 하나는 남산 자락 경사지에 있는 주거지여서 남산이 보인다는 점이다. 높은 곳에서는 서울을 내려다볼 수 있고 낮은 곳에서는 남산타워를 올려다볼 수 있다. 또 다른 매력은 일제강점기 전후부터 최근까지의 다양한 형태의 주택이 동네를 구성한다는 점이다. 그 매력에 빠져 후암동에 둥지를 튼 지 이제 5년 정도 지났다.

 
후암동 공유공간을 설명해달라.
처음부터 공유공간을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후암동의 오래된 집을 기록하는 마을 아카이빙 활동이 후암동 공유공간의 시작점이었다. 이후 아카이빙의 결과물을 전시하기 위해 후암가록을 만들었다. 후암가록에서 마을 아카이빙 전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시기에 따라 다양한 전시를 진행한다. 현재는 을지로, 후암동과 같은 오래된 골목과 동네를 그린 작가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이렇게 아카이빙이란 소프트웨어적인 활동을 먼저 시작한 후에 공유공간을 만들었다.

이후 집에 대한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새로운 공유공간을 구상했다. 과거와 다르게 현재는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자취방에서 친구와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 수는 있어도 조리 도구의 부재와 공간의 크기 문제로 인터넷에 나오는 ‘쿡방’을 따라하기는 힘들다. 집을 넓힐 수는 없기에 대신 집의 특정 공간인 주방을 분리해 음식을 만들고 분위기 있게 식사할 수 있는 후암주방을 만들었다. 후암주방을 시작으로, 혼자 조용히 책을 읽거나 공부할 수 있는 후암서재’, 친구들과 함께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후암거실’을 만들었다.

 
후암동 공유공간은 동네에서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후암동 공유공간은 동네와 일상 속에서 계속 머무르며 마을 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고 싶다. 예를 들어 후암주방에는 요리할 재료를 후암시장에서 구매하라고 권하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가끔 정육점에 가면 정육점 사장님께서 후암주방에서 오는 친구들이 스테이크 거리를 사러 와서 좋다고 말씀하기도 하신다. 실제 경제적인 효과가 얼마나 있느냐보다 이런 긍정적인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간 운영 외적으로도 지역주민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작년에 후암가록에서는 동네 아이들에게 그림을 접수받았다. 아이들의 작품에 일일이 제목과 작가를 적고 한 달 동안 미술관처럼 전시했다. 아이들과 부모님이 많이 좋아하셨다. 또한 여름이 되면 후암가록 안에 에어컨을 켜둔다. 후암가록에서 주민들은 쉬었다가 가기도 하고, 아이들은 보드게임을 하기도 한다. 이것이 우리의 소통 방식이자 동네에서 꾸준히 활동하기 위한 우리만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후암동 공유공간이 도시재생과 공간복지를 실현한다는 의견이 있다.
사실 내부적으로는 우리가 하는 일을 도시재생이나 공간복지로 보지 않는다. 외부에서 우리의 공유공간을 도시재생과 공간복지의 예시로 종종 언급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저 우리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역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항상 고민한다. 앞으로도 집과 마을에 대한 우리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되 그 과정과 결과가 후암동 지역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도시공감협동조합' 이준형 건축가사진l 박주성 pjs970726@
'도시공감협동조합' 이준형 건축가
사진l 박주성 pjs970726@
후암동 골목의 모습.
후암동 골목의 모습.
후암가록에서 전시하는 그림.
후암가록에서 전시하는 그림.
후암거실 내부 모습.
후암거실 내부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