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유림 (yu00th@naver.com)

 

다양한 장소와 콘텐츠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떠올라
기존 법체계 내에서 해석하기 어려워 지속적 논의 필요해

‘우리는 ( )을 공유한다.’ 21세기 경제 트렌드인 공유 경제의 활성화에 따라 ( )에 들어갈 말은 늘어났다. 공간부터 자동차, 패션 등까지 그 대상은 다각화됐다. 또한 한 분야 안에서도 유형이 세분화됐다. 그중 공간은 공유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의 등장으로 다양해졌다. 거실, 서재, 주방 등이 집 밖으로 분리됐고, 한 상점 안에서 음식을 팔고 전시를 하기도 한다.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등장한 공유공간 속으로 들어가보자.

열림과 닫힘의 사이, 공유공간
공간이 공유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공간을 다른 사람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면 공유공간인가? 만약 그렇다면 △공원 △광장 △도서관 등의 공공공간은 공유공간으로 오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공유공간으로 보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공공성(公共性)만을 갖는 공공공간과 달리 공유공간은 공공성과 공동성(共同性)의 특성을 모두 갖기 때문이다. 공공성은 대중을 위한 국가 행정과 관련되는 ‘열림’의 장이자 공(公)적 가치를 뜻한다. 반면 공동성은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닫힘’의 영역이자 사(私)적 가치를 의미한다. 이러한 공공성과 공동성의 개념 사이에 공유공간이 존재한다. 즉 공유공간은 공적 성격을 가져 외부인의 접근을 유도하면서도 사적 성격을 통해 개인의 생활 일부를 끌어낸다.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등장하다
공유공간이 인기를 끌고 있다. SNS에서는 공유공간 사진과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실제 이용객 수도 지속해서 늘고 있다. 공간공유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의 경우, 지난해 기준 공간공유 업체와 이용자는 총 70만 명으로 전년 대비 약 17만 명 증가했다. 이러한 인기 비결은 독특한 공간을 간편하게 대여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어 집으로부터 분리된 △거실 △다락방 △서재 △주방 형태의 공유공간이 있다. 공유 서재를 이용해본 박종호(글리 13) 학우는 “카페와는 다른 개인적인 공간에서 책을 읽으며 힐링하고 싶어 공유 서재를 이용했다”며 “나만의 공간에서 쉴 수 있어 만족했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한 공간에서 여러 가지 활동이 이뤄지거나 서로 다른 가게가 결합한 공유공간도 존재한다. 공유 오피스, 공유 미용실 등 다양한 형태의 공간이 등장하며 공유공간의 개념은 확장되고 있다.

 
대중을 끌어들이다
에어비앤비를 필두로 공유공간은 세분화되고 다양해졌다. 공간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공간은 선택받기 위해 독특한 콘텐츠를 개발했다. △공장 △목욕탕 △한옥 등의 장소를 사용해 공간의 특색을 살리기도 한다. 자동차 공장을 레스토랑으로 개조한 ‘레귤러’, 목욕탕을 카페이자 문화 공간으로 바꾼 ‘행화탕’, 80년 된 한옥을 리모델링한 ‘메이바이제인’ 등은 공간의 과거 모습을 활용해 특별한 공유공간으로 거듭났다.

한편 마이너 층을 타깃으로 만들어지는 공유공간도 있다. 예를 들어 *로컬 브랜더‘백지장’은 버려진 △공장 △옥탑방 △지하실 △창고 등을 임대해 백지장처럼 하얗게 꾸민다. 이들의 주 고객층은 관심사를 기반으로 온라인에서 모인 사람들이다. 만화 주인공처럼 분장하고 모이거나 빔프로젝터를 통해 단체로 응원 봉을 흔들며 콘서트를 보는 등 온라인 커뮤니티의 오프라인 활동 장소로 주로 사용된다.

공유공간은 지역 활성화를 실현하기도 한다. 공유공간을 통해 지역 사람 간의 소통과 연대를 이끄는 것이다. 올해 행정안전부는 ‘지역사회 활성화 기반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공유공간을 만들고 공간 운영 권한을 주민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 이재관 지방자치분권실장은 “공공이 소유한 유휴 공간을 방치하기보다는 주민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공유공간이 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지원하겠다”며 “지역 현안 해결과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유공간 활성화를 위해
공유공간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관련 제도는 아직 미흡하다.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은 도시 내 공유숙박 이용 가능자를 외국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만약 내국인 이용자를 유치하고 싶다면 연 180일 동안만 운영 가능한 공유민박업으로 등록해야 한다. 이용객을 구분하는 두 제도로 인해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숙박업계에 혼란이 야기됐다. 이에 지난해 11월 한국형 도시 민박 플랫폼 ‘위홈’에 한해 예외적으로 외국인과 내국인 모두 이용할 수 있게 허가를 해주는 등 공유숙박 제도의 수정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숙박업 외의 공유공간에 대한 논의는 아직 활발하지 않다. 현행법상 다양한 형태의 공간을 규정할 수 없어 공간이 모호하게 해석되기도 한다. 후암동 공유공간을 운영하는 ‘도시공감협동조합’의 이준형 건축가는 “후암주방의 경우, 식당도 아니고 부동산 임대업과도 거리가 멀어 기타 임대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한다”고 전했다.

한편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 문제가 대두되기도 한다. 공유 경제 플랫폼이 활성화됨에 따라 플랫폼이 사용자가 제공하는 자본과 정보를 독점하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해결책으로 플랫폼 협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에 대해 스페이스클라우드의 정수현 대표는 “협동조합은 하나의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민주적으로 움직여야 하므로 집약적 성과를 내야 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와는 구조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일부분 동의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앞으로의 공유공간 모습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공유공간의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실제 공유숙박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올해 상반기 10억 달러 정도의 손실을 예상 중이며 공유숙박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숙박 공간을 양도하겠다는 게시물이 지난해 1월~3월보다 5배로 늘었다. 반면 소규모 공유공간에는 큰 타격이 없었다. 이 건축가는 “공유 서재의 경우, 예약률의 차이는 없었다”며 “과거에는 모임을 위한 대관이 많았지만, 현재는 개인 이용객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개념이 등장하며 공유공간의 성격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건축가는 “영화관에서 한 칸씩 떨어져 앉는 것이 익숙해진다면 좌석 배치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며 “마찬가지로 공유공간에서도 변화가 생길 것 같다”고 언급했다. 공유공간은 사용 인원수, 성격, 용도 등이 매우 다양하다. 그 특성을 고려한다면 앞으로의 공유공간은 시대에 맞춰 각각의 매력을 살리며 계속해서 사랑받지 않을까.

 
*로컬 브랜더=공간공유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가 만든 신조어로, 지역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브랜드가 있는 공간을 구축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